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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Jun 01. 2020

캐나다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유비무환

정상운행을 하던 차를 교통경찰이 정지를 시킨다. 차종은  BMW, 운전자는 흑인이었다.

몇 가지 질문 중에 고급차를 몰 수 있는지의 여부를 왜 경찰이 호구 조사를 하는지?

그의 직업은 변호사였고 도난차량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었던 일이 있었다. 요즈음 고급차들은 동양인들이 많이 몰아서 약간 질시의 대상이 되어 가던 중에 중국에서 시작된 팬데믹 바이러스 때문에 동양인이 혐오와 증오의 대상이 되어 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동양인뿐만 아니라 대인 기피증까지 생겨나고 있는 중이다. 엘리베이터에도 사람이 내리면  계단으로 가든지, 워커에 몸을 의지한 노인이 있으면 다음에 타든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될 무렵에 다운타운을 간 적이 있었는데 명품점들은 쇼윈도나 출입문을 합판으로 다 막아 놓아서 마치 유령도시 같은 분위기가 났다. 밴쿠버의 다운타운이래 봤자 볼거리나 놀거리도 별로 없는데 구색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샵들이 몇 개 들어와 있을 뿐 진짜 심심했던 거리가 이제는 그야말로 무미건조하다 못해 황야처럼 변해버렸다. 가게 안의 물건들을 창고에 보관하려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채 별도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건물의 임대료와 창고 보관료를 이중으로 감당하는 리스크가 엄청나므로 물건을 그대로 가게에 두고 휴업을 하는 동안에 건물의 전면을 다 막아버리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캐나다에는 흑인뿐만 아니라 불법 체류자들도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일자리가 많지 않아서이다. 특히 밴쿠버는 오래전 부터 리조트 개념의 도시이면서 잔혹한 겨울을 지내야하는 동부 사람들이 은퇴를 하면 오고싶어하는 서부에서 제일 선호하는 은퇴자의 천국이다. 그래서 서비스 업종이외의 산업들이 많지 않아서 일자리도 시원치 않고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직업을 찾는 사람들의 기피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대도시인 토론토로 몰리다 보니 밴쿠버는 새로운 이민자가 별로 늘지 않고 노인들과 돈 많은 아시안들의 투기장으로 변해버렸다.

특히 중국인들이 많아서 이번 바이러스가 창궐하는데 제일 위험한 도시로 밴쿠버를 꼽았었는데 여기는 그렇게 까지는 아니고 동부 지역에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감염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밴쿠버도 시작이 요양원에서 직원과 노인들이 감염되어 사망했는데 주정부에서 발 빠르게 셧다운과 거리두기를 철저하게 시행했다. 치과계통의 의료인들이 컨프런스를 하면서 확진자들이 나오자  치과들이 문을 닫고 병원업무를 화상과 전화 진료로 돌려버렸다.  종합병원들은 코로나를 위한 병동을 비워 두고 환자들을 받고 있다.

환자들도 보통때 같으면 응급실을 찾을 상황이라도 요새는 웬만하면 참고 집에서 견디는 경우가 많다는데 오히려 병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걸릴까 봐 두려워해서이다. 그래서인지 위 내시경을 신청한 내 경우에도 보통 6개월이상 걸리는데 3주만에 검사를 하게 되었다.  병원 현관에서 외부에서 끼고 온 일회용 장갑을 다 버리고 손 소독제를 뿌리라고, 그것이 더 안전하다고 그림에 그려져 있었다. 대기실 침대에는 노인들만 다섯명 정도 누워서 처치를 받고 있을 정도로 널널했다. 의사가 와서 간단한 진찰을 하고 내시경실로 갔을때 내가 '수면 유도할 때 미다졸람이나 프로포폴 중에 어느 것을 쓰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네는 미다졸람을 쓴다고 해서 내가 '프로포폴 쓸 챤스가 없네'라고 했더니 의사도 'unfortunately'라며 서로 농담을 하고는 정신을 잃었다.   


정부에서는 막대한 돈을 국민들에게 풀고 있는데 소규모 업자들에게 4만불의 무이자 대출을 2년동안 해준다.

그 중에 1만불을 그냥 주는 돈이며 나머지 3만불은 2년이 지나서 갚으면 된다. 시니어들도 저소득층은 연방정부에서 일인당 300불씩 1회, 일인당 500불씩 추가, 주정부에서 일인당 300불씩 3개월 준다.

업체들도 직원들 월급의 많은 부분을 보존해 주고 종업원들도 일을 그만 두면 한달에 2000불 씩, 부부가 4000불에 아이들 지원금해서 많은 액수를 재난 지원금으로 받고 있다. 나중에 세금으로 왕창 걷을까봐 걱정하는 사람들과 자원이 많아서 그것만 팔아도 된다는 사람들이 돈을 받아도 가게를 다 닫아서 쓸데가 없다고.


정말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다. 전쟁을 모르는 전후세대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부모님들의 6.25 전쟁시의 고생담을 들으면서 멀뚱멀뚱 또? 하면서 몸을 비비 꼬았는데 지금은 세균 전쟁에 돌입한 것을 확실히 느낀다.

캐나다 정부도 오랜 학습을 통해서 먹고 사는 것은 이런 때를 대비해서 돈을 막 푸는 것 같은 무모함을 통해서 걱정없이 해주고 그 다음은 또 다른 단계로 가는 것이 다 매뉴얼이 있는 것 같다. 한마디로 깡으로 버티는 것은 없고 순하게 대처하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불필요할 정도로.


다른 나라는 모르지만 캐나다는 잘 살지도 못 살지도 않는 얌전한 나라인 것 같다. 사치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교해서 기가 죽지도 않고 그냥저냥 물 흐르듯이 살아가는 나라인 것 같다. 물질이 너무 풍요로와서 과시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없어서 구질스러운 것도 없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좀 추레하다. 검소함과는 다른.


이번 바이러스로 인해 많은 것들을 느끼는데 특히 명품이 불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일회용 장갑을 껴야 하니 반지도 필요없고 마스크를 쓰니 립스틱도 안 바르고 미용실도 문을 닫았으니 머리손질도 못하고 집에만 있으니 코스코에서 산 잠옷 두 벌로 버틴다고.


명품점들이 겁도 많아서 폭동이 일어나면 약탈을 당할까봐서 지레  다 막아버린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지금 미국의 시위와 약탈을 보면 예지력이 있다고 할까,아니면 철저한 준비라고 할까?

그 모습을 보니 정말 셧다운의 의미가 몸 전체로 느껴지면서 팬데믹의 공포에 휩싸였었다.

이제 슬슬 매장들이 오픈을 한다고 해서 집 근처의 매장을 가 보았다. 쇼핑을 끝내고 나오는 사람 수 대로 들여보내니 밖에서 거리두기로 기다리는데 잽싸게 줄을 서서 들어가기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무엇을 사려는지 그 목적을 잊어버렸다. 그동안 물건을 사지 않고도 잘 살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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