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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 Dec 24. 2020

인류세를 생각하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용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앞두고 수도권은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시행되었다. 가족이라도 주민등록표상 거주지가 다르면 모일 수 없게 된 것이다. 누군가에게 '마지막 성탄'이 되지 않도록 다함께 조심해야 하는 시간이니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어야겠다. 이런 시기엔 건강하게 가족들과 함께 집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지만, 왠지 서글픈 크리스마스 이브이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힘들다고 느껴질 때는 시야를 넓혀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번 연말, 눈 앞의 코로나바이러스 확산과 집합금지로 인한 답답함에서 눈을 돌려, 인류와 세계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인류세의 도래



 지구과학자들은 지질연대표에 새로운 세(epoch)로 현 시기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명칭이 바로 '인류세'이다. 지구과학자들은 홀로세가 끝나고 인류세가 시작되었다고 믿는다. 2018년에 출간된 <인류세: 거대한 전환 앞에 선 인간과 지구 시스템>에서는 그런 믿음의 근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지구과학자들이 홀로세가 끝나고 인류세가 시작되었다고 믿는 주된 이유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급격한 증가와 그로 인해 지구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연쇄적인 영향 때문이다. 해양 산성화, 생물종의 멸종, 질소순환의 혼란 등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힘들이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산업혁명 초기 대량으로 석탄연료를 사용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인간이 기후 시스템을 교란한 것으로 보인다."


킬링곡선(keeling curve). 1958년 이후 관측을 주도한 찰스 데이비드 킬링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부디 killing curve가 되지 않기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꾸준한 증가를 나타낸 것으로 유명한 '킬링곡선(keeling curve)' 은 무척 인상적이다. 1958년 315ppm 이였던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20년 5월 417.1ppm에 도달했다고 한다. 과학자들이 티핑포인트로 잡은 400ppm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이런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지 않고 있는 점이 놀랍다.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는 전 세계의 관심이 주목되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반면 지질시대의 전환의 기로에 놓인 이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든다.




 <인류세>에서는 "인간이 저지른 행위의 결과로 인간이 멸종될 수 있다는 물리적 가능성, 혹은 적어도 문명화된 삶의 방식이 붕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까지 말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한다. 환경파괴와 그로 인해 인간이 처한 여러 위험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기후변화가 초래할 여러 위험에 대해 다룬 자료를 많이 보았지만,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특별한 노력은 한 적이 없어 부끄럽게 느껴진다. 책에서는 이런 태도에 대해 '고의적 무시'라고 꼬집는다.


"무관심에서 오는 '부주의한 무시'와는 대조적으로, 지구 시스템의 불안정한 상태에 대한 무수히 많은 증거가 있는데도 의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은 고의적 무시라 하겠다. 이런 무시는 무모하고 방종하기까지 하다. 특히 고의적이라고 칭하는 것은 문제의 규모는 물론 그로 인해 일어날 결과가 다 밝혀졌는데도 대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류세의 시대에 어떻게 해야할까? 이 책에는 철학만 제시될 뿐 구체적인 방법은 제시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노력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다른 책을 좀 더 찾아서 읽어 보았다.



아침식사로 지구 구하기


 기후변화 위기를 막기 위해 개인적으로 실천했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재활용을 잘 하고, 일회용품을 최대한 사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평소 생각이었다. <우리가 날씨다> 책을 읽어보니 이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우리가 날씨다>의 저자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기후변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으로 무엇보다도 '채식 위주의 식사'를 강조한다. 육류, 계란, 유제품(우유, 버터, 치즈)의 섭취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우리가 날씨다>에서는 축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의 51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연구결과를 알려준다.

"월드워치 연구소의 연구자들이 유엔 식량농업기구에서 빠뜨린 배출을 계산에 넣어 추정한 결과, 가축은 연간 325억 64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등가물을 배출한다. 이는 연간 전 세계 배출량의 51퍼센트에 해당한다. 차, 비행기, 건물, 발전소, 산업을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

이런 통계를 보면 축산업의 규모를 줄이지 않고서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그의 주장에 수긍하게 된다.


 책에서 다룬 다른 통계에 의하면 축산업의 규모가 굉장하다. 곡물을 재배할 수 있는 땅의 59퍼센트가 동물들에게 먹일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 이용되고 있다. 또한 축산업은 인간이 사용하는 담수의 삼분의 일을 사용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담수의 양은 고작 1/13에 불과하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물을 아끼기 위한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말하는 축산업의 또다른 중요한 문제로 항생제의 사용이 있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항생제의 70퍼센트가 가축에게 사용되고 있으며, 간 질병에 대한 항생제의 효능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축산업의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자명하지만, 그렇다고 육식을 전혀 하지 않고 살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미 우리의 혀는 육류, 계란, 유제품의 맛을 갈구하기 때문이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역시 완전히 채식을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책에서 털어놓는다. 그는 육류, 계란, 유제품을 저녁에만 먹자고 제안한다. 아침과 점심에 채식을 하는 것만으로도 환경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개인적인 노력으로 '재활용 잘하기, 일회용품 가급적 쓰지 않기, 물건 아껴쓰기, 가까운 곳 걸어다니기'는 많이 들어보았지만 '채식'은 생각하지 못했었다. 이 책을 읽고나니 가장 효과적인 실천방법이 동물성 식품 섭취를 줄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카프레제 샐러드에도 유제품이 있다! 치즈! 동물성 식품 섭취를 전혀 안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지만, 지구를 위해 조금만 노력해보아야겠다.



 크리스마스 이브,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축제 분위기가 그립고, 아쉬움도 들지만 인류와 세계에 대해 생각해보며 이 시간을 좀 더 의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아야겠다. 인류가 처한 위기에 대해 숙고하고, 인류의 미래를 위해 조금만 더 동물성 식품 섭취를 줄여보면 어떨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아이들과도 인류세와 개인의 실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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