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는가!
시험 날짜가 점점 눈앞에 다가왔다. 모델을 해 주시기로 한 작은엄마가 밭일을 하시다가 돌에 발을 부딪쳐 발톱에 멍이 들고 말았다. 걱정할 틈도 없이 전화기를 붙들고 여기저기 손 모델을 해줄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전화를 돌릴수록 모델은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미리 예비 모델을 정해 놓았어야 했어야 했는데 '설마' 난 아닐 거라는 생각을 한 나를 원망하고 싶었다. 학원 동기들도 시간이 되지 않아 멘탈붕괴 일보 직전에 지인을 통해 손 모델을 섭외했다. 놀란 가슴을 쓰려 내렸다.
모델 손에 사전 작업을 해야 했다. 학원 동기들과 서로의 손을 바꿔가며 연습을 해 봤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라 케어하는 것은 힘들었다. 혹시 잘못해서 '피'를 내게 될까 봐 걱정이 앞섰다. 이제 스무 살이 된 모델 손은 야리야리하고 굳은살 하나 없는 손이었다. 조심히 살살 손톱 표면을 밀어 내면 되는 작업이니 그나마 푸셔는 괜찮았다. 음식을 만들 때 손에 베일까 봐 무서워해서 칼 사용하는데 서툰 나는 니퍼는 칼과 같은 생각이 많이 들어 큐티클을 잘라 내야 하는 작업을 시술할 때 온몸에 긴장을 하게 된다. 혹시나 하는 불상사가 발생할까 봐 그렇게 경직된 상태로 케어 작업이 마무리가 되고 오른손과 발에 손톱 표면에 빨간색 네일 폴리시를 바르고 꼼꼼하게 시술을 했다. 사전 작업만 4시간 이상 소요된 것 같다. 너무 힘들어 사전 작업하는 내내 든 생각은 '두 번 다시 시험을 보지 말자'였다.
드디어 알람이 울린다. 시험시간은 오전 9시 부산에서 시험을 봐야 했기에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했다. 준비물을 다시 체크하고 또 체크를 했다. 손 모델에게 전화해 '신분증' 꼭 챙겨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새벽을 달려 시험 장소에 도착했다. 무거운 재료 가방을 양손에 들고 4층까지 계단으로 오르는데 숨이 차올랐다. 심장은 이미 요동치듯 박자가 내 의지와 이미 멀어져 가고 있었다. 시험 시작 30분 전이다. 1교시 시험 과제의 순서를 보고 또 봤다. 검은 것은 글자요 하얀 것은 내 머릿속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 좋이를 주머니에 넣고 마음을 배워내고 또 비워냈다.
1교시 과제가 던져졌다. "프렌치"를 듣는 순간 또 한 번 머릿속이 탈탈 털리는 맛을 느꼈다. 너무 쉬워 시험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연습을 많이 하지 않는 시술 과제였다. 터져 나올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고 차근차근 시술하던 중 아뿔싸!! 핑거볼을 안 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할 수도 없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음 과제를 묵묵히 채워 나갔다. 불길한 예감은 떨쳐 낼 수가 없었다. 감독관이 점점 내 앞으로 다가온다. 채점 기준표를 든 서류를 들고 나를 향해 지켜보는 매의 눈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불량 시술자가 되었단 말인가! 감독관 집중 체크 명단에 들고 말았다. 오른발을 시술 때도 나는 실수를 했다. 베이스를 바르고 있는데 모델이 갑자기 발가락을 오므렸다. '아차!' 하는 순간 나는 베이스를 얼른 바구니에 넣고 토우를 꺼내 끼웠다. 뒤에서 달려오는 바람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감독관이 쏜살같이 달려와 토우 끼우는 내 손을 응시하고는 한참을 본 후 돌아갔다. 혼이 빠져나가는 경험을 했다. 시술하는 손은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고, 정신을 집어넣기를 여러 번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마음을 다잡았다. 미작만 하지 말자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 완성하자!를 속으로 삼켰다. 다음 과제를 완벽하게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과제는 젤 매니큐어다. 잘하는 것 중에 하나인 선마블이 나왔다. 집중하자! 을 외치며 시술에 들어갔다. 3 지를 다 완성하고 4지 손톱에 선을 긋고 있는데 감독관이 옆에서 지켜본다. 또다시 심장이 터져 나올 듯 뛰기 시작하고 손을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떨리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욕심이 생기니 더 긴장되고 붓을 든 손은 더욱더 움켜쥐고 손을 들고 시술할 수 없어 손을 바닥에 고정시킨 후 선을 그었다. 5지 손톱에 완성될 즘 감독관은 자리를 떠났다. 완벽하게 끝냈다. 희열이 느껴지는 달콤함과 쫄깃함을 맛보는 순간이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을 때 성취감이나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살아가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도전할 때 실수한 경험들이 쌓어 살아가는데 밑거름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 미용사(네일) 국가기술자격시험 실기시험 과제 구성 **
* 1과제(60분) : 매니큐어 및 페디큐어를 오른손과 오른발에 시술하는 작업 각 과제별 점수는 20점
풀코트 레드(손톱 전체 작업), 프렌치(스마일라인 넓이 0.3cm~0.5cm),
팁 프렌치(스마일라인 폭 손톱 전체 길이의 1/2 이상 부분에 작업),
그러데이션 화이트(손톱 전체 길이의 1/2 이상 부분에 작업)
* 2과제(35분) : 젤 매니큐어 왼손에 시술하는 작업으로 점수는 20점 선마블링(네일 바디 전체의 1/2 이상
작업), 부채꼴 마블링(네일 바디 전체의 1/2 이상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