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에 대하여
어두운 방에 스탠드 불 하나 켜 놓고 책을 읽는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아까부터 날아다니던 작은 날파리 하나가 나의 신경을 건드린다.
지난 수십여분간 손을 휘휘 저었으나 헛수고였다. 나 또한 그리 치밀한 성격은 아닌지라
'그래 날아다녀라, 구석기에서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선조는 얼마나 오랜 시간을
너희와 함께 했겠는가'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던 찰나였다.
숨어있던 녀석이 책장 위에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한 10초를 가만히 지켜보았는데 놈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질 못하고 다시 스탠드 주위를 날아다니며 내 신경을 긁는다.
분명 두 세번 내 손바닥에 맞아 죽을 고비를 넘긴 놈이 왜 이리 멍청하게 빛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아른거리는지
화가 치솟는다. 이번에는 죽이겠다는 생각으로 손을 날렸다. 쥐었던 주먹을 펴니 공기 외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 이번에도 실패했음을 알았지만, 눈에 더 이상 보이지 않으므로 죽었구나 생각했다. 몇 번을 경고하였음에도 멍청하게 주위를 맴도는 그것의 무지를 탓하며 나는 그런 무지는 죽어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손을 휘저었던 것이다.
무지하다는 이유로 죽이거나, 죽는다는 것은 옳은가?
빛에 끌리는 것이 날파리의 본성인 것을, 놈은 나를 방해하고자 한 것도, 죽고자 한 것도 아니요, 다만 빛을 보고 달려들었을 뿐이다. 그 광경이 나에겐 이해할 수 없고 답답한 행동이었지만 날파리 자신에겐 새하얀 행복이었으리.
꿈, 이상, 자아실현, 행복, 명예.. 일련의 '상징'들을 찾아 헤매는 우리의 삶도 이와 다를바가 있을까.
삶이 시작된 이상 언젠가 끝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각자 저마다의 삶을 돌아보며 나름의 결론을 내릴테다. 과연 후회 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젊은 날 혹은 지난 날의 자신을 돌아보며, 스탠드 빛만을 좇는 날파리의 '무지'(우리 입장에서의)가 우리에게서 보이진 않을까. 그렇다고 우리가 우리는 그 무지로 인해서 죽어야하는가. 무지는 모르는 것이기는 하나, 상대적인 것이고 극복하면 좋을 것이긴 하나 극복해야만 할 것이 아니기도 하다.
무심하게 날파리를 향해 휘저은 손바닥이 내 마음에 닿아 그것을 흔드는 것 같다.
날파리. 조선상고사 페이지 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