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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강 May 15. 2018

우리가 좋아하는 북유럽 스타일의 최후

캐나다 이민생활

'소피아'란 이름만 들어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동유럽에 있는 농업국가인 불가리아의 수도인 '소피아'를 떠올리면 기억이 그리 아름답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EU에 가입한 후에 도로포장하고 각종 인프라를 깔아서 삶의 편리성은 좋아졌지만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는 오래된 도시의 낙후되고 퇴락된 모습은 감출 수가 없는, 그래서 보이는 곳만 화장을 한 듯한 나이 든 서양 아낙 같은 인상을 준 도시이기  때문이다.

나 홀로 만의 애틋함을 지닌 채 거닐던 소피아 중심거리는 유행과 활력이 넘치는 거리였고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에 우뚝 서있는 조각들이 어우러져서 그냥 유럽스러웠다는 느낌.

다시 말해서 서유럽스럽다는 의미.

한국사람들이 애정 하는 크로아티아의 여느 도시보다 덜 개발된 수줍은 도시 '소피아'하면 떠오르는 것은 동양인을 싫어하는 건지, 차별하는 건지, 아니면 서양인 우월주의인지 동양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갔지만 중심가 카페에서 나오지 않는 커피를 기다리다 못 먹고 나오고 만 것과 맥도널드에서 케첩을 돈 주고 사 먹은 것만 기억난다. 뭔가 우중충하고 발전이 덜된 느낌의 동유럽 스타일이 우리가 좋아하는 북유럽 스타일에 싫증난 것을 대체할 수 있으려나?

오래된 느낌이 나는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

스톡홀름에는 스타벅스보다 더 많은 패스트 패션의 대명사 H&M이 한 집 건너 있다.  북미나 한국이나 유럽에서 다른 체형에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는다는 것이 마치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자유가 없이 천편일률적인 제도에 길들여진 모습과 비슷하다면 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른다.  디자인의 도시답게 스톡홀름의 어디를 가든지 오래됨과 모던함이 어우러져서 북유럽 스타일의 본고장으로써의 진정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대로변이나 뒷골목이나 어디를 가도 그저 디자인이라는 말만 떠오를 정도로 멋지다는 느낌을 지워버릴 수가 없는 도시의 카페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웨디쉬 커피의 진한 향과 시나몬 롤을 굽는 짙은 계피향에 취해버렸다. 맛있는 케이크에도 반해버리고.

    

   처음 보는 디저트


이민생활에서 IKEA를 빼놓으면 시체나 다름없는 것이 이민생활의 초기 정착자들의 발길은 저절로 IKEA로 향하고 있었으니까. 그곳이 아니면 한국에서 가구가 도착하기 전까지  먼지 풀풀 나는 카펫 위에 신문지 깔고 밥을 먹어야 했을 것이다. 가구를 사 오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한국에서는 생전 안 해본 조립을 하느라고 낑낑거리면서도 정교하게 조립이 되어 감탄을 하면서 사용했던 가구들의 본산지인 스웨덴 회사의 기발한 한 수에 찬사를 안 보낼 수가 없다. 약하고 쉽게 싫증 나는 단점이 있어도 가성비가 그만하면 쓸만한 가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불평하면서도 쓰는 것은 이따금씩 앤틱 저리 가랄 정도로 신박한 상품들이 나오기 때문에 시간만 나면 맥카페 보다도 맛있는 커피도 마실 겸 매장을 둘러보고 별로 쓸 일도 없는 부엌 솔이나 화분 받침 같은 소품을 들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천갈이를 한 10년도 넘은 IKEA 윙체어

                       IKEA 침대와 소품

                               IKEA 식탁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오는  영화인 '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라는 범죄 스릴러를 쓴 '스티그 라르손'이라는 스웨덴 작가의 원작을 보면서 스웨덴에  웬 근친상간이 그렇게 많은지 혀를 차게 된다.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사회복지와 안정된 시스템 속에서 무엇이 더 필요해서 그런 패륜을 저지르는 것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일부 지역에선 형제, 친척이 다 같이 한 방에서 자면서 이루어지는 근친상간이 아직도 남아 있어서 그 와중에 태어난 아이들을 차별 없이 키운다는 사회도 아닌, 문명화된 삶의 질이  높다는 사회에서도 인간의 본능 속에 도사리고 있는  용암의 양은 다 똑같아서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는 말인가?  

음산하고 추우며 어둠이 오래가는 나라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가 있는 북유럽에의 관심이 서서히 지고 있는 이때에 과연 동유럽 스타일이 대타가 될 것인지는 두고 봐야 되겠지만 그냥 빈티지 스타일에만 만족한다면 그럭저럭 적응할 수는 있을 것이다. 러시아의 영향 속에 오래 있어서 웅장하지만 늘 프랑스를 연모했던 러시아인들의 프랑스 따라 하기의 아류일지도 모르는, 토종이 아닌 동유럽 스타일이 어쩐지 마음에 썩 내키지가 않는 것은 순전히 내 생각이다.

'소피아'라는 이미지와 다른 동유럽 도시의 면모에 실망해서인지.

     오슬로의 디자인이 있는 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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