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 하루의 무게

파업(破業)으로 파업(把業)하다

하루의 무게가 얼마였던가

내 하루의 무게가 도대체 얼마였던가


말 한마디 못하던 시절의 하루는

부모님의 넓은 등에 파묻혀 가는줄도 몰랐더니


삼삼오오 벗들과 몰려다니던 시절의 하루는

남의 시계를 훔쳐보느라 가는줄도 몰랐더니


제 나름 책 더미에 둘러싸인 시절의 하루는

내 시간인줄 알았더니 부모님 어깨에 매달려 보낸 시간이었더라


그러다 급작스레 정처없이 풀려난 초원 위에서의 하루가

나도 모르는 사이 켜켜이 쌓여 내 어깨와 등, 무릎과 이마에

소리없이 쌓이고 있었더라


새벽 이슬을 머금어버린 솜털 이불처럼

손 쓸 틈도 없이 무거워져버린 내 하루의 무게여라


아. 파업한 날에 운 좋게 집어(把)들었네. 무거워지는 내 하루의 무게를.

운 좋게 알게 되었네. 하루에 무게가 있었다는 것을.


이제라도 차곡 차곡 이 시소의 반대쪽 끝에 이 무게 쌓아올려

지금껏 몰랐던, 빚진 그 무게들을 내 힘으로 기꺼이 기꺼이 들어올려 드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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