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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Jul 06. 2018

오슬로 사랑하기

캐나다 이민생활

너무 배가 고파서 정육점 주인에게 개한테 줄 것이라고  속이고 고깃점이 악간 붙은 소 뼈다귀를 받아 황급히 어두운 뒷골목으로 가서 생고기 살점을 뜯어먹으며 목구멍으로 내려가는 피 냄새의 역겨움, 그래서 토할 것 같지만 배고픔 때문에 구역질을 하며 먹었다는 글이 노르웨이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크누트 함순'의 유명한 작품인 '굶주림'에 나온다.


'축복 속에서 태어나서 행복하게 살다가 천국으로 간다'는 노르웨이 국민들,

이들도 1929년 대에는 이 작가가 쓴 것처럼 극심한 가난에 처한 사람들이 많았었나 보다.


그러나 스웨덴 보다 못 살던 노르웨이가 스칸디나비아 삼국 중에서 제일 잘 살게 된 것은 북해 유전의 발견과 고기반, 물반의 어마어마한 어장 덕이라고 한다.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는 이름부터 뭔가 컨트리 스타일에다 때 묻지 않은 풋풋함에 소박함을 더한 이름 같아서 정이 간다.

도시 자체도 스톡홀름처럼 지나치게 모던한 면은 없지만 오래된 궁전으로 가는 길에 늘어서 있는 현대 건축물들이 궁전들과 조화를 이룬 멋진 도시이다.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소나기가 내려서 별로 있지도 않은 먼지를 씻어 주어 더 청량해지는 도시, 오슬로.

바이킹의 후손이라 해서 그 자손들도 거칠고 우락부락할 것 같아도 양순하게 보이는 키 큰 아저씨들과 목장에서  소젖을 짤 것 같은 순진한 얼굴의 아가씨들,

노랑머리  아이들의 성숙된 얼굴들이 미소 짓는 거리에서 나도 그냥 미소를 지으며 오랜만에 청명한 하늘을 올려 보며 거리를 어슬렁거리며 걸어다니는 것이 제일 어울리는 것 같았다.


거리는 온통 꽃들로 넘쳐나고 뒷골목의 술집도 흐트러짐이 없이 어찌 단정하던지,

카페와 옷감 가게. 인테리어용품과 본 차이나를 파는 가게들은 화려하기도 우아하기도 한 것 때문에  그릇의 품격을 알아버린, 그러나 구입하기엔 유로가 앞 길을 가로막고 눈물이 앞을 가리는 사태 때문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도회적이면서도  옛것과 현대가 요란하지 않고 잘 조화되어 있는 오슬로 거리를 걸으면서  건물들의 철책만 보아도 육중하면서도 위엄이 있는 것을 느끼며 내가 마치 중세에 와 있는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그러다가 중간 중간에 설치된 벤치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유럽의 북쪽 끝자락에 와 있기나 한 건지 잠시 헷갈렸다.


내가 살고 있는 밴쿠버도 정 도시로 유명하지만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해 주는 도시인 오슬로는 뭔가 비릿한 어촌만의 냄새와 갓 볶은 커피콩을 그라인더에  갈을 때 나는 쌉쌀하고도 구수함이

섞인 묘한 냄새가 아로마처럼 내 몸을 휘감는다.


스웨덴이 모던해서 좋다는 사람도 있을 테고 핀란드가 소박해서 좋다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는 그 중간 느낌의 노르웨이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노르웨이의 특산물 하면 다른 것은 모르겠고 주부인 나로서는 노르웨이 고등어와 킹크랩 등 해산물이 유명하다고 알고 있었는데 식당에서 먹었던 몇 마리의 새우와 스파게티 2인분의 가격이 100유로였다는 것에 놀라고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인적인 북유럽의 물가와 머리가 찌릿찌릿할 정도의 세금은 자타가 공인한다.                   빈곤층도 기본생활이 되도록 보장하고

출산 및 교육도 정부에서 많은 지원을 한다니  

복지와 사회 안전망이 견고한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높은 자살률과 항우울증 약이 제일 잘 팔린다는 북유럽의 나라들.

그 오명의 이면에는 너무 무료하고 치열함이 없이 지루할 정도로 생존경쟁이 없다는 뜻일까?


그런 풍요롭고 안정된 나라에서 살아보고 싶지만 막상 그런 생활 속으로 들어가면

정말 우울증에 걸릴지도 모른다.                      경쟁이 없어서 여유 있는 삶이 주는

 마음의 풍요와 안락 속에서도

남 모를 고민과 가시는 반드시 있을 테니까


모든 노벨상은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시상하고 노벨평화상만 오슬로에서 시상한다니 1920년대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크누트 함순'은  귀찮게도 옆의 나라에 가서 상을 받았을 것이다.

그가 글을 쓰던 당시처럼 굶주리던 시대가 있었던 노르웨이가  지금은 여유롭고 유명해져서 나 같은 사람도 오슬로 한 복판의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거리고 있다. 오슬로에만 집중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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