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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스위스 - 담배의 천국

Hilfe, mein Kind raucht

by 소류

스위스의 미그로 신문지에 실린 내용이다.


Hilfe, mein Kind raucht (도와줘, 내 아이의 흡연)

Woran merken Eltern, dass der Sohn oder die Tochter raucht?

부모는 아들이나 딸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Wie soll man Kinder darauf ansprechen?

아이들에게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Welche Argumente Können jugendliche am ehesten überzeugen, nicht zu rauchen?

어떤 대화로 아이들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설득할 수 있을까?

Was sollten Eltern generell vermeiden?

부모들은 일반적으로 무엇을 피해야 하는가?

Wie reagieren, wenn der Nachwuchs aus Gruppenzwang raucht?

아이들이 집단적으로 담배를 피울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

Wie streng sollen die Eltern Regeln setzen?

부모들은 얼마나 엄격한 규칙을 정해야 하는가?





우연히 이 기사를 보고 가짢아서 콧방귀를 끼고 실소하고 말았다.

읽을 가치가 있는가 싶어서 자세한 내용은 읽지도 않았다.


담배를 어디서든 자유롭게 피울 수 있는 최상의 환경인 나라에서 저런 걸 고민한다고?

저게 이 나라에서 다뤄지는 내용 중 하나라고?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법인데, 콩팥 무수한 나라에서 보리가 나오길 바라는 건가?


다른 유럽은 일단 제외하고 스위스만 말하자면 여기는 너무도 극명히 흡연자의 "천국"이다.


아니 다른 유럽도 마찬가지일지도 모른다.

독일 드라마 "DARK"에서 의사가 여자 환자에게 "임신입니다" 라고 말하면서 책상에 앉아 담배를 뻐끔뻐끔 피는 장면이 나온다.

참 임신한 여자앞에서 담배피는 담당의사라.

대단한 유럽이다.


유럽인이 일본이나 한국에 가서 당황하는 것 중 하나가 "길거리에서 담배금지" "歩きタバコ禁止"가 많다라는 거다.

한 유럽인이 버스정류장에 서서 담배피는 걸 보고 어떤 사람이 주의를 주자 걸으면서 피면 안된다고 해서 서서피는건 괜찮은 줄 알았단다. 머리에 뭐가 들었을까.


취리히공항에서 내려 공항밖으로 나오자마자 반겨주는 건 담배 냄새고,

소나기 퍼붓는 날 버스정류장 처마밑에 유모차포함 어른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그 안에서도 담배를 피워대는 인간이 꼭 한명 이상은 있으며,

유모차를 끄는 애 엄마가 한 손으로 아이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는 담배를 쥐고 있는 모습들.

어린이집에서 쉬는 시간에 담배피는 보육사들,

오른쪽에서 담배를 피워 왼쪽으로 피하면 왼쪽에서도 담배를 피는 사면초가인 나라,

열차 선로에는 담뱃재와 담배꽁초가 가득 쌓인 나라,

그게 바로 스위스다.


캘린더나 컴퓨터 배경화면의 그 풍경과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아 혹자는 거짓말이라고 믿고 싶을지 모르겠지만,

한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이다.


2000년대 초, 일본도 식당 안에서 흡연좌석과 금연좌석이 붙어있는 불가사의 한 나라였다.

그런 일본에서 온 일본인조차도 스위스는 담배 때문에 밖에 나가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タバコの吸う場所、決めて欲しいよね。

タバコのマナー、スイスは悪い。問題になってると言ってたけど、何も対策してないのが良くないよね。

(담배 피우는 장소가 정해져 있었으면 좋겠어, 담배메너 스위스는 안 좋아. 이게 문제라고 하면서 어떤 대책도 없는 게 이상해.)

여기 사는 일본인 친구가 한 말이다.

다른 일본인은 자기 아이들이 담배 때문에 외출을 꺼릴 정도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길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여기에 비하면 새발에 사발이고, 참새 눈물이고, 개미오줌 정도다.


연기가 별로 안나는 전자담배라던지,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춘다던지 그런 건 상상할 수 없다.

한국의 80-90년대에 방송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 피우는 모습이 나오고, 아버지는 집안에서 담배 퍽퍽 피우던 그런 모습이 지금 스위스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울 시어머니 예전에 방 안에서 담배를 피웠는데, 이사 나갈 때 벽지가 누레져서 식겁했다며 그 후로 베란다에서만 담배 피운다고 하고, 아기 때 남편옆에서 담배 피우던 시어머니 모습이 찍힌 사진도 사진첩에서 본 적이 있다.


로마의 세계유적지가 낙서로 뒤덮여 있다면 스위스의 좋은 공기는 담배에 뒤덮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담배가격은 어떠한가?

8프랑, 한국돈으로 하면 대략 한 갑에 만2천원 정도 한다.

호주가 한 갑에 3만 5천원하고, 영국이 대략 2만원정도 하는 걸 보면 그렇게 비싸지는 않은 가격이지만, 한국이나 일본이 대략 5천 원 안팎인 걸 비교해 보면 그리 싼 가격도 아니다.


이 나라는 담배의 백해무익에 대해 지식이 없는 건가?

그런 지식이 없다면 애초에 우리 아이들의 흡연을 도와달라는 글이 있지도 않았겠지.


흡연예의를 지키고, 집에서 교육이 잘되어 있다면 아이들은 흡연을 안 하게 될 거라는 너무 기본적인 생각은 왜 안 하는 걸까.


애 한 명을 놔두고 대화 없이 양옆으로 휴대폰만 만지는 부모가 "걱정입니다. 우리 아이 폰사용을 줄이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이것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애 가운데 놔두고 양옆으로 담배 피우는 부모가 "도와줘요! 흡연하는 우리 아이가 걱정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에 실소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네팔에는 마리화나의 날이 있다.

그날은 전 국민이 마리화나를 피워도 되며, 곳곳에 양귀비밭이 무성하더라.


스위스 역시 마리화나를 사고파는 건 불법이지만 (그러나 잡혀가지는 않는다) 피우는 건 자유라고 한다.


그나마 마리화나는 담배처럼 지독한 냄새도 아니고, 나한테 직접적인 피해는 없어 상관없지만, 담배 연기는 외출을 삼가게 만들고, 인상을 쓰게 만들고, 코를 막게 만들고, 그 자리를 피해야 하게 만드는데,


이 사람들은 왜 기본적인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의라는 걸 갖추지 않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일전에 아는 스위스인 여자가 나한테 자신은 배려가 차고 넘쳐서 지하철 플랫폼에서 담배 피우다가 앞에서 유모차가 오면 담배 피우던 손을 아래로 내린다는 어이없는 소리를 하길래 내가 한심한 얼굴로 답변해 준 적이 있다.


"네가 손을 내리면 그 높이가 딱 아기가 누워있는 유모차의 높이란다. 유모차가 지나가면 최소 손을 위로 올려서 그 연기를 니가 다 마셔야지. 아기가 마시게 하면 되겠어?"


그랬더니 큰 깨우침이라도 깨달은 표정으로 합장까지 하면서 "그렇구나!"라고 하더라.


정말 모르는 걸까.


손에 든 담배
취리히 SBB 선로에 버려진 담배꽁초들
이케아 입구에서 담배피면 출입하는 사람은 어쩌라고?


차츰 계몽해나가면 언젠가 담배매너를 지키는 날이 올까.

담배를 줄였더니 마리화나를 피더라 라는 날이 될까.


진심 이 담배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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