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로: 나는 어쩌다 서점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_1
“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라고 적힌 문자메시지를 들여다본다. 이번에도 떨어졌다. 면접 탈락만 15번째다. 나이는 먹었는데, 뛰어난 역량이 들어 설 자리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한 때 찬란했던 20살을 보냈노라 자부했던 그 때의 내가 미래에는 저렇게 될 거라곤 상상이나 했을까.
성적 장학금으로 효자노릇 하면서 인생길 꽃길 걷겠다 싶었다. 하고 싶은 공부 더 하고 싶어 편입도 했는데, 공부를 할수록 흥미는 멀어져만갔다. 실력 있는 친구들에게 밀려 성적은 갈수록 떨어지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하나 둘 취업을 하니 내 모습은 초라하기만 했다. 그렇게 20살 때의 찬란함은 빛 바란 채 2019년을 맞이하였고 나는 27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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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7월 말 사이, 나는 17곳 정도 면접을 봤다. 그 중 2곳의 회사를 다녔다. 하지만 모두 그만두었다. 첫 직장은 경기도에 있는 반도체 공장이었는데, 퇴근 후 밀려오는 극심한 외로움과 군대식 분위기에 답답함을 느껴 일찍 퇴사했다. 두 번째 회사는 부산에서 원단을 납품하는 곳이었다. 해외영업 부서로 취업을 했는데, 사수도 없고업무 구분도 없는 임원들이 가족회사인 최악의 회사였다. 이마저도 1주일 만에 그만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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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극도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면접을 불러주는 곳도 서서히 줄어들어만갔다. 그러다 마음을 환기시킬 겸 바다를 보러 갔다.
스타벅스 창가에 노트북을 키고 이력서를 작성하려는데, 과거의 기억들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이번에도 이력서를 써서 지원해도 합격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불확실함과 운좋게 면접이라도 갔어도 합격할 수 있다는 확신이 내게 없었다. 퇴사 후 받은 돈은 떨어지기 시작했고, 부모님께 더 이상 손을 벌릴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자 어떻게해야할 지 몰라 막막하기만 했다. 이런 고민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니 알 수 없는 우울함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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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친구나 가족들에게 토로를 해야할까 싶지만, 그들에게 짐을 얹어주는 것만 같아 차마 말을 할 수 없었다. 취준생이 모인 채팅방에서 묻자니 공감이 어려운 답변과 다른 사람들의 취업 정보 공유, 합 또는 불의 문자로 도배되는 글에 밀려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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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심 끝에 독립출판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단체 채팅방에 이런 고민을 올렸다.
(이하 보냈던 내용을 각색)
“길어지는 취업 준비로 가족들에게 눈치가 보이고, 남들처럼 뚜렷한 강점하나 찾기 힘들어 어느 직무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이력서를 써도 떨어지고, 스펙이나 직무 경험을 했어도 기억이 안나 답답합니다. 운 좋게 면접에 갔어도 제대로 말 한 번 못하고 떨어지니 안타까운 날이 늘어만 갑니다. 마음은 점점 조급해져만 갑니다. 여행을 가고 휴식하는 것도 불안하기만 해요.
습관적으로 취업 포털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고, 이력서만 집어넣고 결과를 기다리는 나날이일상이 되었어요. 머리엔 온통 언제 합격할까라는 생각뿐이어서 매사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좋게 할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추천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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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고민이 올라오자마자 나와 일면식 하나 없던 분들이 여러 책과 영화를 추천해주셨다. 어떤 분은 장문의 글이나 명언을 보내주셨다. 팟 케스트 방송을 듣다 내 생각이 났다며 방송을 들어보라고 권하신 분도 계셨다. 그들의 넘치는 관심으로 잃었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고 축 쳐진 입 꼬리가 올라갈 수 있었다. ‘책’과 관련된 사람들의 마음은 이토록이나 따뜻하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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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맞다. 책을 참 좋아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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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 무렵, 마음이 힘들 때 책으로 위로받은 기억 덕분에 대학교 친구들한테 서점에서 일 해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독서모임, 글쓰기, 북큐레이션 수업과 서점투어에도 관심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친구에게 책을 선물할 때 돈이 아깝지 않다고 여길 정도였다. 책과 관련된 모든 걸 좋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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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해서 노트북을 키고 취업 포털 사이트에 ‘서점’ 을 검색했다. 한 건의 서점 직원 채용 공고가 떴고, 고민 없이 이력서를 제출했다. 제출 후에는 일을 하다가 맞으면 계속 다니고, 안 맞으면 후회가 없을 것만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일에 긴장보단 기대가 생겼다. 1주일 후,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면접을 보러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2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