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넛들의 대상 a 프로젝트

김재용 개인전, 런 도넛 런, 2025.2.26-4.5

by 정윤희
KakaoTalk_20250326_113524689.jpg ©김재용, 런 도넛 런, 2024, 자작나무 합판에 아크릴릭 물감, G10 브라운 레진, 128x120x2.4cm



허기가 졌다.

두 눈은 핑그르르 돌고, 땀이 삐질삐질 났다.

뭘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고, 아무리 단 걸 입에 넣어도 몸은 가라앉기만 했다.


그때, 도넛 하나가 황급히 내 앞을 지나치며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도넛을 따라 나는 이상한 도넛의 나라에 들어가 버렸다.



KakaoTalk_20250326_113524689_10.jpg ©김재용, 피어나는 도넛, 2024, 도자, 아크릴릭물감, 크리스털 레진 글레이즈, 크리스털, 250x320x9cm





©김재용, 도넛 페인팅 시리즈 274, 2025, 섬유강화플라스틱, 우레탄 물감, 레진, 크리스털, 32.5x32.9x13cm







그곳에서 만난 뿔난 도넛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아무리 도넛을 먹어 치워도 기뻐하지 않는 인간이 왔다!"








©김재용, 특별한 하얀 도넛(일부), 2025, 섬유강화플라스틱, 우레탄 물감, 아크릴릭 물감, 레진, 크리스털, 170x170x13cm




그 옆에 있던 천사 도넛이 말했다.

"우리 같이 자기 안에 커다란 구멍을 가지고

살아가는 존재들도

얼마든지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어.

저길 봐."







KakaoTalk_20250326_113524689_18.jpg ©김재용, 도넛 페인팅 시리즈, 2022-2025, 도자, 섬유강화플라스틱, 우레탄물감, 아크릴릭 물감, 레진, 크리스털, 190x232x13cm



눈앞에 형형색색의 수많은 도넛들이 펼쳐졌다.

나의 두 눈은 휘둥그레 해졌다.



©김재용, 특별한 하얀 도넛(일부), 2025, 섬유강화플라스틱, 우레탄 물감, 아크릴릭 물감, 레진, 크리스털, 170x170x13cm




어느샌가 잼을 뒤집어쓴 도넛이 다가오더니

이렇게 말한다.

"네가 도넛을 먹고 진정 행복해지려면,

인생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어야 해."









KakaoTalk_20250326_113524689_19.jpg ©김재용, 위(도넛 페인팅 시리즈)의 일부


그 이야기를 듣자 눈과 귀가 번쩍 뜨였다.


도넛들은 저마다 각자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동그란 문양들이 슈팅스타처럼 터지고 있었다.

그 터져나올 듯한 문양이 나에게도 번졌다.



KakaoTalk_20250326_113524689_08.jpg ©김재용, 벌거벗은 도넛(가장 오른쪽), 도자, 언더 글레이즈, 크리스털, 40x13x12cm, 그 외 다수 작품



가벼움을 받아들이고,

화려함을 입고 나니,

몸이 두둥실 뜨는 것만 같았다.




KakaoTalk_20250326_113524689_02.jpg ©김재용, 수고했어!, 2021-2023, 스테인리스 스틸, 미러 피니쉬, 197x600x130cm



"어때? 이제 좀 행복해졌니?"

수많은 도넛들이 나의 행복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전시 정보>

런 도넛 런 _ 2025.2.26-4.5

학고재 갤러리 _ 서울특별시 종로구 삼청로 50


<작가 소개>

김재용 _ 김재용은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미국 웨스트 하트퍼드 대학교 하트퍼드 아트 스쿨 조각과를 졸업한 후 미국 블룸필드 힐스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도자과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도예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