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조직보다 가족이 더 좋습니다.
대학 졸업하기도 전에 취업하여 직장 생활을 하면서 '조직'생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자들은 군대에 가면서 조직생활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고 하는데 나는 첫 직장 생활을 통해 '조직'생활의 어려움과 조직 내 사회생활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조직을 대표하는 분에게는 어떤 예우를 해 드려야 하며, 나의 직속 선배에게는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일 잘하는 직장인이 되기 위해서 '조직'이라는 테두리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많은 것을 경험하기도 했고 배우기도 했다.
직장이라는 조직은 다양한 향기를 뿜어낸다. 어떤 곳은 공공기관으로 원칙과 공공성을 드러내고 어떤 곳은 일반기업으로 수익 창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하루하루 그래프를 그려가며 일을 배우기도 하고, 어떤 곳은 비영리 단체로서 단체가 추구하는 비전이나 목표를 위해 기부나 후원금을 받기 위한 노력을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러나 어렸을 때는 그 조직의 향기를 잘 몰랐다. 그 조직에서 나에게 줄 수 있는 급여를 통해 그 조직에 대해 평가했었다. 급여가 높으면 당연히 좋은 조직일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으로 '조직'을 서열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직'의 성격에 따라 내뿜는 향기가 나에게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조직 특성에 따라 향기가 다르다는 것을 몇 번의 이직을 통해 알게 되었다. 또한 그 조직에 근무를 하게 되면 조직의 향기가 내 몸에 스며들어 어디를 가든 나도 모르게 조직의 향기를 뿜어낸 다는 것을 나이 들어 알게 되었다.
열정이 넘쳐 일하는 것이 재미있던 30-40대에는 일을 통해 함께 고민하는 동료가 있어 세상의 모든 일들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 열정의 시기를 지나 열정 넘치는 30-40대 후배들을 맞이하는 선배가 되면서 나의 열정 뒤에 묵묵히 자리를 지켜주었던 가족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열정이 넘치는 후배들로 인해 나를 돌아보는 시간들이 조금 생겼기 때문이기도 하고 세상을 살아보니 열정 넘치게 조직생활을 한 결과보다 가족과의 시간들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의 열정 넘치는 시기에 가족은 커다란 짐이었다. 그 짐이 조금 가벼워졌으면 하는 마음이 컸었고 나의 무거운 짐으로 인해 가끔은 주저앉기도 했었다. 주저앉아 남들이 열정 넘치게 달려가는 모습에 나는 왜 이리 힘들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원망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런 거북이걸음 때문인지 우리 가족은 어려웠던 시절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나의 짐을 함께 나누어 짊어지고 함께 걸어가 주고 있다.
조직은 나에게 나의 향기에 조직의 향기를 더하여 새로운 향을 만들어 주었다. 그 향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고 이 향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조직 사회에서 나만이 낼 수 있는 향기..... 그러나 가끔은 그 향을 내기 싫을 때가 있다. 지금이 그런 때인가 보다. 그냥 나의 향기만 좋아해주는 곳이 편해졌다. 마음 편히 나의 향기를 내뿜을 수 있는 곳은 내가 우리 가족과 함께 있을 때이다. 화를 내기도 하고, 투정도 부리고, 애교도 부리고, 의젓하게 명령도 해 보이고, 울기도 하고, 큰 소리로 웃어도 민망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러운 내가 되는 것은 가족과 있을 때이다. 나이가 들어 주책이 늘어서라고 나의 옆지기는 구박하지만 그냥 점점 가족이 좋습니다. 앞으로 인생이 막은 가족과의 또 다른 열정의 향기를 만들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