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나?
나라마다 불길한 숫자가 있다.
한국에서는 숫자 4를 꺼린다. ‘사(四)’의 발음이 ‘사(死)’, 즉 죽을 사와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도 4층 대신 F층이라고 표기된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4는 ‘시(し)’로 발음되지만, 죽음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욘(よん)’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인도는 8이다.
힌두 점성술에서 샤니(Saturn)는 시련과 장애, 고통, 카르마를 관장하는 불운의 행성(토성)이다.
단순히 8일뿐 아니라, 2+6=8이 되는 26일, 1+7=8이 되는 17일 같은 날도
결혼식이나 중요한 일을 피하곤 한다.
유럽으로 가보자.
유럽 대부분의 국가—독일, 프랑스, 스위스, 영국, 러시아, 그리고 이탈리아는 13이라는 숫자를 불길하게 여긴다.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예수의 마지막 만찬에서 13번째 인물이 가롯 유다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호텔, 병원, 항공기에서 13층, 13호, 13번 좌석을 아예 없애거나
12A 다음에 14A로 바로 건너뛰기도 한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17도 불길한 숫자이다.
17은 로마자로 XVII이고, 이 순서를 조금 바꾸면 VIXI가 된다.
라틴어로 '나는 살았다', 즉 '죽었다'는 뜻이 되기 때문에 불길하단다.(아따~, 복잡하기도 하다.)
이탈리아에 가면 유심히 살펴봐라.
호텔 엘리베이터에 17층이 빠져 있는 경우를 종종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높은 건물도 없긴 하지만..)
그 외에도 미국, 멕시코, 브라질, 이란, 터키 같은 나라에서도 13은 불길한 숫자다.
이렇게 전 세계가 저마다의 숫자를 불길하게 여기는데, 여기서 궁금한 거 하나.
만약 나 혹은 내 가족의 생일이 XX월 13일이라면?
그러면 13일에 태어났으니 불길하다고 할까?
글쎄, 아무래도 그건 아닐 거다.
급 탈룰라로 빙의해서
“괜찮아! 트와일라잇 주연 로버트 패틴슨도 13일에 태어났어.”라던지
“마가렛 대처랑, 히치콕 감독도 13일에 태어났대."
라며 ‘13일에 태어난 유명인’을 소환하며 위로할 것이다.
우리는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숫자는 피하고,
어떤 숫자는 행운이라 여긴다.
그런데 말이다,
만약 내 생일이, 또는 누군가의 가장 소중한 날이 그 ‘불길한 숫자’와 겹친다면?
그때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불길하고 나발이고,
그냥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