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하게 비치는 한줄기 햇살 같은 드라마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겨울에 고즈넉하게 비치는 한줄기 햇살처럼 다가와
마음을 따듯하게 해준 드라마 "커피 한 잘할까요" 12화까지 다 정주행을 했다.
매 화마다 너무 가슴이 울려서 아껴보고 싶고 계속 찾아보고 싶은 그런 드라마였다.
옹성우, 박호산 주연의 카카오 TV 오리지널 드라마 "커피 한잔할까요"
12부작의 짧은 웹드라마로 한편에 30분 정도라 가볍게 보기 좋았다.
제1화. God Shot
제2화. 고비, 고비? 고비!
제3화. 카페 볼드모트
제4화.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인
제5화. 나를 잊지 마세요
제6화. 웨이터
제7화. 믹스 앤 매치
제8화. 힙스터
제9화. 상대적이지만 절대적인
제10화. 새로운 물결
제11화. 빛과 소음
제12화. 달콤 쌉싸름한 위로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고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강고비.
우연히 들르게 된 ‘2대 커피’에서 박석의 커피를 마신 뒤 바리스타를 꿈꾸게 되고,
함께 카페에서 일을 시작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
드라마를 다 보고 여운이 상당히 많이 남았지만 무엇보다도 단연 기억에 남은
9화 '상대적이지만 절대적인'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드라마 중 엄마의 대사인 "그럼 난 뭘 해야 돼? "라는 말이 계속 뇌리에 박혀 마음이 아린달까.
엄마는 항상 뭔가 눈물의 치트키 같다.
2대 커피의 단골 중 한 명인 만화가 미나 집을 찾아온 엄마이야기.
마감으로 예민한 웹툰 작가 미나. 작업실이자 집에 찾아와
챙겨주려는 엄마 수정의 마음을 알면서도 자꾸 신경이 거슬린다.
두 사람은 이대 커피로 향했고 모처럼 카페 데이트 시간을 보냈지만, 어딘가 어색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간 가게 오면 밝고 명랑하던 미나는 정작 가까운 엄마와 방문했을 때는 다른 모습이 비쳤다.
이후에 다시 마감에 몰두하게 된 미나는 엄마가 모임을 핑계로 집에 찾아온 것도,
또 같은 옷을 입고 온 것도, 자꾸 불러내는 것도 거슬려 결국 엄마에게 비명을 지르며 폭발하고 말았다.
마감으로 인해 잔뜩 예민해져 엄마에게 마음에도 없게 차가운 말들을 내뱉고 작업했지만
한참 뒤에야 엄마 휴대폰에서 봤던 사진 속 약을 검색해 본다.
알고 보니 약들은 유방 암약이었고, 미나는 망연자실해 초조한 상태로 엄마를 찾아 나섰다.
그리고 전력 질주로 달려가 껴안았다. 그제야 무뚝뚝했던 딸이 아닌, 감정에 북받친 채 오열하며 철부지
어린아이로 돌아간 미나였다. 엄마의 건강을 몰랐던 미안함은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됐으리라 생각해 본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현실 엄마와 자식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마치 내 모습 같았다, 우리 엄마와 나 같았다. 나 또한 직장으로 타지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기에 어쩌면 굉장히 공감이 많이 됐다. 속상했다. 보는 내내 미나의 모습이 나 같았고 엄마는 우리 엄마 같았다.
핸드폰을 건네며 이게 또 안된다고 도와달라던 엄마에게 지난번에도 알려주지 않았냐고 투덜대는 모습도,
무엇을 먹고 싶냐며 계속 묻던 모습도. 무엇보다 집에 밥이 없어서 엄마 반찬에 햇반을 먹는 장면과
엄마의 비빔국수가 먹고 싶다던 미나의 모습에 놀랐다.
나 또한 엄마의 비빔국수가 최애이고, 엄마가 오면 밥이 없어 햇반을 내어 놨으니.
그동안 보인 이대 커피 속 미나의 모습과 그리던 낙서가 귀여웠다면, 이번화에서는 작업 중인 진지하고
프로다운 아우라를 뽐내며 반전을 드러냈다. 사람 미나의 이야기를 정말 잘 담아낸 회차였다.
감히 12화 중 베스트 에피소드로 꼽았지만, 사실 엄마라는 주제가 가장 크게 와닿지 않았을까 싶고
극중 엄마가 혼자 2대 커피에서 보내는 시간이 쓸쓸하지만 편안해 보였달까.
아껴두고 또 꺼내보고 싶은 소중한 드라마를 찾았다.
다 보고 너무 아쉬워 메이킹도 찾아봤는데,
배우분들도 시즌 2를 원하던데 감독님이 이 글을 보시면 참 좋겠다. 시즌 2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