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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Jun 11. 2021

코로나 시대의 축구

항상 리즈 시절

 서양 사람들은 무엇에 관심이 많을까?

그들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한다.

자신이 하고 싶고 추구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재정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누구나 타고난 소질과 열정이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그에 따르는 보상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 생각이 얼마나 비현실적이며 순진한 생각인지 살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하고 싶은 것보다는 해야만 하는 것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인지도.

 마치 적막한 어항 속에서 유유히 떠 다니는 열대어들의 부유하는 먼지 같은 비늘 조각을 볼 때 살기 위한 몸부림의 파편과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산다는 것의 서글픔까지도.


잡다한 말 다 필요 없고 몇몇의 행운아를 빼놓고는 대부분 경제적인 문제와 그에 관련된 것으로 고민하고 번 아웃되며 좌충우돌 살아간다. 특히 체면에 죽고 사는 세대들과 남을 의식하며 경쟁하는 것이 삶의 근저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서양인들이 공격적이고 모험심이 강하다면 동양인들은 방어적이면서도 타인 지향적이다. 다른 사람들의 외모와 재력을 나와 비교해서 미추의 기준을 정하고 모든 면에서 매일매일 남의 판결을 기다리며 산다.

내가 어릴 때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고 양보와 용서의 미덕을 배우고 살았는데 지금은 '한번 지면 영원히 지는 것이다?'라는 풍조가 들불처럼 번지면서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게다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인한 경쟁심으로 추진력도 얻지만 반대급부적으로 자기 비하와 자존감의 결여로 삶의 의욕을 한 조각씩 잃어버리면서.


그러면 서양사람들은 정말 물질, 특히 말도 많고 탈도 많으나 꼭 필요한 집, 아니 부동산에 관심이 없을까?

자기의 형편과 상태, 가족이 형성되어 아이가 생겼다면 그에 맞는 주택이나 타운 하우스를 장만하여 아이들을 키운다. 생애 첫 주택 구입자에겐 집값의 5%나 10%를 무이자로 정부에서 빌려주고 신용이 좋은 맞벌이인  부부에겐 5% 다운페이만 받고 대출을 해준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로 인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예전 같으면 밴쿠버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연봉 20만 불을 받는 셰프가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왔다고 치자.

20만 불의 5배인 100만 불까지 대출을 받을 자격이 된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로 식당이 문을 닫고 셰프들도 다 내보냈으니 이젠 자격이 안 된다고. 코로나가 끝나가고 경기가 회복이 되면 대출 금리도 덩달아 춤을 추겠지.

집 장만을 할 소액의 다운페이 조차 없는 사람들은 렌트 아파트에 살고, 젊어서 장만한 집에서 아이들을 다 키워서 내 보내고 그동안 대출을 다 상환한 노부부는 집을 팔고 소형 아파트로 다운사이징을 한다.

축구 이야기는 안 하고 뜬금없이 집 이야기를 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상징인 부동산으로 캐나다에서도 악다구니를 쓰는 현실에 신물이 나기 때문이다.  여러 채의 자산이 있는 벼락부자와 장만을 못 한 벼락거지 운운하는 세상이 많은 이들을 좌절하게 만든다. 코로나로 우울한 이 시대에 부동산 빼~~고  무관중이라도 축구 경기가 있으니 다행이다.


거리두기 인터뷰

마지막 게임에서 선 모이는 내년에 입을 유니폼

마스크를 쓰기도 하고 벗기도 한 영국 게임

만명만 들어간 듬성듬성한 관중석


남자들이 군대와 축구 이야기를 빼면 할 이야기가 없다고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서 모든 사람들이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스타디움에 한 명도 못 들어가던 관중이 올해의 영국 축구 결승전에는 만 명을 채우고 게임을 마쳤다. 우리 가족은 리버풀 팬을 자처한다.


'리버풀'하 비틀스의 고향이며 신천지인 미국으로 이주하려는 영국인들이 최초로 떠난 항구 도시이기도 하다. 자그마한 소도시의 펍에서 동네 사람들이 모여 맥주와 '휘쉬 앤 칩스'를 먹으며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축구를 보며 함성을 지르기도 하고 한숨도 쉬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올록볼록한 자갈 보도블록이 깔린 아담하고 쇠락한 뒷골목을 하염없이 걸으며 비틀스의 '헤이 드'같은 노래를 흥얼거려 보기에 딱 좋다.

' 리버풀'비틀스로 유명한 도시로써 축구로는 매번 거의 꼴찌에 가깝지만 용병들의 활약으로 차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추세이다. 토트넘에서 손흥민 선수가 맹활약 중인 것이 비해서 이집트 출신인 살라 선수는 도움은 되지만 처음보다 침체된 느낌이다.


비도 많은 나라인 영국에서 진흙탕을 뒹굴면서 차고 밀고하는 스포츠인 축구도 코로나로 인해서 무관중으로 진행하다 보니 신도 안 나고 관중의 고함 소리가 없는 적막 속에서 하는 경기를 보기도 뭐한 지 스피커 음으로 흥분을 고조시켰으니 할 말이 없네.


누구나 리즈시절이 있는데  리즈 유나이티트 팀의 런 스미스가 맹활약을 하다가 이적의 이적을 거듭하면서 슬럼프에 빠진 그의 전성기를 말한다.

제인 에어 박물관이 있고 '폭풍의 언덕'이 쓰인 배경이 되는 요크셔 지방의 계곡과 언덕이 많은  'Leeds'라는 아름다운  그 도시.


운동선수나 연예인이나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데 변덕스러운 그들의 입맛에 휘둘리다가 마약에 손대면서 인생을 망치기도 한다. 런 역시  베컴과 맞먹는 외모에다 출중한 실력을 갖췄으나 스타성을 인정받으면서 이상하게 꼬이면서 은퇴를 하였다. 그의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상과 사자가 포효하는 듯한 폭발적인 경기력을 좋아한다. 그의 리즈시절을 기억하는 팬들에게도 아쉬움만 남긴 선수였다.


이민 생활에서 좋은 점은 유행을 타지 않는, 그래서 오래된 옷을 입어도 편하고

획일적인 데서 벗어나 자유로운 복장뿐만이 아니라  영혼까지도 억압이 없어서 홀가분하다.

이 나이엔 이런 헤어 스타일이나 패션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사회라서 마음이 편하다.


축구나 아웃도어 액티비티나 취미생활 등을

유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하는 이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참 좋다. 자신만의 사랑하는 고유의 영역이 있다는 것이 더 신통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스포츠나 음악이나,

 안 하게 생긴(?) 외모처럼 보이고  후줄근해도 자기가 사랑하는 취미즐기는 진정한 마니아가 많은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마니아가 되면 기인이라고 치부하고 무관심하기까지 하지만.


서양 사람들의 리즈 시절은 계속 진행 중이며 죽을 때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다 간다. 전성기라는 말은 따로 없다.

외화내빈이 아닌 외유내강의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어디에 살든지 부러움의 대상이다.

리버풀의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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