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장항준 감독님이 저녁을 사주신다고?!
나의 덕질은 크게 2가지 축인데, 하나는 영화 또 하나는 나의 최애 밴드이다.
영화는 가장 개인적인 덕질이자 또 가장 폭넓은 덕질이 가능한 분야라고 생각하는데,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에는 온전히 영화와 나 딱 둘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극장이라는 공간을 좋아하고, 그 폐쇄적이면서도 무한한 확장성을 나는 사랑한다.
작년이었다. 개인적으로 여러 난제들을 마주하고 있었고,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길래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인생의 굴곡은 그렇게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막상 그것이 내 눈 앞에 나타났을 때에는 부정하고만 싶었던 것 같다.
그러다 여느 때처럼 극장을 찾았다. 제일 먼저는 시사회였다. 그 간의 영화 발품으로 나는 집 앞 극장 VVIP였고, 시사회 신청을 하자 어렵지 않게 당첨이 되었다. 정말 아무런 기대없이 복잡한 마음을 잠시나마 덜어내고자 들렸던 공간이었다. 그렇게 만난 영화는 안재홍 배우 주연의 '리바운드'!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나는 너무나 공감되었고, 농구의 '농'자는 커녕 'ㄴ'도 잘 모르는 내가 이 영화에 푹 빠져버렸다. 그렇게 그 영화를 가족과도 같이 보고, 혼자서도 반복해서 N차 관람을 하며 거의 열 번을 본 것 같다.
특히, 가족과 같이 보러 갔을 때에는 영화 개봉의 초창기 1주차 주말이었던 것으로 기억을 하는데, 이제서야 알게 된 거지만 영화 개봉 첫 번째 주말의 관객수는 그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지표였다. 그리고 그 때 나는 감독님과 배우 분들이 영화가 끝나고 극장에 들어서 인사를 나누고, 작은 선물들을 나눠 주었을 때 앞에 계셨던 감독님과 말씀드렸다. '감독님, 저 N차 관람중이예요. 오늘은 가족들과 같이 보러 왔습니다.' 그 순간 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감독님의 눈에서 진심으로 반갑고 고마워 하는 눈빛을 읽었다. 감독님은 작은 키링 선물을 주시며, 사진도 찍어주셨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영화 '리바운드'를 잠깐 설명하자면,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겉으로 드러난 그 영화의 간판은 청춘들을 위한 성장 영화처럼 보였지만, 40대의 내가 마주한 모습은 두 번째 20대를 응원하는 영화같았다. 그렇게 영화에 빠져 들었고, 아무도 나를 응원하는 것만 같지 않았던 그 때, 응원은 커녕 온 세상이 나를 밀쳐내기만 하는 것 같던 그 때. 나는 영화에서 깊은 응원을 받았다. 그러면서 안재홍이라는 배우에게도 푹 빠졌던 것 같다. 슴슴한 평양냉면 같은 배우, 그러나 어떻게 양념을 하느냐에 따라 너무나 다채로운 배우. 그렇게 영화를 N차 관람하며 그 전 영화를 보았을 때와는 달리 짤막한 리뷰도 써 보고, 영화사에서 주관하는 이벤트에도 열심히 참가해 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결국, 농구를 주제로 한 영화 '리바운드'의 가장 화룡점정이 되는 굿즈랄까. 농구공까지 선물받게 되었고, 농구공을 들고 한 번 더 극장을 찾았던 나는 장항준 감독님과 안재홍 배우, 그리고 같이 영화에 출연했던 다른 여러 배우분들의 사인을 농구공에 받았다. 어떤 배우 분은 이건 나도 없는 건데.. 하면서 감독님과 배우분들의 사인이 담긴 그 농구공을 부러워했다.
그러다 시간이 흘러 감독님의 새로운 영화 개봉소식을 접하게 되었는데, 나에게 응원이 되었던 영화의 감독님이 새로 만든 영화가 몹시 궁금했다. 그 영화는 바로 '오픈 더 도어'라는 영화였는데, 미국 이민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고, 중단편 영화로 평소 접했던 영화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이 영화를 보는 재미는 또 새로운 데 있었는데, 여러 배우 분들과 함께 하는 GV가 정말 풍부했던 것이다. 배우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안재홍 배우, 손석구 배우, 그리고 또 배우는 아니지만 영화를 애정하는 개그맨 장도연, 방송인 유병재, 그리고 실제 영화에 출연했던 김수진 배우, 이순원 배우 등 영화를 더 깊이 있게 보고 맛볼 수 있는 GV자리가 정말 풍부했던 것이다. 그만큼 나의 리뷰도 점점 더 릴레이가 되어만 갔는데, 어느 날 연락을 받았다.
장항준 감독님과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 초대가 되었다고! 영화 제작사이자 또 장항준 감독님의 소속사 대표이기도 한 송은이님도 함께 하는 자리라고 했다. 나는 그저 좋아하는 영화를 보고, 느낀 점을 기록했을 뿐인데, 그 기록이 그렇게 길거나 대단한 것도 아니었는데, 이렇게 또 좋은 자리에 초대를 받게 되다니. 짧은 글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글이 와 닿았던 것에 또 반가운 마음으로 그 초대 자리에 응했던 것 같다.
영화를 좋아했을 뿐인데, 영화 감독님이 사 주시는 저녁식사에 초대를 받게 되다니! 이렇게 영화같은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다고?! 그 이야기만으로도 나의 덕질의 한 챕터는 두툼하게 채워질 수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