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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자전거를 타며 알게 된 것들

by 소류

자전거 천국!


태어날 때부터 자전거를 타서 그런 걸까, 일본인중에 자전거를 못 타는 사람이 드물다.

남녀노소 누구나 당연하다는 듯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출퇴근 시간에 정장을 입은 회사원들.

등하교하는 중고딩. (초등학생은 자전거 등하교 금지)
학교 앞이나 역 앞 주륜장에 빈틈없이 주륜 된 자전거들.

심지어 마마 차리(주로 엄마들이 타는 자전거)에 앞뒤로 아이를 태운 애엄마를 흔히 목격할 수 있다.

Screenshot 2025-07-16 at 10.22.14.png 아기를 앞 뒤로 태운 엄마는 슈퍼우먼인가!


이렇게 자전거가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보니, 그로 인해 발생하는 몇 가지 일들을 적어보겠다.



불법 주륜과 자전거 철거 – 어느 날 갑자기 자전거가 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길거리 곳곳에 세워진 자전거들이다.
일부러 폐기를 위해 길가에 두는 경우도 있고 불법으로 세워두는 경우도 있다.

일본에서는 정해진 장소에 자전거를 세우지 않으면 '불법 주륜'으로 간주돼 철거 대상이 된다.


나도 당한 적이 있다. 수영장에 가는 길에 주륜장이 꽉 차서 근처 서점 앞에 세워뒀다.

이미 몇 대의 자전거들이 세워져 있어서 안심했는데 수영을 마치고 나오니 자전거가 없어졌다.


순간 ‘도난인가?’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구청 자전거 보관소에 전화했더니 역시나 철거되었던 것이다. ㅠㅠ
회사 휴가를 내서 신분증을 들고 몇 킬로나 떨어진 보관소까지 가서, 벌금 5천 엔(도쿄 기준)을 내고 자전거를 되찾아 왔다. 아들 것까지 해서 만 엔(10만 원) ㅠㅠ


최근에는 단속이 더 강화되어 이자카야나 라멘 가게 앞에 잠시 세워둔 자전거도 철거되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가게 주인이 벌금을 대신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Screenshot 2025-07-16 at 8.09.34.png 빨간딱지 붙은 철거된 자전거들


자전거 보관소에 가보면 철거된 자전거들이 정말 많다.
보관기간은 대충 한 달 정도고,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중고상에 넘기거나, 해외로 매각되거나, 상태가 나쁜 경우에는 폐기된다고 한다.
중고상에 넘겨진 자전거는 재정비를 거쳐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다시 판매된다.



도로 안전 문제 – 자전거는 어디로 가야 할까?


자전거는 인도나 차도 할거 없이 종횡무진으로 달린다.

보행자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치고, 차도에서 역주행하는 자전거도 심심찮게 보인다.

신호를 무시하는 일도 많다.

자전거 도로가 적고, 있어도 폭이 좁은 데다 정차된 택시나 배달차로 인해 편하게 달릴 수 없는 게 실정이다.

Screenshot 2025-07-16 at 8.17.02.png


자전거 사고도 의외로 많다.

"일본 골목에서 운전할 땐 자전거랑 전봇대 때문에 운전이 어렵다."라고 할 정도다.

그만큼 좁은 공간에서 많은 자전거들이 얽히다 보니, 보행자와 운전자 모두 긴장하며 움직이게 된다.

Screenshot 2025-07-16 at 11.11.12.png

나도 신주쿠 같은 번화가 골목에서 택시와 자전거가 부딪히는 사고를 몇 번 목격한 적이 있고 집 앞 골목에서 다른 자전거와 부딪혀서 넘어진 적도 있다.



도난 문제 – 특히 번화가에서는 열쇠를 꼭 잠가야 한다.


일본이 비교적 안전한 나라이긴 해서 사실 웬만하면 자전거 열쇠를 채우지 않는다.

하지만, 자전거 도난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소싯적에 자전거를 훔친 적이 있다.

지금은 반성하고 있고, 그 이야기는 책으로 썼다 (뭐 자랑이라고..ㅎㅎ)

https://short.millie.co.kr/gotic6


일본에서 자전거를 구입하면 반드시 방범 등록(防犯登録)을 해야 한다.

자동차 번호판처럼 자전거에도 노란색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도난 시 이를 통해 주인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등록이 되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찾을 수 있는 건 아니니, 반드시 열쇠를 잠가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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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인데 나는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고 아래 사진처럼 시간에 얼마씩 내면서 주륜장을 이용한다.

그런데 퇴근하고 자전거를 빼러 가니까 어떤 외국인 남자가 내 자전거를 만지고 있었다.

이거 내건데 뭐 하는 거냐?라고 하니까 얼버부리더니 황급히 가버렸다.

딱 내 자전거에 열쇠가 채워져 있었고 그걸 훔치려다가 들킨 거다.

Screenshot 2025-07-16 at 10.52.57.png


일본의 자전거 문화는 정말 잘 정착되어 있고, 아주 편리하다.


한국에서는 일상에서는 자전거를 안 탄다며 못 타는 사람도 많다고 하니까 일본인 친구가 하는 말이 "애들이 친구집이나 공원에 놀러 가거나 학원 갈 때 뭐 타고 가냐"고 묻는다.


일본 생활을 앞두고 있다면, 자전거는 거의 필수다.

그전에 여러 가지 규칙과 실상에 대해 먼저 마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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