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도 옷차림도 가벼운 밴쿠버 사람들

by 정윤희

"오, 트래픽 쥄!"


수화물 벨트 위로 가방이 내려오다가 서로 엉켜버렸던 상황에서 한 아주머니가 농담을 내뱉으신다. 교통 체증은 점점 더 심각해지더니 통로가 꽉 박혀버렸고 급기야는 벨트가 멈추고 말았다. 다들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몇 분 뒤 작업복 차림의 남자가 씩씩거리며 출동했다. 흥분해서 씩씩거리는 게 아니라 쇼맨십의 제스처였다. 또다시 몇 분이 흘렀고 벨트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부 사람들에게서 박수가 나왔다. 오래간만에 외국인으로부터 여유 있는 태도를 느껴보는 것 같다. 몬트리올과 파리 사람들은 나보다 성질이 급한 듯했다.


밴쿠버에서 옐로나이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 젊은 남자 승무원은 모두에게 친절했다. 두꺼운 패딩을 올리려는 내게도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었다. 패딩을 건네줄 때 패딩을 부지런히 돌돌 마는 내 제스처를 보고 흠칫 놀라 남자는 말한다.


"오, 정말 감사해요!"


아이와 두꺼운 점퍼, 한 쌍의 보스턴백까지 챙기는 내가 이들 눈에는 매 순간 너무나 애쓰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는지. 분투하는 나와는 다르게 밴쿠버 사람들은 농담이 몸에 밴 듯하다. 어디에서나 유쾌한 웃음소리와 데시벨이 큰 대화소리가 들린다. 심지어 이 추운 날씨에 옷차림마저 가볍다. 이 승무원은 음료차를 끌면서 승객 모두와 농담을 나눈다. 덕분에 국제선 비행기보다 훨씬 작은 국내선 비행기 안에서 뒷자리인 내게 음료차가 도착하는 데에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 듯했다. 이 사람 국내선이 진짜 적성에 잘 맞는 것 같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주스 포 허, 플리즈. 앤 커피 포 미, 플리즈."

"유 캔 테이크 와인, 오어 비어, 투."

"아이 노우, 벗 댓츠 오케이."


친절을 베푸는 그의 멘트에 나도 모르게 호의를 딱 잘라버리는 무미건조한 멘트를 뱉어버렸다. 영어가 짧은 탓이었지만, 감정이 지친 탓도 있었다. 농담은 매우 고급스러운 언어의 기술이다. 만약 내가 밴쿠버에 이민 온다면 머지않아 고립될 것이 자명하다.


2025.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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