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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ysbook Oct 04. 2022

#01.정답이 없으니 즐겁게 헛소리를 해봅시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2층 세마 러닝 스테이션


미술관 전시를 보면 저는 흥분과 설렘보단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것 같습니다.

입구 벽면에 적힌 작가의 작품해설이나 무료로 비치된 팜플렛을 펼치면 난해한 해석들이 활자로 나열되어 있는데 읽을 수록 ‘아하! 그렇구나!‘ 라는 직감보단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라는 생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거칠게 이야기하자면 소위 잘난체를 하는 것일까,예술가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언어로만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달까요. 


하지만 난해한 해석이 누군가에겐 반드시 필요할 수 있어 남겨두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작가의 의도를 작품 속에 전부 녹여내어 표현하려면 이보다 훨씬 긴 설명이 필요할 지도 모르기에 최대한 전시의 주제에 맞게끔 내용을 압축하다보니 오해가 빚어진 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구요.


한 편으론 전시 자체가 지닌 본래 의도인 ‘머무름과 사유’에 맞는 장치 역할을 하는 것 같단 생각도 듭니다. 오랫동안 작품을 들여다보고 사유하고 작가의 의도를 찬찬히 떠올리다보면 나도 모르게 다양한 생각과 경험이 머릿 속으로 둥둥 떠다니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 저는 그렇게 깊이 들여다보고 몰입할 만큼 집중력이 좋지도 않은 산만함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전시장을 나오면 반응은 ‘보긴 봤는데.. 으음.. 뭐가 좋았는지 뚜렷하게 말하기 힘들어’ 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의 SeMa 전시관 2층에 새로 단장한 세마러닝스테이션 내 설치된 문구와 설명은 더할나위 없이 친절한 장치처럼 보였습니다. 저처럼 전시를 어렵고 거부감이 드는 사람들 그러니까 미술관에 들어와서 ‘즐거움’ 보단 ’과제‘ 혹은 ’정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을 지닌 사람들에게 미술관을 보다 즐겁고 자유롭게 이용하는 방법을 제안한 것 같았습니다.


전시 두 편을 보고 정문을 나섰습니다.비상하지 못한 기억과 산만한 주의력 그리고 사진 몇 장만 남았지만요. 하지만 세마스테이션 설명을 보고 작품을 보니 작품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부담과 죄책감(?)을 덜 수 있었달까요.) 어수선하게 나열된 작품과 활자로 가득한 공간에 전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의 경험이 들어갈 때, 산만한 생각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정답은 알 수 없는 생각의 방이 되는 상상을 해봅니다.


다양한 해석과 경험이 모이면 기존에 갖고 있던 생각과 경험이 전복되기도 하고 정답이 없는 주제로부터 혼란스러운 순간을 지날 지 모르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인사이트가 도출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미술관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이야기하는 사유의 장이 되길 바랐습니다. 고로 일단 질러보고 자신의 생각대로 마음가는대로 즐겨보면 좋겠습니다.


제목과 표지 사진은 미술관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꼭 지니고 가셨으면 하는 의미에서 가져왔습니다.

작가의 숨은 의도를 찾는 것에만에 길들여지다보니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 계신다면 꼭 이 문구를 기억해주세요.

열린 결말이 있는 작품 속에서 혼자서 혹은 함께 온 분과 즐겁게 헛소리를 해보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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