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떼창 & 콘서트 즐기기 딱 좋은 나이

3. 최애 밴드 CD에 제 이름이 들어간다고요?!

by 위듀

오디션 합격 이후, 서울 모 스튜디오에 녹음을 하러 갔던 날.

매 분 매 초가 아직도 영화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20대에 대학로 소극장에서 만났던 나의 최애 락밴드는 더 멋진 모습으로 한 순간에 내 눈앞에 나타났다.


초대받은 자리에 빈 손으로 가는 건 실례일까 싶어 우리 동네 제일 맛있는 빵집에서 가볍게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디저트를 사 갔다. 스튜디오에 입장을 하며, 인사를 하는데 나는 너무나 엉뚱하게도 '저희 동네 생활의 달인 빵집에서 번호표 뽑고 줄 서서 사 왔어요.'라며 내 이름을 적을 생각도 못했던 디저트 박스를 선물하고는 녹음부스로 들어섰다.


그때 그 시간은 지금 떠올려도 생생하다. 게다가 그날의 기억은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을 했는데, 나는 그 영화를 극장에서만 열댓 번 넘게 본 것 같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믿기지 않는 시간들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어색하게 녹음을 하던 그 시간. 그러나 다들 최애 밴드의 스페셜 앨범에 혹여나 누가 될까 싶어 숨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않고 초집중을 했던 그 시간. 녹음 이후 잠깐의 대화 시간과 포토타임은 지금 정말로 내가 이 순간 존재하고 있는 게 맞나? 하는 얼떨떨한 생각으로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후 그때 녹음했던 음원은 스페셜 앨범으로 나왔고, 그 스페셜 앨범에는 Special thanks to 라며 함께 이벤트에 참여했던 팬들의 이름이 함께 기록되었다. 물론 나의 이름도 함께. 이런 일이 이렇게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나? 하는 생각도 잠시, 스페셜 기념으로 콘서트 무대에 함께 서게 되었는데. 정말 믿기지 않는 일들이었다.


그 이후, 나는 미친 듯이 콘서트와 락페와 공연일정을 찾아 LIVE 현장을 찾았다. LIVE 현장은 그야말로 살아있었고, 나의 모든 감각이 생명력을 부여받은 듯했다. 그러면서 덕친들도 생겼다. 예상하시다시피 일터에서 40대의 존재란 흔히들 라떼로 치덕치덕 범벅이 된 가까이하기엔 먼 존재로 인식되는데, 콘서트와 공연장에서의 40대는 여전히 열정이 넘치는 존재로 쉽게 다른 나이대 분들과도 대화를 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변신이 가능하다.


그렇게 2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 사이 거의 전국일주 투어를 한 것 같다. 올콘이라는 단어도 모르던 나는 해외 공연과 VIP만 초대되는 공연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공연을 보았던 것 같다. 나를 살아있게 해 주는 시간, 누구의 OO, 어디의 OO 역할이 아닌 온전히 내 이름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그 시공간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그리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가능한 한 시간과 체력이 허락되는 지금을 후회 없이 즐겨야 한다고. 내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다름 아닌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알고, 기꺼이 한 번 시도해 보는 것이라고.


그 이후 소소한 희망사항들도 생겼다. 부족함이 가득하지만 '아무렴 어때. 내 이야기는 나 밖에 할 수 없는 걸'하는 생각으로 이렇게 브런치에도 공개적으로 글을 써 볼 용기도 생겼다.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들이었다. 이렇게 꺼내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오늘은 그 마음을 결심으로 바꾼 날이다. 아마 또 오늘이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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