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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들려주는 소리

박종필 개인전_ Between, the fresh-m _ 2025

by 정윤희
[크기변환]fresh-m no.24, 2022, Oil on canvas, 130.3 x 162.2 cm.jpg ⓒ박종필, fresh-m no.24, 캔버스에 유채, 130.3 ×162.2cm, 2022



꽃에서 첼로 소리가 나는 듯하다.


꽃은 자신을 모두 열어 보여준다. 켜켜이 쌓인 꽃잎들 하나하나의 고유한 결과, 그 작은 꽃잎에 맺힌 더 작은 이슬방울을 모두 보여주고 있다. 가장 내밀한 꽃실과 꽃밥도 보여주고, 그것의 변색이 시작되었다는 것까지 보여주고 있다. 꽃은 곧 저물 거다. 이미 가장 바깥쪽 꽃잎들은 빛깔이 옅어지고 있다.


하지만 꽃이 들려주고 있는 건 언젠가 자신이 저물 거라는 구슬픈 한탄의 음악이 아니다. 본래 꽃이란 가장 많이 벌어졌을 때 이미 일부는 시들어져 있는 법, 그저 가장 아름다운 지금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다.


가장 활짝 핀 꽃은 가장 강렬한 빛을 쐐도 좋다. 그 빛은 너무나 강렬해서 꽃의 낱낱을 밝히고, 꽃잎을 투과해 버리기도 하며, 그 과정에서 꽃잎의 수분을 앗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 순간 꽃의 의미는 극대화된다.




[크기변환]fresh-m no.17, 2021, Oil on canvas, 162.2 × 262 cm.jpg ⓒ박종필, fresh-m no.17, 캔버스에 유채, 161×262cm, 2021



태양과 동등해질 유일한 방법은 그 강렬한 빛 아래 자신을 활짝 열어 보이는 것뿐, 자신의 생명력을 증명할 유일한 방법은 시들고 떨어져 나간 일부마저 활짝 드러내는 것뿐.



[크기변환]fresh-m no.39, 2024, Oil on canvas, 112.1 x 193.9 cm.jpg ⓒ박종필, fresh-m no.39, 캔버스에 유채, 112.1×193.9cm, 2024



첼로 소리에서는 묵직함과 화려함이 모두 느껴진다.






<전시 정보>

박종필 개인전_ Between, the fresh-m _ 2025.2.13-3.13

박여숙 화랑_ 서울 용산구 소월로 38길 30-34



<작가 소개>

박종필 _ 작가는 6년 만의 이번 전시에서 화려한 색조와 하이퍼리얼리즘 기법으로 꽃을 그렸다. 대상을 집요하게 관찰하는 태도는 표면적인 형상 이면의 다양한 층위의 경험과 사유를 내포한다. 서울과 제주 등에서 14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극내외 공공기관 및 미술관의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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