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불변 법칙은 존재한다.
1.입사 3일 차에 만난 첫 번째 진상.
마감 30분 전, 한 어르신이 서점에 찾아와 대뜸 매니저를 향해
‘야, 책 갖고온나!’ 라고 소리치셨다.
매니저님은
‘고객님, 저희가 어떤 책을 직접 가져다 드리지는 않습니다만..’ 이라고 하자 그 어르신은
‘아니 여긴 장사할 생각이 있는기가?’
그래도 몸이 불편하신 분께 정중하게 찾으시는 책을 물어 본 다음 안내까지는 해드렸는데, 15분 정도 지난 후 20만원 어치의 치매예방 서적을 잔뜩 담아다 계산을 하러 오셨다.
그런 다음 ‘내가 나이가 들었으니까 내 차까지 계산한 책 수레에 실어서 가져와주소.’
매니저님은 ‘죄송합니다, 고객님. 저희가 해드릴 수 있는 범위가 아니어서..’ 라고 말하자 그 어르신이 대뜸 성을 내면서
‘에이 그라믄 나 안 살란다!’ 하시곤 곧장 매장 밖으로 나가셨다.
그 모습을 보며 어딘가가 석연치 않았다.
물론 그 어르신 입장이 이해가 간다. 첫 방문이시고 컴퓨터로 책을 찾고 결제하는 셀프 서비스 자체가 되게 생소했으니까.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성이 날 만도 했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첫 대면부터 무례함을 동반한다면, 더 이상 무언가를 돕고 싶은 마음이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제 아무리 정중한 부탁을 드려도 한계가 있다.
직원을 자기 머슴마냥 대하고, 반말을 하고, 화를 내며 거칠게 대응하는 건, 성별나이 막론하고 엄연히 고객의 잘못이기 때문이다.
2. 입사 한 달 후에 만난 두 번째 진상.
주말 마감 시간에 청소를 하러 계단서가를 청소하는 중이었다. 계단 서가 바닥에 카트가 보였는데, 그 안에 집에서 가져 온 쓰레기와 책 비닐 그리고 음료가 담긴 테이크아웃 커피잔이 들어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CCTV로 소행을 알아내고 싶을 정도로 속에서 화가 쌓였다. 아무래도 가족 소행일 터. 가족들이 함께 같은 자리에서 함께 책을 읽는 것은 좋다만, 자신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니면 직원들에게 부탁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3. 입사 두 달 후에 만난 세 번째 진상.
또 다른 어르신 한 분이 책 세 권을 갖고와서 환불 요청을 하신다.
그런데,
“아, 내가 8월 28일 날 9200원 주고 샀는데~”
“저희가 1주일 이내 들고 온 책만 환불 가능합니다. 영수증 갖고 계신가요?‘
“아 맞다, 영수증..나 버렸는데. 허허허허”
매니저님께 그 상황을 자초지종 설명을 드리자 매니저님께선
아무래도 처음 이용하시는 분이라 그럴 수도 있을 거라 싶어 관대한 마음으로 허가(?)가 떨어졌다.”
다음에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결제했던 8월 달을 조회하고 영수증을 재발급
하고선 반품을 하려는데,
“혹시 결제하셨던 카드 갖고 계신지요?”
“아, 조금만 기다려 봐. 집이 이 근처니까 카드 챙겨올게~”
이러고는 30분이 넘도록 오지 않으셨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2달 전 샀던 책을 이제 와서 환불해달라니.
악의적인 의도가 없을지라도 책을 구매하기 전에 한 번 읽고 나서 판단해 볼 수도 있다.
마음에 안 들면 돈을 굳이 쓰지 않아도 되었고, 시간조차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책에 훼손된 흔적은 없는지 살펴본다. 볼펜으로 동그라미 친 흔적이 보인다.
매입 등급도 최상품이 아닌 중 또는 상 정도의 오랜 흔적이 가득한 책이었는데, 샀을 때부터 볼펜 흔적이 있었는지
아니면 손님이 사자마자 칠한 것인지 진위여부를 알 수 없어 환불하기도 애매했으나
30분 후 그 어르신이 오자마자 찝찝한 마음으로 환불을 해드렸다.
구매 날짜는 기억하면서 정작 중요한 환불 기간이나 서점 에티켓은 무시해도 되는건지, 그 분을 바라보며 실망을 감추기 어려웠다.
이 외에도 애들이 시끄럽게 소란을 피우는데도 제제하지 않는 부모님. 사지도 않은 책을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가며 낙서하시는 분들. 책에 붙은 부록을 훔쳐가는 아이들.
책을 엉뚱한 곳에 갖다 놓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누군가의 이기심으로 인해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실망으로 바뀌어 사람들을 색안경 끼고 바라볼까 두렵기만 하고 다른 손님이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찔하기만 하다.
서점을 방문하시는 고객님들 중에 알려고 하지도 않고 나는 모른다고 일관하며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 자체가 진상임을 인증하는 행위임을 잊지 않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