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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ysbook Jan 20. 2023

인간은 얼마나 동물들에게 이기적이고 한심했나

5호선 광화문 역. 지하철 승강장 안에서 예수 믿으세요라고 쩌렁쩌렁 외치던 여성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방화행 열차에 올라탔다. 예수를 믿으라던 그의 입술은 전철 안에서는 침묵했다. 여성 옆에 앉은 남자 역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이어폰을 끼지도 않고 유튜브를 보고 있다. 스피커 폰을 타고 흐르는 내용은 국정원 어쩌구거리는데 가짜뉴스로 추정되는 정보들을 승객들을 들으라는 듯이 버젓히 켜둔 채 지켜보고 있다. 기독교, 극우단체가 만든 혐오와 차별의 프레임은 지하철 안에서도 이어진다. 두 사람만의 또 다른 시위방식인걸까. 한 사람은 승강장에서 또 한 사람은 열차 안에서 목소리를 쩌렁쩌렁 퍼뜨리지만 그 중심엔 타자에 대한 존중이 없다. 그저 이기적이란 생각 밖에 들지않았다.


폭력적인 상황은 지하철에서 읽은 어느 신문기사에서도 이어졌다. 얼음판에 패대기 치는 산천어 축제 기사였다. 쾌고감수능력(쾌락과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는 인간 뿐만 아니라 산천어를 포함한 비인간 동물들에게도 존재하나, 이 행상에 참석한 70여 만명 인간들은 비인간 동물들에게 배려심따위를 보여주지 않았다.


70만 명이 넘는 산천어가 명을 달리했다. 어떤 이들은 맨손으로 산천어를 잡아 얼음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어떤 이들은 얼음에 구멍을 내어 날카로운 낚싯바늘을 주둥이에 물린다. 이 때 산천어는 팔딱거릴수록 낚싯바늘이 깊이 파고들다 서서히 숨을 거둔다.


얼음판 위에 던져진 산천어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간다. 아가미 호흡을 하는 어류는 갑자기 공기 중에 노출되면 극심한 호흡곤란을 겪는다. 얼음은 물고기의 질식을 더 고통스럽게 만든다. 2002년 영국 브리스톨 대학 논문에 따르면, 실온의 연어는 의식을 잃는데 2분 30초,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는데 11분이 걸렸다. 그러나 0도에서는 의식을 잃는데 9분, 움직임을 멈추는데 3시간이 걸렸다. 더 참혹하게 더 천천히 죽어간다는 얘기다.(얼음판에 패대기친 산천어…3시간 고통 속에 죽어간다면)


피가 튀고 인간은 얼음판 위를 정복한다. 뭍의 주인공을 몰아내어 침략자가 된다. 자연의 주인이 뒤바뀌는 것도 모자라 터전을 파괴한다. 폭력과 살육이 난무하는 것은 축제가 아닌 집단 대학살이다.


산천어들은 전국 각지 18개의 양식장에서 키워지다 축제 당일 일제히 학살당한다. 학살 이후 찾아오는 건 인간들의 포악한 식사다. 날 것으로, 구워진 채로, 갈려진 채로.. 온 갖 형태로 인간의 입으로 위장으로 흘러간다.


이런 행사를 주최하는 이유가 뭘까, 돈 때문이다. 전통이라는 이름을 빌려 단기간 수익을 빨리 거둘 수 있는 지역만이 내세울 수 있는 돈줄이기 때문이다. 단기간 최대 이윤. 자본주의 관점에서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러나 위 목적을 달성하려고 생태계를 정복하고 피를 보게끔 하는 이 축제는 사실상 킬링 필드나 다름 없다.


2019년 맨손잡기를 없애달라는 11개 동물, 환경단체들의 요청을 화천군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거부했다. 2020년엔 단체들이 화천군수와 행사 주최인 ‘재단법인 나라’를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이를 각하했다. ‘식용 목적의 어류는 동물보호법 보호 대상이 아니고, 산천어는 애초에 식용을 목적으로 양식되었다’는 사유였다.

(출처: 위 기사 동일)


먹히기 위해 나고 자란 동물들은 아무도 없다. 이 날 하루 인간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내어주고 싶은 동물들은 아무도 없다. 인간의 탐욕은 자석처럼 동물들을 끌어당기고 충족할 때까지 학살을 자행할 뿐이다.


쓰면 쓸수록 무력감이 쏟아진다. 70만 명의 물살이들이 방생하며 자유롭게 세상을 향해 물질하는 모습을 보는 평화 축제는 정녕 존재할 수 없을까. 모두가 죽이지 않고 생명 존중 가치를 심어줄 수 있는 축제는 돈 앞에서 무력하거나 타협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오늘 인간이 만들어낸 이기심을 목도했다.

인간이 인간을 배려하지 않음의 이기심.

인간이 비인간 동물을 존중하지 않는 이기심.

이기심은 폭력을 낳고 한심(閑心) 하게 여기면 안되는 상황임에도 관심은 한심(寒心)하기만 하다. 무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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