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아우르는 콘텐츠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hep매거진 남필우 대표 강연을 들으며

by Shysbook

“무드의 공감각을 더하는 건 음악과 사진만 한 게 없다.”


일을 하면서 우연한 기회로 hep매거진 남필우 대표의 강연을 들었다. 위는 그가 강연 중에 한 말인데 듣자마자 귓가에 콕하고 박혔다.


hep매거진은 음악과 필름 사진을 기반으로 한 음악과 공간 그리고 사람의 인터뷰를 실은 매거진이다. 수많은 매거진이 있지만 이 매거진만의 포인트는 무엇이고 시각 중점적인 콘텐츠인 매거진에 어떻게 무드의 공감각을 전달하는지 궁금했다.


1. 시각의 촉각화

남필우 대표님은 매거진 제작 때 무드에 어울릴 만한 표지와 내지 그리고 촉감을 고려한다고 하셨다. 강연 중간에 음악을 틀어주시면서 동시에 표지에 실을 메인 타이틀곡과 사진을 고르기까지 과정을 들려주셨다.


hep #02 매거진은 표지에 사람의 손이 찍힌 사진이 실려있었는데 대표님은 독자가 보다 사진 속 손처럼 감각을 느낄만한 표지 재질이 없을까를 고려했다고 한다. 보다 직관적인 접근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2. 감각을 아우르는 콘텐츠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hep #03 what's going on 시리즈의 편집자의 말 부분을 읽다가 이런 에피소드를 접했다.


“오토바이를 타고 청포도 밭을 지나가면서 마빈 게이 <what’s going on>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마빈 게이의 달콤한 목소리가 청포도의 향과 잘 어울렸다.”


읽고 나서 위 음악을 듣는데 마빈 게이의 목소리에서 청포도향이 연상되었다. 시각으로 청각과 후각을 떠올리다 보니 귀와 코가 탁 트이며 환기가 되는 기분이었다. 심지어 표지 색감조차 청포도의 색깔을 담았으니 이쯤 되면 대표님은 감도에 섬세한 사람이겠다 생각했다. 아울러 한국 어느 시골마을에 있는 포도밭과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 타운이라는 시대와 문화적 그리고 정서적 이질감이 음악으로 단박에 좁혀지는 힘이 느껴졌다. 시각을 주로 사용하지만 군데군데 감각을 연상케 하는 소재를 넣었을 뿐인데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게 했다.


3. 좋아하는 것엔 필연 몰입과 재미가 따른다.


"좋아하는 것을 바라보는 사람들과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재밌다."


올드카를 타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필름 카메라로 차와 함께한 인터뷰이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넘겨보니 그 말에 수긍이 갔다. 좋아하고 관심이 가는 영역에서 그 사람들이 내뿜는 눈빛과 말에서는 힘이 깃들어있다. 올드카가 왜 좋냐고 묻는다면 입은 자동차 모터처럼 요란하게 울릴 테다.


4. 감도를 높이는 법

-관찰과 표현-

테이블 위로 남필우 대표님이 큐레이션 한 서가가 보였다. 왜 그가 이 책을 소개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강연을 듣기 전, 매대에 차지한 도서들을 보니 왜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책이며, 예술 책과, 모 출판사의 편집 가이드북, 여성 아티스트의 삽화가 실린 큰 책을 소개한 것인지 연관성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강연을 듣는 순간 그가 추천한 책들 전부가 hep 매거진의 근간을 이룬 영감이었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목표로 삼는 건 온몸이 촉수인 사람이 되는 겁니다. (139쪽) 박웅현, <책은 도끼다>


책은 영상보다 더 다채로운 감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활자 위를 머물면서 생각을 섬세하게 다질 수 있기에 남필우 대표님은 책으로 영감을 얻고 콘텐츠를 만드는 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문득 군 시절 여러 번 정독했던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가 생각났다. 책을 읽고 감탄했던 문장을 노트에 옮겨 적음으로써 삶을 느낄 수 있는 촉수를 세웠다고 하셨는데,

이는 세상의 변화와 일상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감성을 기르는 일이기도 했다.


무심코 지나치고 있는 일상에서 감도를 높이려면 책을 읽고 오랫동안 생각하라는 상투적인 교훈보다 꼭 책이 아니어도 감각을 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마 관찰 후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대상을 보고 그냥 좋다 안 좋다는 감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왜 좋은지 어떤 생각이 드는지 마음껏 표현해보는 것이다. 글이건, 사진이건, 그림이건, 영상(브이로그, 플레이리스트 등)이나 오브제등 내가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다.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자주 즐겨 듣고 찾는 유튜브 채널 리플레이가 생각난 건 왜일까. 이 채널은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서 플레이리스트를 제작하여 60만 가까운 구독자를 모은 플레이리스트계 채널이다. 성장과 더불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지 햇수로 4년 째다.


사진과 함께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드와 마치 이 공간에 있다는 착각에 일게 한다. 리플레이 채널을 통해 음악을 듣다 보면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로 강렬한 인상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날의 풍경, 분위기, 냄새 등이 감각세포가 재생되는 기분이 든다. 이처럼 감각을 아우르는 콘텐츠는 사람들의 기억에 오랫동안 머물게 하고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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