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의 비공개 메시지

by 정윤희

옐로나이프 일정을 마치고 밴쿠버에서는 3박을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귀국할 예정이었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밴쿠버의 숙소에는 역시나 크고 깔끔한 주방이 있었지만, 밤에 도착한 첫날을 제외하면 겨우 이틀 묵었기 때문에 요리는 하지 않게 되었다.


숙소의 운영장 엘사 님은 나의 엄마와 연배가 비슷해 보였고, 필리핀계 이민자였다. 남편과 언니와 함께 살고 있었으며, 주방에 걸린, 졸업복을 입은 어여쁜 여성 세 명의 사진으로 미루어보아 세 명의 딸을 두었고, 모두 출가한 듯했다.


"어디 어디 다니셨나요?"

"몬트리올, 퀘벡, 암스테르담, 파리, 그리고 옐로나이프에 있었어요?"

"와우, 긴 여행이었네요. 원래 여행을 좋아하나요? 매년 이렇게 다니나요?"

"아뇨, 평소 여행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아이도 아직 어렸고요. 이렇게 긴 여행은 이십 년 만이에요."


이십 년 만이라는 이야기에 주방에서 각자의 일을 보고 있었던 언니 분과 남편분의 이목이 주목된다. 그래서 화제를 전환하기로 했다.


"엘로나이프에서는 3박을 했는데, 오로라를 보지 못했어요."


엘사가 웃음을 터뜨린다.


"옐로나이프에서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고요? 우린 여기서도 2주일 전에 봤어요."


그러고는 대화를 이어간다.


"나도 옐로나이프에 가봤어요. 좋은 곳이지요. 알래스카 지역도 여행 가면 좋아요. 서울에도 가봤어요."

"아, 그래요?"


엘사와의 대화는 늘 유쾌했다. 말투가 호탕해서 연배는 엄마 벌이었지만 친구랑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반면 남편 분과 언니 분과는 대화가 다소 어려웠다. 그들은 나를 호텔 객실을 찾아온 손님으로 대해야 할지, 아니면 그저 이웃집을 찾아온 손님으로 대해야 할지 혼란을 겪는 눈치였다. 그래서 빨래를 부탁 거나 주방에서 도구를 빌릴 때 일부로 공손하게 부탁을 했다. 에어비앤비에서 집을 공유하기로 결심했던 양자의 취지란 게, 꼭 경제적인 이유가 전부는 아니었을 테니까.


사실 이 숙소에서는 체크인할 때부터 에피소드가 있었다. 내가 에어비엔비에 재인이의 몫을 빠뜨리고 1인으로 예약해 버린 것이다. 엘사 님은 괜찮다고, 천천히 현금을 마련하면 나중에 주라고 하셨는데, 그나마도 외국 돈에 대한 감각과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부족했던 차에 서로 약속해 둔 금액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그래도 엘사는 호탕하게 괜찮다고,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며 나를 안심시켜 주신다. 너무나 미안했다. 그렇게 엘사 님은 머나먼 나라에 사는 좋은 이웃으로 내게 간직되었다. 그리고 비공개 메시지에 메일주소와 연락처를 남겼다.


'나중에 서울에 또 오실 일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빚진 친절 값겠습니다.'


몬트리올 공항에서 만난 한국인 아저씨가 나에게 남겼던 메시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누군가에게 연락처를 남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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