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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 May 23. 2024

결혼과 출산이 두려운 진짜 이유찾기 - 결혼편

내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것들을 발견하다

 내가 20대일때 가장 고민을 많이했던 주제가 바로 연애와 결혼이었고, 결혼 후에는 출산에 대한 고민이 참 깊었다. 그때는 생각과 마음이 정리되지 않고 안개가 껴있는 것처럼 참으로 모호했는데 지금은 이 부분에 대해서 더욱 명확해지고 깨끗해졌다. 누군가에게는 생각할 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내 이야기를 적어보고자 한다.


 먼저 결혼에 대한 생각이다. 나는 욕심도 많고 잘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공부도, 일도, 신앙생활도 참 열심히 했다. 그런데 유독 결혼에 대해서는 주춤거리는 마음이 있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크게는 결혼이 가져다주게될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 세부적으로 한번 이유들을 다시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타인을 의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요즘에는 누군가를 편하게 의지하고 의존하는 것이 낯설고 힘든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아니 요즘이라고 하기에는 우리 부모님 세대부터도 그런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타인을 의존한다는 것은 내 힘이 무력해지고 타인의 영향력이 커지는 경험이다. 그런 상태 또한 편안하고 나에게 이롭다는 경험이 있어야 편하게 타인에게 의존을 할 수 있다. (물론 크면서 독립성 이라는 것을 성취해야 하는데 의존과 독립 이 두가지가 균형있게 사용될 때 인간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의존적 상태에서 상처를 입었거나 불안했던 경험이 크면 클 수록 의존을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결혼이라는 것은 남편과 아내에게 의존적인 부분이 생긴다는 것이고 어느정도의 의존은 친밀감의 바탕이 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의존 상태를 두려워하며 내가 상처를 받게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나 또한 그랬었는데 나의 엄마는 다소 우울한 성향이 많았고, 기분이 불안정했던적이 많았기 때문에 엄마한테 완전히 폭 기대는 것이 편안하다는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빠는 잦은 출장으로 늘 바빴기 때문에 아빠에게 기댈 수 있는 기회도 많이 부족했다. 그러다보니 난 친구들과 밖에서 지내는 시간을 더 좋아했었고 고등학생때부터는 내가 오히려 엄마를 더 챙기고 신경쓰는 부모화 현상이 일어났다. 이것은 내가 남편과 연애를 할때 큰 방해가 되었다. 어렸을 때 충족되었어야 하는 의존 욕구가 억압되었었기 때문에 연애를 하게 되면서 그것을 남편에게 보상받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너무나 의지하고 싶고 어린아이처럼 굴고싶었다. 그런데 그게 한편으로는 자존심 상하기도 했고, 남편 또한 본인이 받아 줄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면 힘들어했기 때문에 그것이 또 나를 화가나게 했다. '아니 이것도 못받아줘? 날 사랑하는 것 맞아?'라고 생각해서 많이 싸웠다. 그리고 결혼을 결정하기에 앞서서는 '결혼을 해서 이 사람이 나를 배신하면 어쩌지?', '사람으로 인해 인생이 망가지면 어쩌지?' 이런 생각들이 자꾸만 들었던 같다. 사실 삶은 것이고 안의 욕구를 해결하고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내가 해야하는 일인데 말이다. 타인을 너무 크게 만들어서 괜시리 무섭고 두려웠던 같다. 의존 상태가 편안한 경험이 부족해서 그것이 주는 안정감도 잘 몰랐던 것 같고 말이다.


2. 부모님의 결혼 생활에서 느껴졌던 감정들

 부모님의 결혼 생활이 행복해보이고 부럽다면 가정을 이루는 일에 대해서 자연스레 소망을 갖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덜컥 겁부터나고 싫은 느낌이 드는게 당연하다. 우리 부모님 또한 가난한 시대에 태어나서 부모님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셨다. 그러다보니 두 분 또한 서로 많이 싸우고 힘들어하셨는데 아빠는 회피적 성향, 엄마는 의존적 성향이어서 더욱 그 갈등이 심화되었던 것 같다. 이 글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두분의 결혼 생활은 아주 가끔 행복해보이고 대체적으로는 매우 힘들어보였다. 나와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으셨고 최선을 다해 잘해주셨지만 두분의 관계는 늘 위태위태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더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결혼을 하면 상대와 맞지 않는 경우 그 문제를 해결하는게 쉽지가 않으며 그것이 인생을 불행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나에게 친구가 해준 말이 도움이 되었었는데 "너희 부모님이 힘든 결혼생활을 했다고 해서 너도 힘든 결혼생활을 할거라고 생각하지마. 너는 그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말이다. 그때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고 결혼 생활을 가꿔나가보자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내 삶에 불행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바꿀 수 있는 힘도 내 안에 있다. 완전히 내가 원하는 정도까지는 이뤄낼 수 없을지라도 성인이 된 나는 어쨌든 내 삶에 중요한 결정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기억하며 남편과 갈등이 생길때 종종 화가나기도하고 결혼을 후회할때도 있지만 그건 진짜 아주 잠깐이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더 큰 친밀감, 더 큰 행복이고 그것은 남편과 함께 노력해서 우리가 가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3. 더 큰 책임과 역할이 주어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

  나는 엄마, 아빠, 동생에 대한 걱정을 늘 안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에게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을 주는 결혼이 별로 내키지 않았던 것 같다. 시아버지, 시어머니, 남편의 가족들도 생기는 것도 부담스럽고, 아내라는 역할도 생기는 것도 싫었다. 해야할 일들이 늘어난다는 생각이 싫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사실은 실제 주어지는 것들에 비해 더 많이 싫어하고 부담스러워했던 것 같다. 우리 시댁은 엄청난 부자는 아니시지만 감사하게도 노후 준비가 잘 되어 있으신 편이고, 명절에 제사를 지내시지도 않기 때문에 그런 부담도 많이 없다. 명절에 시댁에 가서 같이 밥먹고 놀다오는게 끝이다. 물론 당연히 처음엔 불편하다. 그렇지만 모든 관계가 그렇듯이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점점 편해지고 친숙해진다. 나는 오히려 우리 부모님이 노후준비가 안되어 있으신 상황인데, 종종 남편도 걱정은 하지만 그 걱정을 미리부터 싸짊어들고 하지 않기로 했다. 힘들어 지는 일이 발생하면 그때 남편과 내가 힘을 합쳐서 그 일을 헤쳐나가면 되는 것이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현재의 행복을 깎아내리지는 않기로 했다.

 또 양가 부모님들과 의견 충돌이 있을 때 말이 안통할까봐 걱정이 될 수도 있는데 그것 또한 간단한 정답이 있다. 부부가 한팀이고 부부는 새로 독립하여 가정을 꾸린 존재이다. 따라서 각자의 부모님께는 각자가 중요한 의사소통과 조율을 전담하면 된다. 나는 이런 것들에 대해서 결혼전부터 남편과 많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편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양가 어른들 때문에 힘든일은 많지 않다. (물론 가끔 섭섭할때가 당연히 있지만 그것 또한 새로운 관계를 배워가고 적응해가는 과정일뿐... 어쨌든 시부모님은 남편의 부모님이고 우리 부모님은 내 부모님이다. 하하) 그리고 너무 좋은 사위, 좋은 며느리가 되려고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냥 내 존재 그대로 만나고 지혜롭게 관계를 가꾸어나가면 된다. 이처럼 결혼으로 인해 새로 생기게 되는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도 내가 사실보다 더 과도하게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꼭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그 역할과 책임이 너무나 싫은 이유도 사실은 내가 자라온 환경, 내가 경험해온 것들, 내 감정과 내 생각안에 명확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냥 '사회가~', '남자친구가~', '어른들이~' 이런 말들로 진짜 이유를 가려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평생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남기 때문이다.


4. 내가 잃게 될 것들에 대한 걱정

 결혼을 생각하면 내가 누리고 있던 것들을 잃을 것에 대한 걱정이 먼저 떠올랐다. 가장 첫 번째로는 내 평판과 타인의 인정이다. 아무래도 결혼을 하면 여자가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많고 그것은 대체로 커리어에 관한 것들이다. 그렇기에 나도 늘 그런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남편의 직장 근처에 살아야할 것 같고, 남편의 승진이 내 승진보다 더 중요할 것 같고, 그래서 내가 뭐든 양보해야하는 일이 많이 생길것 같은 느낌말이다. 근데 그건 그냥 느낌이다. 실상은 그런 일들 앞에서 나와 남편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다. 무조건 남편에게 양보해야할 이유는 없다. 서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집안일도 요즘은 다 나누어 하는 시대이다. 물론 부모님 집에서 사는 것 만큼 편하지는 않지만 어른이 되었다면 언젠가 독립도 해야하는 법이니까. 부모님이 다 늙어서까지 우리 뒷바라지를 해주시길 바라는 것은 진정한 성인이 되지 못했다는 뜻일 것이다. 어쨌든 실제로도 나와 남편은 서로의 커리어를 위해서 서로서로 도움이 되는 결정을 늘 해왔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각자가 원하는 것에 대해 반대를 거의 하지 않았다. 집안일도 정말 항목별로 나누어서 같이 했고 필요할 땐 미루고 더 편한 방식을 찾아서 적용했다. 그래서 내가 일을 하는데 집안일이 문제가 된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러니까 모호한 걱정으로 결혼생활이 주는 행복을 평가절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번째로는 쾌락과 자유, 무엇보다 돈일 것이다. 먼저 결혼을 하면 내 자유가 적어질 거라는 생각이 컸던 것 같다. 명절만 해도 결혼전엔 해외여행가고 친구만나는 날이었는데 이제는 양가 어른들을 뵙고 인사하는 날이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도 지혜롭게 조절하면서 우리 가정의 새로운 의미와 시간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연중 행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명절에는 여행을 가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예전보다 사회적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가족들이 여행을 간다. 만약 우리 가족끼리만 여행을 가기로하였다면 그렇게 결정한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드리고, 또 명절에 만나기를 기대했던 부모님들을 위해 날짜를 조정하여 미리만나거나 여행을 다녀온 이후에 만나는 식으로 일정을 조정해도 된다. (물론 전제는 네이트 판에 나오는 아주 이상한 시부모님을 만나지 않았다는 가정 하에 가능한 이야기이며, 설사 정말 어려운 시부모님을 만난 경우라면 남편과 힘을 합쳐 가정의 경계를 명확히하고 남편이 이 일을 잘 조율 할 수 있도록 도와라.)

 또한 부부관계가 된다는 것은 내 마음대로 내 시간과 돈을 쓰지 않고 상대와 조율하여 함께 쓴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것은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일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결혼전에 서로 많이 이야기를 나누고 조율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자유와 쾌락을 누려보면 알겠지만 그것이 주는 기쁨은 찰나와 같아서 여행가서 돈을 펑펑쓰고오면 그때는 즐겁지만 다음 여행이 오지 않는한 또 평범하고 재미없는 일상이 된다. 그런데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 인생은 원래 생각보다 좀 지루하고 평범하고 지긋지긋할때가 있다. 모두가 그런 삶을 산다. 그 가운데 실제로 우리 삶에 소소한 행복이 되는 것들은 가까운 사람과의 좋은 관계, 작은 여유와 같은 것이지 거창하고 특별한 것들이 아니다. 배우자를 만나고 친밀감과 신뢰를 형성해나가는 그 과정, 거기에서 오는 심리적 만족감은 순간의 자유와 쾌락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가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삶이 전반적으로 안정되며 풍성해질 수 있다. 이 관계는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더욱 깊어지며 더 큰 만족감과 기쁨을 가져다 줄 것이다. 지금 당장의 돈과 자유에는 좀 손해가 있을 수 있지만 내 인생 전체를 위해 에너지의 방향을 바꾸어 새로운 것을 가꾸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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