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되기

셜록홈즈의 고뇌

by 그레이스 강

노래 조금 잘하는 사람보고 가수가 되라거나 음식 솜씨가 뛰어난 아줌마 보고 식당을 하라거나 하는 덕담이 욕이라는 것을 알 사람은 다 안다.

가수? 가창력, 외모, 매너에다 인성까지 겸비해도 될까 말까 한 무제한 경쟁력을 지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직업.

음식점? 특히 이민 사회에서는 요리사,

그것도 짜장면 기술이 있는 사람이 벌어먹고 살기는 최고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조기 은퇴로 내몰리는 중년 백수들이 치킨집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덤벼들었다가 팔에 화상만 잔뜩 입고 두 손 두 발 다 들고, 그나마 있던 퇴직금까지 다 털고 나오는 험한 세상이다.

전업주부였던 와이프의 음식솜씨만 믿고 일을 벌인 탓도 없지 않고.


아이돌이 되기 위한 조건 중의 하나는 키가 커야 하고 머리숱이 많아야 한다나.

잦은 염색과 드라이로 상하기 쉬운 조건에서 선천적으로 강한 모발을 타고나서 환경에 굴하지 않는 우성의 머릿결이어야 한다고. 음식 솜씨만으로 식당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다. 경영능력과 지칠 정도로 끊임없는 메뉴 개발을 해야 하는 창의력을 갖추어야한다. 과연 그런 재질을 가진 전업 주부들이 몇이나 될까?

그냥 솜씨가 좋아서 주변 사람들과 맛깔스러운 음식을 나누어 먹고 칭송을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보면 심한 자괴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나의 어릴 때 꿈은 탐정(그 당시에는 여류라는 말을 많이 썼다)이 되는 것이었다.

'괴도 루팡'과 '셜록 홈즈'에 심취한 탓도 있었다.

특히 디테일한 원본이 아닌 어린이 명작선 같은 간추린 소설을 읽고도 심취했으니 나중에 원작을 읽으면서 느낀 문학적인 면면은 말로 다 할 수가 없었다.

가수나 식당 경영을 재주가 있다고 해서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예민하고 약간의 추리력과 직관력이 있다고 탐정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다.


엄마의 어릴때 꿈이 탐정이었다는 것은 외할머니가 소녀때 대동강을 누비던 쇼트랙 스케이트 선수였다는 것 만큼 아이들에게는 황당하게 들렸나보다.

그에 대해 나도 강하게 반박하지도 않았다.

이미 그때는 탐정의 꿈은 지나간 후였으니까.


그래도 엄마가 좋아하던 책인 셜록 홈즈 소설을 읽고있던 초등학생이던 작은 아이의 일이 기억난다. 책 내용중에서 홈즈가 피곤해서 맥풀린 채로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을 보고 맥풀린이 영어로 사람 이름인 줄 알고 '맥풀린'씨가 누구냐고 물어보아서 한바탕 웃었었다.


30대의 젊은 엄마는 늙은 모친이 되고 어린아이는 사회인이 되어 늙은 엄마와 영드 '셜록'을 보고있다.

'맥풀린'씨와는 차원이 다른, 이해를 못해서 의문점 투성이의 '셜록'을 보려니 각 사람의 형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세월의 흐름을

온 몸으로 막아서고 싶은 마음 뿐이다.

이민 올 때 영어를 제일 잘 했던 가장이 시간이 갈수록 가족중에서 제일 못 하게 되는 것과 버금가는 상황때문에.

결국 점점 바보처럼 변해 간다는 뜻.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처음 간 곳은 나의 어린 시절을 영롱하게 수 놓았던 셜록 홈즈의 하숙집이었다.

하숙집 여주인인 허드슨 부인이 은쟁반에 티 세트를 챙겨서 가져오는 모습이나 사건 의뢰인이 초조한 모습으로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 상상을 하면서 그의 방으로 올라갔다.

마치 홈즈가 그 방에 있는 것처럼 황급한 마음으로.

왓슨이라는 온유한 친구와 담소를 할 것 같기도 하고 잘 풀리지 않는 사건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파이프 담배를 피던가 아니면 신경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 바이올린을 켜던가 하는 소설 속의 그를 떠올리면서.

그러나 방문을 열자 펼쳐진 광경은 허접하기 짝이 없었는데 밀랍으로 만들어진 그의 전신상과 그가 사용했음직한 물품들을 재현해 놓은 모습들이 유치하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했다.

가방화사인 '고야드'에서 책상을 만들어서 기증했다곤하지만.

홈즈가 작품 속에서 살았던 집을 실제처럼 만들어서 뮤지엄으로 보존하려는 영국인들의 노력이 부럽긴 하다. 나한테는.


일생동안 연애 감정이란고는 느껴보지도 않고 오히려 수사에 방해가 된다고 일부러라도 멀리했던 그의 건조했던 삶에 왓슨이라는 정이 많고 인간적인 친구가 항상 곁에 있었던 것이 그에게 행운이었으리라.

날카로운 추리력과 남다른 직관력, 천재적인 지능의 소유자인 홈즈를 탄생시킨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은 의사이면서 작가가 된 사람이다. 홈즈의 캐릭터는 그의 스승인 '벨'박사를 모델로 했다고.

작가가 애정했던 '얼룩 끈의 비밀'이나 '붉은 머리 클럽', 미국 어린이 독서 리스트에 있는 '바스커빌가의 개'등

작품마다 스릴이 넘치고 재치와 런던 혹은 교외의 넓은 농지 특유의 음울한 분위기가 콘트라스트를 이루는 명작들 뿐이다.

50여 편의 소설로 수많은 영화가 나오고 홈즈를 재현하기 위한 개성파 배우들이 등장했다.

또한 19세기 말기, 즉 1870년대의 영국 상황과 그 이전의 식민지를 거느렸던 사회상으로 인해서 인도 거주자들이 영국에 돌아와서의 생활과 아메리카로 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

또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을 훔치려는 자와 유산의 분배 때문에 살인을 하려는 자를 추격하는 일들. 요즘 액션이나 스릴러물들도 따라잡기 힘든 소재와 반전을 선사한 작품들로 가득 찼다.

젊은이들을 겨냥해서 만든 시리즈에 나오는 '베네딕트 컴버배치'같은 배우를 보면 여자 스파이나 여전사 같은 '제니퍼 로렌스'나 '스칼렛 요한슨'이 표현할 수 없는 영국적인 정서를 잘 묘사한 것 같아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것 같다.


다시 홈즈의 고뇌로 되돌아가 보면 천재의 고독이라고나 할까?

스스로 자신의 팔에다 코카인을 주사하는 홈즈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왓슨에게 천재에게는 이까짓 것은 중독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그의 초연한 모습때문에 탐정이 되기까지의 온갖 고생스러움이 묻혀버렸다.

많은 학문을 섭렵하고 마치 웅비하려고 움츠린 상태에서 고난을 감내하는 그의 모습조차도 상황극이라기엔 인생을 대하는 긍정성을 보는듯하다.

엉클어진 실타래도 시작은 있는 법이라는 그의 이론과 항상 실험정신과 인내로 무장한 그를 주인공으로 만든 작가도 홈즈를 능가하는 천재임에 틀림이 없다.

그의 작품에 녹아있는 냉철함과 절대로 악에 지지 않는 그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홈즈라는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에 몸이 떨릴 지경이다. 그러나 그에게도 사건 의뢰가 없어서 힘든 시기가 있었고 그래도 비굴해지지 않는 자신만만함과 그 동안에도 쉬지 않고 연구하며 때를 기다리며 미래를 준비하는 그.


과정보다는 결과에 연연해서 순간을 즐기지 못 하는 현대인들과 자본주의에 쩔어서 비틀어진 자존심으로 눈에 보이는것에만 목숨을 거는듯한

조급함의 폭풍속에 우리가 들어있다.


하루아침에 무엇인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경험을 홈즈를 통해서 알기엔 인간의 욕심이 너무 큰 것일까? 아니면 방향을 잃은 채 앞으로만 달려가는 우리에게 낡고 진부한 격언으로 남아 있는걸까?

그러나 홈즈가 말한 것처럼 일생동안 불편을 감내하는 직업이 탐정이라는데 이의를 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 인생 또한 불편때문에 족이 없고 오지 않은 미래때문에 늘 불안하고 잘못되어 가는것을 알면서도 세파에 휩쓸려 빠져들어가는 깊은 수렁과 같다는 것에도.


어스름한 가스등 불빛 아래 느릿느릿 지나가는

마차의 바퀴소리를 들으며 런던의 베이커 스트릿은 잠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데 홈즈 혼자서 창가에 서서 명민한 눈빛으로 거리를 내려다 보고 있는 모습이 꿈으로 끝난 여탐정의 눈에 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