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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홍 Aug 24. 2022

나누고, 쪼개면 보이는 것들

데이터 분석(分析)의 의미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난공불락'이다?


 데이터 분석에서 분석은 나눌 분(分), 쪼갤 석(析)자를 쓰는데요. 분석은 데이터를 끊임없이 나누고 쪼개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나누고 쪼개다 보면 새롭게 발견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한번은 커피믹스 캠페인을 제안하고자 커피믹스 시장을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분석을 통해 알고 싶었던 것은 "타사 커피믹스를 마시는 사람들이 우리 신제품 트라이얼 이벤트에 반응할까? 그들을 타겟으로 캠페인을 진행해도 될까?" 였습니다. 


 우선 기존 커피믹스 주요 브랜드별 충성도를 알아보기 위해 한해 동안 소비자가 각 커피믹스 브랜드를 얼마나 재구매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재구매율을 보니 1회 이상 구매자 중 21%가 같은 제품을 재구매하고 있었고, 해당 제품을 2회 이상 구매한 사람 중 평균 40%가 3회 이상 구매하고 있었습니다. 주요 커피 브랜드 모두 회차를 거듭할수록 재구매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는데요. 예상대로 커피믹스의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럼, 타 제품은 얼마나 구매하고 있을까?'를 알아보기 위해 커피믹스 브랜드 간 교차 구매 비중을 보니, 주요 커피 브랜드의 교차 구매율은 평균 6.1%로, 각 브랜드별 동일 제품 재구매율(21%)대비 낮은 비중을 나타냈습니다. 확실히 타 제품을 교차로 구매하기 보다는, 예상대로 한 제품에 대한 정착도가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각 브랜드 구매자들을 구매 횟수 별로 한번 더 나누어 보니 조금 다른 양상이 보였습니다.


 한 브랜드를 1회 구매한 사람들보다 2회 구매한 사람들이 평균 1.5배 더 타 브랜드 제품을 교차 구매하고, 3회 이상 구매자는 1회 구매자보다 평균 1.8배 많은 사람들이 타 브랜드 제품을 교차 구매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한 제품을 자주, 많이 구매할 수록 다른 제품을 Try해보는 경향이 발견되었는데요.

커피 브랜드 충성도가 높다는 것은 커피 그 자체에 대해 관심이 높다는 것이고, 다양한 커피를 시도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음을 유추할 수 있으므로 타 브랜드 충성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 진행이 효과적일 수 있겠다고 최종 판단하였습니다. 이렇게 데이터를 나누고, 쪼개다 보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요. 때로는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기도 합니다. 



아하 모먼트(Aha Moment)의 발견


넷플릭스는 60~90초 사이에 고객이 원하는 컨텐츠를 발견하지 못하면 이탈한다는 사실을 알고, 고객에게 처음 노출되는 랜딩페이지에 가장 관심있는 컨텐츠를 배치하고, 페이스북은 가입 후 처음 10일 동안 7명의 친구와 연결되는 순간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모두 특정한 '시점'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처럼 고객이 우리 브랜드의 가치를 발견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아하 모먼트(Aha Moment)라고 하는데요. 실제로 작년 한 외식 배달앱의 사용자 이탈 분석을 진행하면서 이런 Aha Moment를 발견한 적이 있습니다. 

광고를 통해 앱에 방문한 고객 중 가장 높은 이탈률을 보인 고객은 "네 번째 재방문한 고객"으로, 해당 앱은 방문 4회를 기점으로 그 안에 긍정적인 경험을 하지 못한 경우 이탈 가능성이 급격히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회’라는 정확한 숫자를 뽑아내는 것은 데이터 기반 마케팅에서는 매우 큰 의미를 가지는데요. 바로 해당 시점이 이탈 방지를 위한 마케팅 액션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처음 회원 가입 후 신규 웰컴 쿠폰을 보냈으니, 여기서 이~~~쯤 다시 마케팅 활동을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가 아니라, 데이터를 나누고 쪼개는 과정을 통해, "4번째 다시 들어온 고객은 지금 기로에 서 있으니까 당장 뭐라도 쏴주세요! 지금 후킹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가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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