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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Jul 15. 2020

캐나다에서 변기 들고 캠핑을 가다

코로나 19에 생긴 일들

이번의 전염병을 예방하는 것 세 가지 중에 손 씻기,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가 있는데

한국은 마스크 쓰기가 우선이고 캐나다는 거리두기에 우선권을 두는 것 같다.

2M를 띄어서 서서 마켓의 입장을 기다린다든지 계산대에 가는 길도 꼭 거리를 두게 그려놓은 동그라미 속에 들어가서 주인 잃은 강아지처럼 얌전하게 서있다.  

마스크는 절대로 안 쓰고.

요즈음은 노인부터 젊은 애기 엄마들도 많이 쓰는 추세라서 좀 안심이 되는 정도. 마스크를 쓰면 강도나 범죄자 취급 받기 다는 오래 된 전통(?)을 강박적으로 따르고 있으니 목을 끌어다 씌울 수도 없는 노릇이니 참...


식당도 테이블은 반만 채우고 야외 테라스를 활용하며 정부 지침의 방역을 지키기 어려운(결국은 추가 비용 및 감염자가 나오면 더 손해가 많으므로) 업소들은 아직도 테이크 아웃만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식당에서 친지들을 만나거나 파티하는 것은 겁이 나서 못 하니 자연히 집밥만 하게 된다. 한 친구는 '코로나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하루 세끼 집밥만 하다 죽을 것 같다'라고 푸념을 한다. 한국처럼 배달의 나라도 아니고 기껏해야 햄버거 아니면 초밥 트레이 정도나 배달 시켜 먹을바엔   집에서 빵을 만드느라고 이스트나 베이킹파우더, 밀가루 등 베이킹 재료들이 잘 팔리고 식용유도 한 동안 동이 났었다.


쇼핑몰도 한산하다  못해 황야처럼 변했다.

H & M이나 ZARA 같은 여성의류점도 옷을 입어보는 fitting room을 폐쇄해 버렸다. 그냥 재질과 디자인을 직접 보고 결정하라는 건가, 언택트 시대의 전조 현상인 듯 점점 온라인 시대를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

잡화나 공산품의 선반도 텅텅 비어있고 예전에는 Hand wash가 너무 많아서 그 틈에서 바디로션을 찾으려고 애썼는데 이제는 두  종류가 다 많이 없다. 그뿐 아니라 made in china 제품이 거의 눈에 안 뜨인다. 그 대신 모로코, 터키, 스페인, 이태리, 스리랑카 등 여러 나라에서 만든 물건들이 들어와 있다. 캐나다가 중국에서  직수입 하는 물건도 있지만 대부분 미국을 통해서 들어오는제품이 상당수이다.

미국에서 중국산에 관세를 많이 붙이기 때문에 가격이 안 맞아서 중국에서 수입을 줄이는 통에 미국에도 중국산이 많이 못 들어와서 선반이 비어 있다고 한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싼 것들을 마구 쓰고 버려서 쓰레기가 늘어가는 것보다 좋은 것을 아껴서 오래 쓰는 소비전략도 생각해 봐야 되는 때가 도래했다고 봐야 하지않을까? 캐나다 정부에서 재난 지원을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하고 노인들은 몇 백만 원씩 통장으로 보내주면서 정부에서 부디 잘 먹고 코로나를 견디라는 친절한 메시지까지 곁들여서 주는데 실제로 돈은 있어도 물건이 없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웬 돈이 많아서 그렇게 퍼 주는지 궁금한데

전혀 걱정할게 없다. 자가격리 중에 랜덤으로 쳌크하는 경우가 있다. 한 한인이 한국에서 와서 자가격리 중인데 담당부처에서 전확를 해서 너 지금 어디 있냐고 해서 집에 있다고 하니까 그럼 밖으로 나와 보라고 하면서 너의 집 앞에 있다고 했다나. 집에 있었기 망정이지. 자가격리를 어기면 벌금이 75만불로 무지막지하게 걷어간다는데

모험심은  강하지만 죽음의 바이러스 앞에서 경거망동하진 않겠지.

 

잔인한 4월이 가고 장미의 계절인 6월도 가니 드디어 캠핑의 계절이 왔다.

식당도 공원도 쇼핑몰도 아이들 데리고 기가 두려운데 여름은 왔으니 서양 사람들의 필수 행사인 캠핑.

 나, 개인적으로는  캠핑처럼 지루하고 준비가 힘든 아웃 도어 액티비티는 딱 질색이다.

음식물부터 침낭, 강가로 가면 카약까지 차 위에 묶고 바다같이 넓은 호숫가에 가려면 엔진 보트까지 차 뒤에 연결해서 가야 하니  고생 바가지인 것 같은데 그것은 단지 내 생각일 뿐. 태양과 자연을 즐기는 캐네디언들은 너무 신나 한다.

큰 아이네도 여름만 되면 캠핑을 가는데 매년 1월 정도에 캠핑 사이트를 예약을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어제 떠났는데 문제는 코로나 때문에 캠핑장의 화장실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샤워도 강물에서 물로만 샤워하고 이동식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고.

그래서 포터블 변기를 사서 가져갔다. 그 변기를 노상에 놓을 수는 없으니 그것을 위한 텐트가 따로 있어야 한다고. 변기통안에 우는 비닐봉지와 그안의 냄새를 없애주는 알약도 샀고. 평소보다 괴상한 준비를 하고 캠핑을 해야 하는 2020년.

예전에는 누가 화장실까지 들고 캠핑을 한다는 것을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것도 결국 코로나로 생겨나는 뉴 노멀인가.


이번 코로나 19를 통해서 기저질환이라는 용어를 처음 들었다. 지병이니 숙환이라는  단어는 많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거의 똑같은 뜻의 기저질환이라는  단어가 흔히 쓰이고 있다. 다른 병이 올 수 있는 베이스가 되는 병이라는 말이라고. 고질병, 만성질환 중에 당뇨, 고혈압 등 많은 병이 있는데 우리 집은 고혈압 환자들이 많아서 난리도 아니다.

이미 돌아가신 부모님과 삼촌을 비롯해서 그 자손들도 고혈압이 있는데 적어도 한 집에 한 명씩은 있다.

우리 집 고혈압 환자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외향적이면서도 완벽주의자들이어서 상처를 많이 받는다. 사람을 좋아하고 사회적인 면에 관심이 많아서이기도 하다. 멀티 태스킹에 능하다 보니 성격이 급하고 괄괄하다. 인정이 많아서 남의 일에 관심도 많고 베풀기도 잘해서 너그러울 것 같은데 어떤 때는 의외로 소심해서 따질 때도 많다. 참을성이 별로 없고 느긋하게 기다려야 때는 조급하고 빨리 일처리를 해야 할 때는 오히려 싫증이 나서 끈기가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상은 우리 집의 고혈압 소지자들의 특성이 이러하니 이번 코로나로 인해 집콕을 해야 하고 제약이 너무 많으니까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사자 우리에 갇힌 사자처럼 울부짖고 있다.


자녀들이 홀로 된 엄마에게는 혼자 있다가 응급상황이 생기면 병원으로 연결되는 앱을 깔은  팔찌를 선물해서 그걸 차고 있는 것도 코로나뿐만 아니라  응급조치로서는 유용할 것 같은데 노인들이 어쩐지 고립되고 그래서 더 쓸쓸한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우울하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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