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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18] 원청 - 위화

by 소류

역시 위화는 위트가 넘쳐난다.


시내라고 해봐야 10여 리 길에 불과하니 거북이도 돌아올 시간이건만..


장총을 맨 토비가 소매에 손을 넣는 걸 도와주었다. 권총을 찬 토비가 그걸 보고 소리쳤다.
"넌 토비지 스님이 아니야. 보살 같은 마음은 필요 없다고!"


(천야오우가 풀려날 때도) 노부인도 빙그레 웃는 걸 보고 사람을 죽일 때는 빙그레 웃는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울상을 지었다.


추격자들은 함성이 작아진 것을 인지한 뒤에야 몇 명 남지 않은 걸 알았다. 심지어 토비 스무 명 정도가 거꾸로 달려오는 바람에 오히려 쫓기게 되었다.


이런 부분에서 진짜 배꼽 잡고 웃었다.

책을 읽으면서 폭소를 터트린 게 얼마나 될까.


중간중간에 시진마을 사람들의 무식함에 배꼽 잡고 웃은 포인트도 한두군대가 아니다.


토비가 휩쓸고 갔는데 토비의 고문방식으로 대회까지 열리거나,
토비들이 쳐들어와서 외귀 병사들은 한데 모여 표범을 찾고 있자 주보충이 욕을 퍼부었다.
"야 이 새끼들아, 총을 쏴, 이건 전쟁이지 연극구경이 아니라고!"


이런 부분들에서 말이다.


그러면서 토비가 고문하는 잔혹함이나 치자촌을 초토화시키는 장면들, 전쟁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등을 너무 리얼하게 묘사해서 눈살이 찌푸려질 지경이였는데 저런 위트가 있어서 그마나 읽을만했다.

아니었으면 인상 쓰고 읽다가 마음이 무거워서 가라앉았을지도...




줄거리를 간략하게 말하자면,


주인공인 린샹푸는 딸인 린바이자를 낳고 도망간 샤오메이를 찾아 원청으로 떠나는데 샤오메이와 말투가 비슷한 시진이란 동네에 머물게 된다.

그 동네에서 여러 사람들(특히 구이민가족과 천융량가족)과 알게 되며 목수일을 하며 뿌리내리고 살게되는데 격동의 시대상 약탈자인 토비가 들이닥쳐 천야오우가 인질로 끌려가거나 구이민의 아들 구퉁녠(린바이자와 정혼했는데)이 호주로 팔려가거나 하며 수많은 일이 생겨난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토비에게 끌려간 구이민을 위해 총기를 교환하러 간 린샹푸가 장도끼와 맞닥뜨린 순간이다.

장도끼가 린샹푸에게 "구이민은 죽었고, 니가 먹은 간은 바로 구이민의 간"이라고 말했을 때, 린샹푸는 충격을 받아 눈이 뒤집힌다.

그리고 분노에 차 장도끼에게 달려들어 싸우지만, 결국 목에 칼이 찔려 죽음을 당한다.


나는 반쯤 졸린 눈으로 읽다가 이 부분에 도달했을 때 내가 잘못 읽고 있나? 꿈인가? 싶어서 제정신을 차리고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내려갔다.


그 사실을 몰랐던 천융량은 인질이 구이민임을 알고 토비 두 명을 포박하고 그를 구하고 시진으로 데려다 준다. 그 사실을 나중에 알게된 장도끼는 보복으로 마을을 초토화시킨다.

마을로 돌아온 천융량은 초토화됐음을 알고 사람들을 모아 장도끼에게 복수하러 가는데, 도중에 스님토비(천야오우를 도와준) 일행과 합류하게 된다.

장도끼와 싸우다 스님은 팔이 잘려 과다출혈로 죽게 되고 천융량은 스님의 어머니를 모시고 살기로 한다.

반면 눈을 다친 장도끼는 살아남아 후퇴했지만 부하들에게 버림받고 맹인점쟁이로 살게 되다가 천융량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그리고 죽은 린샹푸는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천융량의 온화함도 좋고, 그의 아내 리메이렌도 참 좋다. 천야오우도 멋있다.


우리는 사람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 구하려는 거야.


이 페이지는 감동적이라 한동안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린샹푸가 죽고 눈앞이 흐릿해진 것 같아 손으로 문질렀을 때에야 천융량은 자신이 울고 있는 걸 알았다."는 부분에서는 나도 콧등이 짠해졌다.



그런데 원청에서 말하고 싶은 건 뭐였을까.


원래는 [엄마, 아내찾아 삼만리]아니였나?

얘기가 왜 옆으로 흘러갔지?

글을 다 쓰고 위화가 아차싶었나?

[또하나의 이야기]라고 부록같이 샤오메이 이야기가 나오긴 한다.




읽으면서 느낀 건 시대유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전쟁과 싸움 도적이 일상인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이 겪었던 시간이 얼마나 아깝고 원통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해야 할 나이에 총을 쥐고, 천진난만하게 뛰어놀 나이에 개죽음을 당해야 했던, 그러한 난세를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

중국뿐 아니라 한국도 마찬가지고 전 세계 어디서나 이런 일들이 무수했다.

참 시간들이 쓸데없이 아깝게 흘러가고 있다.


나의 이런 생각에 위화작가님은 이렇게 대답해주었다.


눼??

원영적사고를 하시는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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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까먹을뻔했는데


그래서 린바이자랑 천야오우랑 잘되는거 맞죠?

그랬더니 또 이렇게 답하신다ㅠㅠ

그래그래...이사람도 멋있긴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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