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덕질 시작하기 딱 좋은 계절!

1. 이 좋은 걸 왜 이제 시작했을까.

by 위듀

어떻게 나의 이 행복감을 풀어낼 수 있을까.

두서없는 시작이지만 망설이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은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글을 시작해 본다.

어느덧 중년이라고 불리는 나이,

열심히 달려왔던 직장에서도 이제는 후배들이 더 많아진 연차,

아직은 체력적으로 괜찮은 것 같으면서도 가끔씩 어느 순간 이 세월의 속도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생기는 시기.


나는 40대에 본격적인 덕질을 시작했다.

정확하게는 그 씨앗은 학창 시절부터 있었으나

금전적인 이슈, 진학, 취업 이후에도 인생의 주요 변곡점을 지나오며

그것은 액자 속에 들어있는 예쁜 그림처럼 존재할 뿐 그러다 가끔씩 비상구처럼 반짝 스치고 지나갈 뿐

살아남기 위해 온전히 내 시간을 쏟아부어도 부족하게 느껴지던 10대, 20대, 30대의 나에게 덕질은 너무 먼 이야기였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그때에도 일이 너무나 많았고

모든 것을 움켜쥐고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압박감에 있던 나는

모든 일정을 소화하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말 그대로 '기절'했다.

다행히 주위에 계셨던 분께서 나를 흔들고 다른 분들께 또 도움을 요청하며 몽롱했던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지만

나의 몸의 정확히 절반, 왼쪽은 온갖 멍과 쓸린 상처들로 기절했던 그 순간의 시간을 몸에 새겨 놓았다.

응급실을 찾고, 주요 병원들을 방문하면서도 일의 파도는 잦아들 기미가 없었다. 멈출 수도 없었고, 대신해 주거나 도움을 주려는 사람도 찾기 힘들었다. 쉽지 않았던 일, 혹여나 내가 못한다고 하면 본인들에게 그 파도가 넘쳐올까 하는 눈초리가 느껴져 몸이 아픈 것보다도 마음이 참 아프고 외로웠던 시절이었다.


그렇게 그 순간에도 모든 것을 소화해 내며 정신력으로 버텨내던 그때

한 순간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생각,

'이렇게 일만 하며 살다 어느 날 나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눈을 감는다면 이건 너무 억울하잖아.'

열심히 살아온 것밖에 없는데, 그 끝이 이런 장면이라면 내가 나에게 너무나 몹쓸 짓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나의 덕질은.

가벼운 시작은 먼저 영화였다. 학창 시절 영화 동아리를 하며 1년에 극장에서만 약 160여 편의 영화를 장르 가리지 않고 봤던 나에게 영화는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덕질의 첫 시작이었다.


바로 집 앞에 있던 극장을 휴일에는 조조로 평일에는 퇴근 후 잠깐 혼자 들러 보기 시작했다.

극장이라는 공간에서는 현실의 나와 분리되어 온전히 영화 속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참 좋았다.

평상시 생각지 못했던 혹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을 느끼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가 조연의 마음이기도 했다가 연출가의 눈으로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20여 년 만에 다시 영화를 보는 기쁨과 즐거움에 빠졌다.


그러다 운이 좋게도 무대인사를 하는 회차가 되면 되도록 찾아가 한 번 봤던 영화를 또 보기도 하고,

모두가 합심해서 만들어 내 건 영화를 응원하기도 하고, 영화 속 주인공들을 실물로 마주하면서 꿈과 현실의 경계선에서 줄타기하듯 찰나의 행복감을 만끽했다.


코로나를 지나오면서도 극장에 대한 애정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어느 정도 단계가 풀려 극장방문이 가능해진 때에는 손소독제와 마스크 등 최대한 나에게도 타인에게도 안전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고 극장을 찾았었다.


그렇게 만났던 영화들은 붉은 불꽃이 까맣게 재가 되어 가던 현실의 나에게 다시 불씨를 살려낸 고마운 작품들이었다.

그렇게 나의 덕질은 본격적인 시작을 하게 되었고,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오디션을 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