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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 May 21. 2024

행복한 가정과 출산을 얼마나 가치있게 생각하는가(2)

나의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와 고백

 지난 글에서 개인이 가정과 출산에 대한 가치를 회복하면 좋겠다는 글을 썼다. 사실 이러한 관점은 내가 가정을 꾸리고 아기를 낳으면서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내가 직접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는 1988년 생으로 전형적인 성적 위주의 공교육 커리큘럼을 따라 살아온 평범한 여성이다. 가족 안에 문제가 있지만 아빠와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희생을 아끼지 않았고 본인들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사랑과 지원을 해주었다. 부모님에게 부족한 부분도 분명히 있었지만 어쨌든 나는 집안의 기대주로써 공부를 열심히 했고 반 5등, 전교 30등내에 늘 들었다. 이처럼 나는 엄청나게 뛰어나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공부를 잘 하는 그런 학생이었다. 수시 전형으로 서강대학교에 입학했고, 중국문화와 경영학 복수전공을 하고, 대기업에 취직하여 5년간 근무하면서 대리로 재직하였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만 보면 나는 그냥 꽤 공부 잘하는 무난한 사람, 순탄해 보이는 삶을 산 사람으로 보일것이다. 그러나 나 또한 결혼과 가정이라는 주제가 던져졌을 때 고민을 참 많이 했고 무엇하나 결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어디서나 잘 하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나에게 커리어와 평판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고 일을 하면서도 늘 자기 계발에 힘썼고 외적으로 보기에 좋은 것들을 성취해내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또한 여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사회에서 여자로서 겪을수 있는 불이익에도 관심이 있었다. 사회에 나가서는 남자동기들에게 지지않으려고 더 많이 일했고, 보란듯이 무거운 짐들과 박스를 옮겼으며, 사회생활도 더 열심히했다. 그러나 그렇게 할수록 내 삶이 행복하지는 않았다. 나는 늘 업무에 쫓겨야했고 회사에서 인정은 받았지만 여유로운 시간, 가족, 친구들과 보내는 일상을 많이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현재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교제 기간이 길어지면서 나도 결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된 것이 내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완전히 방전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내가 좇고있는 가치들이 허상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크리스천인데 그동안에는 내가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내가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기도를 자주 하곤 했다. 그런데 일을 하면 할 수록 나의 마음과 정신은 더 메말라갔고 그것은 내가 기도하는 제목들이 거짓말임을 알려주는 사인이었다. 하나님의 영광이라고 포장된 그 말 안에 내 명예, 내 소유, 내 평판이 있었고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이 다들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싶었던 것에 지나지 않았다. 요즘말로 하면 나는 그냥 '와 저사람은 돈도 잘벌고 능력도 있는 여자네. 근데 현명하고 심지어 크리스천이래. 기부도 많이하고 사람들한테도 정말 잘한데.' 이런 부러움을 받는 인간이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평가를 듣는다고 한들 내 삶에서 타인의 평가가 나에게 주는 충만함이 어느정도나 될까? 좇을수록 더 목마른 것임을 깨닫게 되었고, 내 안에 진정한 만족감이 들지 않는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한 깨달음이 왔을때 나는 퇴사를 결정했고 전공을 심리학으로 바꾸어 대학원에 진학한 것이다.


 대학원 졸업 후에 결혼을 하였고 지금은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지금의 삶은 타인이 볼때, 그리고 외적인 것들로 바라볼 때는 보잘것 없는 삶이라 여겨질 수 있겠다. 학벌과 능력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그냥 집에서 아기와 지내는 전업주부인 여자다. 매일 아기와 둘이 하루종일 씨름하며 우울해하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하며 아기 때문에 해외 여행은 커녕 국내 여행도 잘 못가고, 친구들도 잘 못만나는 정말 별볼일 없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나의 내면에 일어나는 경험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들과 많이 다르다. 먼저 남편과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며 돕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더욱 깨달아가는 삶을 살고 있다. 기질이 까다로운 아기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내 에너지가 아이를 케어하기에 부족할 때가 많다. 그럴때마다 남편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러나 남편 또한 일하랴 육아하랴 바쁜 삶을 보내고 있고 그 역시도 에너지가 부족할 때가 많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한다. 이 과정에서 티격태격 찌질하게 싸울 때도 많지만 분명히 느끼는 것은 이 과정을 통해 나와 남편의 인격적 성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내 분노와 내 욕구를 한번 더 살펴보고 스스로 정화시키고 내려놓는 과정에서 더 큰 화합과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이런 경험은 내가 가정을 이루지 않았으면 해볼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두번째로는 아기를 낳고 키우는 기쁨을 알게되었다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에서 새로운 생명이 나와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성장해가는 과정, 그 가운에 엄마라는 역할을 가지고 함께 그 일을 돕는 존재가 되었다. 이것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임신을 해보면 알겠지만 인간이 가진 한계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생명이 탄생하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 알게된다. 아무리 내가 공부를 잘하고 많이 알아도, 또 설사 내가 유명한 의사 선생님께 진료를 본다고 해도 아기라는 세포 하나하나가 건강하게 자라서 인간으로 만들어지는 일에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영역은 거의 없다. 그런 존재가 태어나서 나 하나를 바라보며 산다. 아기로부터 받는 절대적인 신뢰와 사랑은 내 내면이 더 깊어지게 만든다. 책임감이 무겁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벅찬 감정이 함께 든다. '너무 힘든데 너무 예뻐요.'라는 말은 정말 아기를 낳아 키워보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모를 것이다. 딱 저 말이 정확한데 출산 전에 들은 말과 지금 느껴지는 저 말의 깊이는 차원이 다르다. 내 기본적인 쾌락과 욕구들을 내려놓고 아이에게 양보해야하는 순간이 너무나 많지만, 그리고 그것들이 너무 힘들 때도 있지만 아기가 갑자기 뒤집고 서고 꺄르르 웃는 순간들을 마주하면 그 힘듦이 순식간에 가벼워진다. 참 놀라운 경험이다.


 이렇게 직장에 다녀보고, 심리학을 전공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보니 가정과 출산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일인지를 매순간 느끼게 된다. 한 아이의 세상의 전부는 부모이다. 점점 부모의 영향은 줄어가지만 어렸을 때 경험한 부모는 뿌리 깊게 남아서 아이의 성격, 대인관계 등 많은 영역에 영향을 준다. 부모라는 역할을 수행하며 남편과 아내도 한 단계 더 깊고 넓은 사람이 된다. 한 생명이 자라가는 일, 한 가정이 제대로 세워지는 일이 내 커리어, 평판, 돈보다 가치 없는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커리어나 평판, 돈은 찰나의 순간에 불과한 것들이지만 생명을 키워내고 가정이 화합하는 일은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의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가정이 잘 세워져야 온갖 사회 문제도 많이 줄어들 것이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 우리나라의 사회 문제들을 보면 가정이 얼마나 무너져내렸는지 참 많이 느껴진다) 그것이 모두가 함께 더욱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


 결혼과 출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말들이 있다. 

'부모님 처럼 네가 꼭 그렇게 똑같이 힘든 결혼생활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무엇이 결혼과 출산을 두렵고 싫은 것으로 여겨지게 하는지 너의 마음을 정확하고 면밀하게 살펴보아라.'

'능력있고 인정받는 멋진 여성이라는 말로 포장된 것이 아닌 네 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생각해보아라.'

'타인의 인정, 쾌락의 자유보다 나의 삶과 마음속 깊이 자리잡게 되는 진짜 친밀감, 신뢰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과 만족감이 훨씬 오래가고 크다는 것을 기억해라.'

각각의 문장들로도 글을 한편씩은 쓸 수 있을 것 같다. 하나씩 차근차근 글을 써보려고 한다. 그래서 부디 많은 이들이 가정이 주는 놀라운 선물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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