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일을 한다는 것_3

가지 않은 길, 선택에 후회하지 않으려면.

by Shysbook

입사 첫 날. 서비스 직이 처음인 나에겐 포스(POS)기기와 고객 응대가 마냥 생소했다. ‘안녕하세요., 결제하겠습니다.’ 라는 인삿말을 고객님에게 하는 게 마냥 어색하기만 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인사가 입에 붙고, 사용법도 능숙해지니 뭘해도 온통 불확실과 긴장으로 가득한 이전 직장과 달리 모든 일이 흥미로 가득했고, 배우는 것에 조금씩 재미를 느꼈다. 긴장보다 흥미를 느낀 이유는 어쩌면 내가 택한 일에 대한 만족감 때문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과거로 돌아가본다. 2010년. 고등학교 2학년 시절에 문학 교과서에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이란 시를 읽은 적이 있다. 나그네가 두 갈래 길 중 발자국이 놓여있는 길보다 아무 발자국도 없는 길을 택했고, 그것이 본인의 운명을 바꿨다는 내용이 실린 시다.

나는 그 시가 어떤 운명을 바꿀지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저 문학 교과서에 실린 글이라 여기고 오랫 동안 기억 속에 묻어두었다.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이 시의 나그네처럼 나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2018년 2년 전 겨울. 미래에 대해 고민이 깊어졌을 무렵, 출석하던 교회 목사님과 식사하면서 고민을 토로한 적이 있다. 평소 출판계나 서점에 관심이있어 거기서 일을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그분은 출판 업계에서 일을 하는 교인들을 만나보니 업황이 좋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차라리 전공을 살려 대학원을 가라고 강조하신다.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허나 돌이켜보니 그 분이 내 인생까지 책임져주지는 않는다는 걸 느낀다. 대학원을 나와 특정 분야에서 영향력을 행사할만큼 전공 실력이 없었다. 전공이 재밌고 관심있다고 여겨왔지만 실은 ‘척’ 한 것뿐이었다. 노력에 비해 성적은 나오지 않아 답답하여 대학원은 나에겐 허상에 불과했다.

또한 목사는 신이 아니었다. 그 분 말대로 인생이 좌지우지될 만큼 인생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스스로 고민하고 기회가 있으면 시도를 해봐야지 이 길을 갈지 말지 확신이 생기는 것이니까.

만약 출판업이 어렵다는 이유만 듣고 쉽게 단념했더라면 나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을 게 분명하다. 허나 인생이 미련과 후회로 점철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혹은 나무 위에 걸린 포도를 보고 ‘이건 신포도니까 맛이 없을거야! ‘라고 쉽게 지나치는 우화 속 여우처럼 합리화하며 살았을거다.

지금의 길을 택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 것만 같았다. 어쩌면 어릴적 생긴 무수한 편견,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들이 나의 선택과 확신에 장애물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른 나이에 고민없이 소신껏 할 걸 그랬나 싶었지만, 어릴적 나는 나보다 인생을 먼저 산 선배들의 이야기가 길이요 생명이요 진리인마냥 수긍하는 것이 익숙했다.

학창시절에 문과는 취업이 어려우니 이과로 진학해야한다는 말에 이과를 택했고, 대학 진학할 때도 취업에 유리한 전공인 공대를 택했다.

그렇게 공대를 나왔어도 교수님이나 어른들로부터


‘생산,연구개발,품질,설비 분야로 들어가야한다.’
‘실력자가 되어야한다.’
‘공기업, 대기업을 나와야 그나마 먹고 산다.’
‘영업직은 힘들다.’
‘옆집 누구는 얼마 벌고 또 누구는 못 벌더라.’ 같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기만 했다. 그러다보니 내 목소리는 묻혀진 채, 내 의사와는 무관한 채로 정작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고, 어떻게 살아야할 지라는 고민을 들을 틈이 거의 없다싶었다. 과거부터 켜켜히 남들의 반응에만 귀기울이며 지내다보니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곧장 실천에 옮기기까진 참으로 어려운 일일 수 밖에.


하지만 9년 전 학창시절 1분 남짓 읽고 넘어간 프로스트의 시가 10년 후 내 인생을 변화시킨 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할 줄은 몰랐는데,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니 내가 길 선택을 잘 했구나 싶었다.


출근 때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사람들은 줄을 섰지만 정작 계단을 오르는 사람들은 없었다. 줄 서서 가기 너무 귀찮고 지루하기에 계단을 오르기로 결심했다.


에스컬레이터는 다리를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가만히 서있으면 알아서 목적지까지 안내하니 효용성 측면에선 최상이다.하지만 계단은 다리를 움직여가면서 숨이 조금은 헐떡거릴지라도목적지까지 도착하고나면 머리가 조금은 상쾌해진다.


마찬가지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은 힘들기만 하다. 불안하고, 잘못된 선택이라 치부되기 쉽다. 주위에 아무도 선례를 남겨놓지 않았기에 더더욱 막막할 뿐이다.


허나 스스로 그 길을 차근차근 내딛다보면, 목표에 도달해있을 뿐만 아니라 심신이 더욱 단련된, 건강한 내 모습을 발견한다. 내가 택한 길이 힘들고 막막하더라도, 그저 걸어보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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