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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 Dec 11. 2020

좋아하는 일을 하는 1%의 시간

육아맘 충전을 위한 15분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지?       

   

 엄마가 되고 나면 아이에 대해 속속들이 알게 된다. 엄마가 되고 나면 온 관심이 아이에게 향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아이에 대해 잘 알게 된다. 아이의 신체적 특징은 물론이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어떤 분야에 취미가 있는지, 어떤 친구를 가장 좋아하는지, 아끼는 물건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지, 좋아하는 캐릭터는 무엇인지. 엄마들은 중대한 문제부터 사소한 문제까지 내 아이에 대해 참 잘 알게 된다. 나 역시 누군가 내 아이에 대해 위의 질문을 한다면 대답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는다. 반면 누군가 나에 대해 이런 질문을 하면 대답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어떤 질문에는 머릿속이 갑자기 까맣게 되는 것 같이 마땅한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머릿속을 하나의 질문이 가득 채운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지?’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이야기했다.


 “엄마, 내가 좋아하는 거 그거 이름이 뭐였지? 나는 나를 사랑하는데,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생각이 안나. 아~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안 되겠어. 오늘부터 내가 좋아하는 게 생길 때마다 노트에 적어두어야겠어.”

그러더니 노트를 꺼내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생각나는 대로 적었다. 그 날 이후로 딸은 한동안 기분이 좋다고 느꼈던 일과 관련된 사물의 이름을 노트에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딸이 좋아하는 것의 목록을 적는 것을 보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의 목록을 적어보니 10개 이상 적기가 힘들었다.          

 

 이 경험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나는 자기애가 높은 편이며, 나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실제로 좋아하는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어떤 항목에 대해서는 머리로만 좋아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문도 들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좀 더 잘 알고 사랑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일로 시작하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 50가지를 찾아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50일간 매일 하나씩 내가 좋아하는 것을 떠올려보고 그것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대상에 대해 많이 관찰하고 생각해야 하는 일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내 마음이 향하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려워서 내가 어떤 대상을 진짜 좋아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에도 좋은 방법이었다. 이렇게 50일 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그려보는 과정에서 내가 머리로 좋아하던 것과, 마음으로 좋아하던 것을 구분해볼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자세히 관찰하고 그리는 경험은 무척 새로웠다. 새삼 나를 둘러싼 물건들이 다 소중하게 보였다. 사소한 물건이지만 내가 좋아서 내가 선택한 것들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좋아하지만 선택하지 못한 물건들에 대해서도 많이 떠올리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 50가지를 찾으니, 행복으로 가는 구체적인 길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좋아하는 것이 많을수록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 아닐까.      



좋아하는 것이 많을 수록 더 행복한 어른이 된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최인철님은 칼럼 <행복 천재들은 좋아하는 것이 많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행복 천재들은 좋아하는 것에 관한 한 천재다. 행복 천재들은 좋아하는 것들이 많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좋아하는 것이 분명하고 많으면, 마음속에 '관심'이 가득하다. 그러나 싫어하는 것이 분명하고 많으면, 마음 속에 '근심'이 가득하다. 싫어하는 사람들, 싫어하는 일들, 싫어하는 장소들을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 속에 근심이 아닌 관심을 가득 채우고 살고 싶다.




 좋아하는 것이 많을수록 행복한 어른이 된다. 좋아하는 것의 목록을 적다가 내가 어린시절 그림그리기를 좋아했던 것을 떠올리게 되었고, 좋아하는 것 50가지를 그리면서 그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그림을 지금 시작해서 뭐할까, 나는 별로 재능이 없는데 하는 걱정을 미루어놓고 그냥 좋아하기 때문에 한. 시작하기가 어려웠지 막상 시작하고 나니 계속 하게 되었다. 어렵게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고작 하루의 1%인 15분 정도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하루 1%의 시간


  이 짧은 15분의 그림 그리는 시간 덕분에 육아하는 일상을 더 활력있게 보내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더 많이 관찰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루1% 라는 짧은 시간동안 그림을 그리는데도, 일상 전반에 채색을 하는 느낌이다. 그동안 그린 그림도 꽤 많이 쌓였다. 쌓인 그림만큼 기쁨도 쌓인다.


 내가 좋아하는 일, 그렇지만 잘 하지는 못해서 언젠가 배우고 싶고 하고 싶은 일, 언제나 버킷리스트에 올리지만 한번도 해보지 않은 그 일. 언젠가 시간이 날 때 제대로 배우고 잘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땐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딱 15분만 해보자고 가볍게 나서니 매일 하게 된다. 이렇게 습관이 되니 이제 매일 그림 그리는 시간을 기다리게 된다. 기다림은 설렘을 주고 설렘은 일상에 활력을 준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15분, 아이만 보다 자신을 잃어버리기 쉬운 육아맘에게 꼭 필요한 충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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