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를 쓰지만, 호흐도이치 (Hochdeutch)가 아니라 스위스독일어(Schweizerdeutsch)입니다.
스위스독일어.....
독일인은 절대, 전부다 못 알아듣습니다. 독일인이 스위스에서 일을 구해서 회사 안에서, 그 무리 안에 끼고 싶어서, 스위스독일어 학원에 다니기도 합니다.
스위스인들은 유치원까지는 스위스어로 말하다가 초등학교부터는 호흐도이치를 공부합니다.
한마디로, 제주도에 사는 어린이가 집에서는 제주도방언으로 얘기하지만
학교에서는 표준어로 적혀있는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이 호흐도이치랑 스위스독일어는, 단지 서울말과 지방 사투리 정도의 차이가 아니에요.
순수 제주도 방언, 순수 오키나와 방언쯤이라고 할까요.아니면 아예 다른 나라 언어라고 할까요.
"뛰다"라는 단어가 독일어로 springen인데, 스위스독일어는 gumpe 입니다. 전혀 달라요.
이런 게 거의 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스위스어는 영어와 독일어의 중간정도 되는 느낌입니다. 독일어같이 제대로 된 문법도 없습니다.
호흐독일어문법은 1년을 학원에서 공부해도 안 끝납니다. 중급이 끝나가는데 문법이 안끝나요.
일본어 같은 경우는 초급코스에서 문법 다 끝나고, 중급에서는 한자위주거든요.
독일어학원에서는 보통 호흐도이치를 배웁니다.
학원비는 주 3일 오전수업 3시간쯤하고 한 12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근대 선생들이 참~~ 못 가르칩니다. 심지어 초급반 선생이 말을 너무 빨리하거나, 쉬는 시간에는 영어로 잡담하거나 합니다. 처음에는 이 학원만 그런가? 생각했는데,
노! 아니덥니다.
대체적으로 잘 가르쳐주는 선생이 극히 드뭅니다.
제가 중급-1코스일 때의 선생은 독일인도 스위스인도 아닌 정년퇴직하기 얼마 안 남은 알바니아출신의 할머니 선생님이었는데 문법을 물으면 갸우뚱거리며, "뭐지?"하면서 대답을 잘 못합니다.
한국에서 아주 오래산 태국인이 한국어를 가르치는 느낌이에요.
중급-2코스일 때 선생은 독일인이고 함부르크에서 교육대학졸업해서, 나이와 경력이 좀 있는 여자선생님이였는데 문법도 잘 알려주고, 여태 배운 선생 중에 가장 좋았으나 말이 정말 엄청나게 많습니다.
누구는 듣기가 늘어서 좋다라고 하지만, 대신 말하기 실력은 늘지 않아요.
완벽하게 잘 가르쳐주는 선생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인터넷을 뒤져서 meetup이라는 사이트에서 스위스인이랑 언어교환을 했습니다.
전 세계적인 거니 모든 나라에도 있을 겁니다.
전 그곳에서 한국어 - 독일어 언어교환을 했는데, 지 아무리 명문대학을 다니거나, 4.5개 국어에 능통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독일어의 무언가를 물었을 때, 속 시원하게 제대로 대답해 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 중국은 기본베이스가 자국언어입니다.
그 언어 위에 외국어가 들어와 있는 거고요. 그래서 그 나라 언어를 못하고서야 살기가 좀 불편한 게 있습니다.
재미있는 예능이나 드라마는 다 자국어로 하는데, 안 배우기는 아깝잖아요. 근대 여기는 그런 게 없습니다.
재미있는 예능이나 드라마는 아예 없고요. 다 외국산입니다. 독일 다큐멘터리, 영국 bbc, Cbeebies같은 어린이 방송정도요. 집집마다 티브이 없는 집도 많습니다. 우리 집은 축구 볼 때만 켭니다. 딱히볼 게 없으니까요. ㅎ
우리 동네는 도쿄의 신주쿠같은 도심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규모도 있고 나름 상업지역도 있습니다. 근처에 이케아랑 영화관, 토이저러스나 대형슈퍼도 있거든요. 보통 다른 동네는 저런게 없습니다.
다른 동네는 소 키우고, 닭 키우고, 온통 벌판이고, 숲과 호수가 있고, 중세시대의 성이 있고, 역 근처에 동사무소랑 슈퍼, 교회 있는. 그게 전부입니다.
역과 교회가 있는 곳이 마을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인지 우리 동네에는 외국인이 많은데,
스위스인이 대략 3-40%라면 알바니아 쪽 사람들이 50% 나머지는 기타등등입니다. (저도 이 기타등등 안에 들어가구요.)
더 심한 곳은 알바니아계가 90% 이상인 동네도 있습니다. 그래서 밖에 나가서 주워듣는 스위스독일어가 없습니다.
스위스인들은 다른 외국인을 잘 안 끼워줍니다.
저희 시누의 말에 의하면
"회사에 호흐도이치밖에 못하는 여자직원이 있는데 일할 때는 잘 지내지만 술이라도 한잔하러 갈때 같이 가자고 권하진 않아.
릴렉스 할 수 있는 자리에서 신경 쓰면서 호흐도이치로 얘기해야 하는게 귀찮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어.
스위스인에게는 영어나 호흐도이치나 똑같이 외국어야. 물론 나도 그렇고..."
스위스인은 외국인을 그 무리안에 잘 안 끼워줍니다. 저한테 말 걸 때도 영어로 말걸구요. 제가 독일어로 대답해도 굳이 영어로 대답합니다.
이거 때문에 친하게 지내는 영국애가 화가 난 적이 있대요. 약국에 갔는데 영어식 독일어를 쓰니까 바로 약사가 영어로 대답하더란거죠. 자존심 상하는겁니다. 실컷 독일어 배워서 독일어 좀 쓰려는데 어눌한지 어떤지 영어로 대답하는게 자존심 상한다고 해요.
100만 번 이해합니다.
제 옆집 일본친구 딸의 얘기를 하자면, 유치원에 같은 또래 여자애가 딱 세명이고, 단짝이랍니다.
친구아이는 일본인이고, 두 명은 스위스인. 이 일본친구의 딸(이 아이는 스위스어는 잘 몰라요) 생일 때 그 여자애들 둘 다 초대해서 생일파티를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다른 스위스인 여자애의 생일이였는데, 딱 그 일본인 아이만 초대 안 하고 스위스인들만 초대해서 파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스위스어를 모르는 이 아이만 빼놓고요!
다 같은 동네 사는데 어떻게 이럴수가 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스위스는,
특히 취리히 시내는 각종언어가 다 들립니다.
여행하다 보면 이게 무슨 언어인지 신경 안 쓰고 다니니까 잘 모르겠지만 정말 각종 언어의 산지입니다. 따말어, 히브리어, 아랍어, 그리스어, 페르시아어, 힌디어, 중국어 뭐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간혹 취리히같이 큰 도시에서 영어와 스페인어, 이탈리아어가 들리면 좀 낫구요. 유치원에 비치된 외국인용 팸플릿도 아랍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가 다입니다. 아시아 쪽 언어로 된 건 일절 없구요. 있다면 중국어정도 일까요? 보통 언어란, 책에서 배우지 않더라도 길에서, 놀면서, 카페에서, 다른사람들의 대화에서, 티비에서 듣고 아는 단어들이 많잖아요.
한국어도 책 말고 친구들이랑 만나서 얘기하면 더 많이 배우고 그러듯이요.
근대 여기는 그런 게 없습니다. 내가 책을 펴고 단어를 외우고 공부를 하지 않는 한! 어디서 주워듣는 단어는 없습니다.
그럼 다른 외국인들과 어떤 언어로 대화하냐구요? 마구잡이식 독일어요 ㅎㅎ 이건 뭐 스위스어도 독일어도 아니고, 문법은 맞지도 않고, 자기나라 스타일대로 말하고 발음도 요상한데 어찌어찌 단어 몇 개로 알아는 듣지만 깊이 있는 대화는 안되는 형태입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자기 나라 언어로 편히 얘기하고 정보교환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나서게 되죠.
이슬람계, 인도계, 아랍계는 원체 많으니 찾는 건 뭐 일도 아니죠.
일전에도 말했지만
전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쪽에 흥미가 많아서 친구로 지낼라고 엄청 찝적거렸는데 그네들은 결코 혼자만 다니는 게 아니라 무리 지어 다니며, 친구나 친척도 엄청 많아요. 제가 그안에 낄라치면 자기들도 저 때문에 독일어로 얘기하는 게 부담이니 점점 연락이 뜸하게 되더라구요. 친하게 지내는 아프가니스탄 여자는 아이도 있고, 그 아이가 우리 애랑도 잘 놀고, 제가 독일어 문법도 가르쳐줘서 B1도 합격해서 친해진 거지. 그런 게 아니라면 인사만 하고 지내는 사이 정도였을 겁니다. 그리고 알바니아 쪽 사람들과도 친해질라고 부단히 노력하고 찝적댔는데, 그네들 역시 원체 그룹이 많으니 그들 사이에는 저란 존재는 단지 "나 한국여자 아는 사람 있어." 이 정도입니다.
집 앞 놀이터에 스위스인들이 장악하고 있으면 또 가서 실없는 소리 한 번씩 해가며, 친해져 볼까 하는데 대답은 해주나, 성의는 없습니다.
"아이 몇 살이에요?" "4(피어-)" 그럼 "너네 애는?" 이렇게 뭔가 주고받는 있잖아요. 그런 게 없어요.
그러다보니 내가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 독일어학원에서 만난 터키인, 미국인, 영국인, 이탈리아인, 브라질인... 이런 나라의 엄마들(애가 있으니 그나마 공통의 화제가 있어서...)이랑 친해졌습니다.
우리는 짧은 독일어로 얘기하고, 그것도 잘 안 통하면 영어로도 띄엄띄엄 얘기하기도 하며 가까스로 대화를 이어가는 겁니다.
그 중에는 아예 안 듣고 있는 사람도 있어요.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돌발적으로 물으면 "아까 뭐랬지?"라고 합니다.
외로우니 모여는 있으나 대화는 안 되는..ㅡㅡ; 그러한 희귀한 상황인거죠. 그중에 누구 하나 특출하게 독일어를 구사할 줄 알아서 어려운 단어라도 섞어 쓰면 다들 못 알아들으니 표현하는 것도 한계가 있구요.
독일어...
공부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저도 영어 스페인어를 공부했지만... 여기 살지 않았다면 죽어도 손도 안 댔을 언어입니다.
예를 들면 어디로 가다.라고 할 때 영어는 I go to 어디 to 어디 가 끝입니다. 너무 간단해요.
그런데 독일어는 장소에 따라 전치사가 다 달라집니다.
남성여성중성명사인지, 안에 있는 건지, 밖에 있는 건지, 나라인지, 도시인지, 연합인지.....
예를 들면 공항은 zum 공항이고, 학교는 zur 학교고, 동물원은 in den 동물원이고, 우체국은 in die 우체국이고 나라는 nach인데 연합은 또 다르고, 모든 명사별로 다 외울 수도 없구요.
나 학교 간다를 말하고 싶을 때는,
"나는 가"까지 말하고 나서 in인지 zum 인지 생각하다가 타이밍을 놓쳐서 말 못 합니다.
독일어학원에서 만난 일본애는 저에게 "어떻게 사람들이 전치사를 저렇게 자유롭게 구사하지?" "습관이니까..." "어떻게 습관이야??" "누군가랑 얘기하니까.. 그래도 하는 말은 하잖아." "누구랑 얘기해? 나 여기 10년 넘게 살았는데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는데..." "그니까... 얘기하려고 주변을 찾아야 다녀애 해.." "어떻게? 나 여기서 애 셋 키우는 동안 집순이였다 ㅠㅠ"
그러다 외롭고 정보는 필요하니 일본커뮤니티 찾아 다녔던 거에요. 이게 현실인 겁니다. 이게 보통의 가정입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은 그냥 계속 집에만 있는 겁니다.
주부이지만 저는 원체 활발하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니 그나마 이 정도인 거고요.
근대 난민들은 생존언어에 엄청 강합니다. 그러나 문법은 엉망이고 전치사고 나발이고 아예 아무것도 없습니다.
i go 학교
이 정도만 말해도 훌륭한 겁니다. 가끔은 학교만 말하고 손짓합니다.
아.. 가는 거구나.. 그냥 눈치로 아는 거지... 대화로 아는 게 아닙니다.
관공서가서 수급을 원할 때도 손 내밀며 겔트, 겔트! (GELD, 돈)합니다.
한국어 초급1반에서 알려주는 선생님 하나 없이 외국인 4-5명이 모여서 한국어로 대화하는 거랑 비슷할까요? Ich(나)라는 이 단어를 '이히'라고도 말하고 '이키'라고도 하고 '이흐'라고도 합니다.
원래 진짜 발음이 뭐야?
아무도 모릅니다. 모르겠죠. 알 수 없습니다. 스위스에서 사니까요 ㅎ 독일안라고 다 표준어는 아닌 마당에 저는 스위스에 사니까 누구 하나 정확한 발음을 모릅니다.
제가 독일인에게 '뻬르슈탄드'라고 하니까 "너 스위스에서 왔구나?" 라고 대번에 알아차립니다. 아무리 호흐도이치를 공부해도 스위스식 억양이 묻어있는 거죠. 처음에는 이런 발음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였는데, 2.3년 지나다보니 해탈했습니다. 아... 제대로 발음하는 사람이 없는데... 그냥 알아듣기만 하면 되는구나가
저의 결론입니다.
스위스에 주재원 또는 포스닥으로 와서 오랫동안 거주하지 않을 예정인 사람들은 그냥 영어합니다.
맘 편하게 영어 합니다. 2.3년 독일어 배워봐야 다른 나라로 발령가면 무용지물이니까요. 게다가 2.3년 살았다고 능숙해지는 언어는 아닙니다. 남편이 스위스인이고 집에서 스위스어 외에는 쓸 언어가 없다면 다른 얘기지만 그런 집은 드뭅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한국인이, 스위스인을 보통 어디에서 만나며, 처음 만났을 때 이 둘은 어떤언어로 대화를 했을까요?
그렇습니다.
그 언어안에 결코 스위스독일어는 없었을 겁니다.
전 프랑스에서도 9개월 정도 살았었는데, 애초에 포기하고 영어로 생활했습니다. 간단한 인사말이나 몇가지 정도는 알지만, 그걸로 할 줄 안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애초에 길게 살 생각이 아니었으니 굳이 프랑스어를 배울 필요가 없었던 것도 있구요..
스위스어..
지금 제가 말한 건...스위스독일어만 언급한 겁니다.
스위스는....
4개의 언어를 사용합니다.
이탈리아어권(루가노 쪽)은 독일어를 모릅니다. 비정상회담에 나왔던 스위스 남자는 이탈리어어권이라 독일어를 모를 겁니다. 프랑스어권도 독일어를 모릅니다. 그래서 프랑스어권(제네바, 로잔 쪽)사람들이 취리히에 구직활동을 하게 되면 독일어학원에 다닙니다. 0.0
참고로 아예 못하는 건 아닐 겁니다. 이 조그만 나라안에서도 그렇게 갈라져 있어요.
물론 취리히사람들은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를 모릅니다.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니 어느 정도는 알지만 이탈리아어는 안 배웁니다.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민족입니다..... 엥???뭔 소리???
그러나 스위스는 스위스독일어가 80%를 차지하긴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언어는... 로망슈어입니다. 이건 호른불고 그런 산속에 가지 않는 한 절대 들을 수 없는 언어고 거긴 아마 외국인도 드물 겁니다.
그럼 더 좋을 거 같죠? 아니에요. 스위스는.. 상당히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나라라서... 누차 얘기하지만.. 외국인을 배척합니다.
처음 독일어를 배울때, 괴테를 원어로 읽고 전쟁역사 다큐멘터리를 자막없이 보겠다는 들뜬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내가 잘하는 날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