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에서 공부하기 -학교 시스템

칸톤 취리히에 한해서

by 소류

초등학교 6학년, 중3, 고3, 대학


한국과 비슷하게 이렇게 흘러가는 것은 똑같다.


그럼 이제부터 차이점에 대해 장황하게 적어보도록 하겠다.





유치원 2년 (Kindergarten)

4세가 되면 유치원에 입학한다.

대체적으로 모든 유치원, 학교는 6월생에 끊어서 8월 마지막주에 입학한다.


참고로 한국은 빠른 생 없이 3월에 입학하고 일본은 2월생까지 끊어서 4월에 입학한다.


유치원은 11시 55분에 마치는데, 도시락, 급식, 교복, 이런 건 일절 없고 오전 간식은 직접 싸가야 한다.

주로 노래 부르면서 놀고, 그림 그리면서 놀고, 숲 탐방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6살까지 2년 동안 유치원에 다니고, 그 후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초등 6년 (Primarschule)

6세에 입학한다.

초등 3학년까지는 유치원생 저리 가라 할 만큼 놀기만 한다. 정말 이렇게 놀기만 해도 될까 싶을 정도다.

장난감 가지고 놀고, 학교에 포켓몬카드 같은 걸 가지고 갈 수도 있고, 쉬는 시간에도 축구하고 줄넘기하고 우야둔둥 놀기만 한다.

1학년 숙제가 숫자 "1" 써 오는 거고, 다음날은 "2" 써 오는 거다.


그리고 4학년부터 독일어 문법도 배우고, 영어수업이 추가된다.

얘네들은 평소 스위스어로 대화하기 때문에 독일어 문법은 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운다.


5학년부터는 프랑스어를 배운다.


4학년인 우리 애 수학시험문제를 보니 한국의 2학년정도 수준이다. 일본에서 중학입시공부까지 했기 때문에 이런 건 누워서 침 뱉기 수준이라 늘 6점을 받아왔다.

숙제도 얼마 없어서 20분 이상 하는 걸 못 봤다.

그 외 스위스지리, 역사, 음악, 공작, 미싱 같은 걸 배운다.

초등4학년이 미싱을 하다니 좀 신기했다.

6학년 되면 파스타 같은 요리도 배운다고 한다.

자연, 과학, 물리 같은 건 아예 없다.

물어보니 중학생부터 한단다.

시험은 1-6점으로 평가되고 6이 가장 높은 점수이다.


6학년 되면 시험성적, 생활태도로 중학반편성에 반영된다.

11세에서 12세 정도에 졸업한다.




중학 3년 + 고등 3년

여기서부터 두 곳으로 나뉘는데 아래와 같다.


김나지움(Gymnasium)세쿤달슐레(Sekundarschule)


보통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무조건 김나지움에 가야 한다!!라고 생각한다. 왜냐면 김나지움이 인문계고등학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그래서 초6 졸업할 때 김나지움 입학시험을 쳐서 합격하면 중.고 합해서 6년 동안 랑게(Lange) 김나지움에 다닌다.

입시시험은 독일어와 수학이다.


그런데 입학 후 1학년이 되어 Probezeit(시범기간)이 6개월 정도 있는데 그 기간 내에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거나 성적이 안 좋거나 하면 퇴학을 당한다.

입학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렇다고 절망할 건 없다.

집 근처 세쿤달슐레에 가면 되니까.


6년 후에 김나지움 졸업시험 (matura)를 치는데 웬만하면 합격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식으로 계속 쳐내다가 졸업할 때쯤에는 정말 공부 잘하는 애들만 남게 되니 떨어지는 사람은 몇 명 안 되는 게 이해가 되었다.

졸업하게 되면 18세가량 된다.


세쿤달슐레(sekundarschule)는 일명 집 앞에 있는 공립 중학교다.


랑게(Lange) 김나지움에 가기 싫거나, 집에서 멀거나,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거나 하면 시험 없이 세쿤달슐레(sekundarschule)에 간다.


세쿤달슐레는 초6학년 성적과 학교생활로 선생님이 평가해서 A, B, C반으로 배정된다.


웬만큼 공부에 관심 있고 잘하면 보통 A클래스, 공부에 별로 관심 없으면 B클래스, 진짜 꼴통이라면 C클래스로 배정된다.


그렇다고 고정은 아니다. A, B, C반은 학교생활, 시험성적등으로 반이 바뀔 수도 있다.


A반에 한해서 1년 반 후에 김나지움에 갈 수 있는 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이 있는데, 시험과목은 독일어와 수학시험에다가 프랑스어도 추가된다.

수학은 잘하는데 프랑스어를 못해서 걱정이라고?

괜찮다. 과락은 없고, 세 시험의 평균이 4.5가 되면 합격하니 프랑스어를 너무 못한다고 해도 수학을 잘하면 만회할 수 있어 합격은 가능하다.


그렇게 크루츠(Kurz) 김나지움에 가면, 기간은 총 4년이고, 세쿤달슐레에서는 김나지움 시험 칠 기회가 두번 있다고 한다.


랑게와 크루츠의 차이는...

랑게 김나지움에서는 라틴어를 배워야 한다.


하아ㅠㅠ 언어 지긋지긋해 죽겠는데 라틴어까지 추가냐?라고 생각한다면 그냥 쿠르츠로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아는 영국인 딸도 김나지움에서 독일어로 공부하는 것도 힘든데 라틴어까지 해야 해서 죽을 지경이라 힘들어하다가 취리히시내의 영어김나지움으로 옮기고 라틴어를 안 하니 세상 편해졌다고 한다.


또 옆집 일본인 딸도 열차로 4 정거장이나 되는 김나지움에 진학했는데 제적위기에 놓여있어서 지금 똥줄 타는 중이라고 한다.


김나지움시험에 떨어지거나 애초에 갈 마음이 없다면 세쿤다슐레 졸업 후, 레러(Lehre, 견습생)으로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게 된다.

레러를 원하는 회사가 많고, 업종도 다양하다.

요즘은 레러할 사람이 없어서 외국인을 레러로 고용하는 회사도 많다고 한다.


아이티일 경우 야후나 구글 같은 곳도 레러를 모집한다.

그때 되면 보통나이가 16세 정도인데 이 나라는 16세부터 일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월급은 보통 1000에서 2000 CHF(프랑) 정도 된다.(150-250만원사이)


이렇게 어린 나이 때 취직해서 일하다가 대학에 가고 싶으면 베루프마투라(Berufmatura)시험을 치면 Fach-hochschule에 갈 수 있다.


물론 matura를 쳐서 University도 갈 수 있지만, 회사경력도 있고 기술직인 경우 Fach-hochschule를 선호 한다고 한다.


University는 주로 이론적인 것이 메인이라면 Fach-hochschule는 실용적인 것 위주니, 기술직을 원한다면 University보다는 Fachhochschule가 더 좋을 수도 있다.


김나지움을 졸업하면 Matura라는 졸업시험을 치는데 여기서 패스하면 스위스 국내의 어느 대학, 어느 과 할 것 없이 아무 곳이나 다 갈 수 있다.

그래서 뭘 전공할까 고민하면서 여행을 떠난다던지, 자기계발을 하며 1년 동안 진짜 공부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나 아는 스위스여자도 1년 동안 여행 다니며 고민 끝에 물리학으로 진학했는데 하다 보니 프로그래밍이 재미있어서 전과했다고 한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게 이런 것도 있다.


그럼 대학이 정원초과가 되거나 않냐고?

여기는 신기하게 의과대학 빼고는 정원이라는 개념이 없다.


그래서 경제학과, 경영학과 같은 곳은 1학년신입생이 바글거린다고 한다.


그럼 뭐 하나. 1학년때 시험쳐서 두 번 정도 낙제하면 제적처리되고, 스위스국내 전체대학의 관련학과에 입학을 할 수도 없게 되는데 말이다.


간단히 말해서 내가 취리히대학 생명공학과에 들어갔는데, 두 번이나 낙제를 했다면 스위스 내 어느 대학을 불문하고 생명공학과 자체를 갈 수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보통 이렇게 제적당하는 학생은 hochschule의 다른 전공으로 하거나 초등학교 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너무 합리적이지 않나 싶다. 두 번이나 낙제를 했다는 말은 그 전공이 나랑 안 맞다는 소린데 굳이 4년을 다니는 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이렇게 바로바로 잘라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의과대학은 Matura를 치고 따로 시험을 봐야 하며 정원도 있다. 그런데 이 시험이 참 특이하다. 아이큐시험이랑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기억력 시험도 있으며 정말 머리가 좋은 건지 보는 거라고 한다.


보통 한국은 고3 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공부만 하다가 수능성적에 맞춰서 눈치작전으로 대학에 가거나, 적성과 상관없이 간판을 딸 목적으로 대학을 가서 졸업 후 대충 거기에 맞는 직장을 구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스위스라고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보다 더 실용적으로 만들어 놓은 시스템인 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대학을 안 나온 경우 취직이 안되거나 차별이 있거나 그런 불이익은 없을까?

우리가 기를 쓰고 대학을 가려는 이유가 사실 이거 때문 아닌가.


그런데 여기는 그런 게 없다.


Uni를 나와도 Fachhochschule를 나와도 전문학교를 나와도 비슷하다.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별반 다르지 않다.


내 남편도 전문학교 출신으로 아이티업계에서 일하고 있다.

아주 대단히 많은 월급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나 아는 스위스여자는 로잔공대졸업에 하버드석사를 마쳤는데 스타트업회사 리더로 매일 바쁘고 힘들게 일하고 있다.

대학을 안 간다고 해서 차별이 있는 건 아니다.


또, 아는 사람 남편은 세쿤달슐레 졸업하고 스위스 은행에서 레러하다가 대학 안 가고 이 은행에 정식으로 취직해서 50세 넘은 여태 다니고 있다.


한국에 사는 조카가 안산디미고를 다니면서 웬만한 모바일게임이나 앱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학에 안 간다고 선언했고 이걸로 언니와 마찰이 있었다.

한국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학은 필수인 걸 잘 알기에 언니의 의견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대학이 조카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 또한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만일 조카가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녔다면?

이 나라야말로 이 아이에게 잘 맞는 시스템인 거 같다.

세쿤달슐레를 졸업하고 구글이나 야후 같은 곳에서 레러를 하다가 정식으로 취직해도 되고, 더 공부하고 싶다면 베루프마투라시험을 쳐서 Fachhochschule에 가면 되는 거다.


실제로 이런 식으로 졸업하고 회사를 설립한 사람도 많다.


아는 한국사람은 유럽의 MIT라는 취리히공과대학(ETH)를 졸업하고 몇명모아 회사를 설립했는데 보기좋게 망했다.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해서 잘나가는것도 아니라는 말이다.


스위스의 학교시스템. 전체적으로는 이러한 모습이다.


나도 처음에는 절대로 김나지움에 보내야지 라고 마음먹었는데 생각이 점점 바뀌고 있다.


다음에는 김나지움 안에서도 전공이 다양하다고 하는데, 그쪽에 관해서 적어볼까 한다.


초등학교4학년 수업 모습



세쿤달슐레 야외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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