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4살

2020년을 끝내고

by 윤설화

끝내다는 단어를 과감히 쓸수 있는건 올 한 해를 조금은 주도적으로 살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는 주도적으로 포기하고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또 주도적으로 상처를 받았다.

이렇게 겪어온 일들을 능동적으로 행한 것으로 묘사하다보니 정신승리가 아주 원만히 이루어지고 있는듯 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24살이 너무 암울해 질것 같다.


나는 쉬운 길도 어렵게 가고 어려운 길은 무책임하게 포기해가면서 그렇게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들에 누군가 조언을 해줄 때면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게 참 어렵다. 내가 당장에 집중하고 있는 무언가에 대해서 만큼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어느 순간 자부해버린다. 지나치게 애착을 쏟아붓다보면 결과에 너무 큰 기대와 무게를 실어버린다.


실망도 크고 상처도 크다. 항상 앞서가고 서두르는게 내 가장 큰 단점이다. 하지만 앞서서 고민하고 준비하고 노력하는것은 내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모순되고 양립되는 것들이 함께하는, 2020년은 나에게 그런 한해였다.


한살, 한살이 어쩌면 똑같이 유난히 큰 파동과 굴곡으로 가득찬 매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잠시 멈춰서서 곱씹어보면, 먼 기억은 어느새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있다. 모든건 아무것도 아닌것들에 의미를 부여한 결과물들이 아니었을까. 시간이 꽤 흘러 오해와 이해 사이 길고도 짧은 다리 하나를 건널수 있을 만큼은 자란것 같은데 여전히 나는 멈춰있는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이제는 놓아줘야겠지. 아무리 미워도 결국에 용서해야 내 마음이 편하겠지. 언젠가 돌고 돌아 마주친대도 담담하게 미소지을 정도만큼만 낫고 아물었으면 좋겠다. 그저 그것만큼만, 그 정도의 흔적으로만 남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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