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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ysbook Nov 07. 2022

낯섦에 다다른 일

새 직장에 정착한 지 1주일을 향하는 중이다. 난생처음 하는 일에 애써 적응해보려고 버둥거리다 보니 퇴근 시간에 다다르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차 한 잔 마시고, 회사에 제출할 서류를 넣고 유튜브를 잠깐 보니 시간은 9시를 넘겼다.


오랜만에 30분 동안 스트레칭 요가를 했다. 인센스를 피우고, 좁은 바닥에 요가매트를 깔고서 몸을 굽혔다 폈다, 늘였다 숙였다를 반복하니 딱딱하게 뭉친 근육들이 스프링처럼 탄성이 생기는 기분이 든다. 낯선 곳에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려던 내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겉은 평온해도 속은 소용돌이치듯 불안했음을 마주했다. 분주한 소용돌이에 들어갈수록 중심을 잘 지키는 것이 필요하지만 중심이 흔들리면 나도 외력에 휩쓸려 어디로 향하는지 모르기에 움츠러들지 않으려고 애를 쓴 것이다.


작년의 기억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 나의 기준은 없고 그저 분주하게 흘러가는 일을 쳐내느라 급급했던 분위기에 적응하느라 내 의견보다 타인의 의견에 자꾸 휩쓸려 나를 잃어가던 시간은 악몽 같았다.


퇴사를 받아들일 때까진 무척 고통스러웠지만 차츰 시간이 흘러 오히려 잘된 일이란 생각도 든다. 집에 있는 만큼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허락하는 법을 퇴사 이후에 다짐을 할 수 있었으니까. 시간이 흘러 요가를 하면서 되살아났다. 잊었던 게 아니라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걸 꺼낸 것은 아니었나. 먼지 묵은 기억을 털어 다시금 펼쳤을 때 표정은 히죽거리다가 이내 마음을 간지럽히곤 한다.


살면서 나를 너그러이 대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삶을 사랑할 이유가 샘솟는 게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출퇴근길에 책을 읽었고 보이즈 투맨 음악을 듣다가 집에서 요가를 하며 자극에 길들여진 눈과 몸을 한결 가볍게 했다.


요가 매트 위에서 사바아사나(송장 자세)를 하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 내일 출근이 고되더라도 견딜 힘이 남아있어 스스로에게 고맙다고 생각했다. 살면서 스스로에게 표현이 인색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는데 낯선 모습에 낯간지럽다가도 차츰차츰 받아들이는 게 요가 수련처럼 익숙함에 수렴하는 점진성 같기도 하다. 낯섦에 다다르자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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