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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길이음 Aug 02. 2022

그녀는 쇼핑을 좋아했다

우당탕탕 삼모녀 2박 3일 서울여행기

여행을 계획할 때는 서울 주차가 겁이 나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했으나 다리가 아프신 엄마를 모시고 짐도 들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것이 내키지 않아서 차를 가지고 움직이기로 했다. 나와 동생도 강남 고속터미널을 갈 일이 많지 않다 보니 센트럴시티 터미널로 변하고 신세계 백화점과 연계되도록 변화한 터미널은 생소했다. 네비가 알려준 곳을 찾아 주차하니 파미에 스테이션으로 안내를 해주었다. 한참을 헤매다 동생과 만나서 12번 게이트에서 엄마를 기다렸다.


도착했다는 엄마는 보이지 않고 서로 어디 있냐고 전화만 주고받다가 엄마한테 핀잔을 들은 동생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시골에서 올라오는 엄마는 터미널이 복잡하고 익숙하지 않아서 딸들이 버스터미널 내리는 곳에서 반갑게 맞아 주기를 기대했지만 딸들이 없자 불안이 몰려오기 시작한듯했다. 움직이시지 말고 매표소로 가셔서 있으시라고 하고 우리가 움직여 드디어 만나게 되었다. 알고 보니 도착지점과 타는 지점이 달랐는데 나와 동생은 타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불안한 우리들의 만남은 일단락되었고 차를 가지고 움직일 수 있다고 하니 모두 좋아했다. 시계를 보니 8시 반이 넘어 9시를 달리고 있었다. 엄마의 서울여행 목적은 남대문 시장 구경이었기에 빨리 움직여야 했다. 막히지 않는 서울거리가 생소했다. 20분 조금 넘어 남대문 시장 주변에 주차장을 찾아 주차하고 엄마가 가 보셨다는 상가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 옛날 연애시절 남대문시장, 남산 등을 자주 다녔었다. 그 당시에는 쇼핑센터가 없었기에 마냥 신기한 곳이었고 먹거리, 볼거리가 풍부한 곳이었다. 결혼하고서는 아이들 옷이나 생필품을 조금 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자주 찾곤 했다. 세월이 흘러 쇼핑센터와 인터넷으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보니 남대문 시장까지 오기 쉽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시골에 가니 엄마가 멋진 쫄쫄이 옷을 남대문 시장에 가서 구매하셨다고 보여주는데 우아하고 멋져 보였다. 동네 친구분 하고 놀러 다녀오셨단다. 그 친구분 덕에 여러 번 다녀오셨었지만 그 친구분도 손주 키워주시느라 바쁘시다 보니 함께 다니기 어려워지셨다. 딸들과 여행하는 김에 꼭 가보고 싶은 곳 1순위가 남대문 시장이었다. 엄마는 남대문시장 옷은 옷감도 좋고 멋있는 옷들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드디어 쇼핑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의 예쁜 여름 난방을 구매했다. 역시 옷감이 좋았다. 이 정도의 옷감이면 5-6만 원 정도였으나 3만 원 미만이었고 거기에 나시티까지 합해서 3만 6천 원에 난방과 나시티를 구매했다. 나도 덕분에 여름 가을에 입을 수 있는 가벼운 재킷을 구매하고 동생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반팔티 2장을 이만 원에 구매했다. 발이 불편하신 엄마는 신발을 이것저것 신어 보시더니 등산화를 한 켤레 구매했다. 


이렇게 남대문 아침 쇼핑을 마치고 옆에 '남해식당'으로 이동하여 맛난 칼국수를 먹었다. 세 자매가 함께한다는 남해 식당 사장님은 마음이 넉넉하셔서 찰밥도 싸주시면서 내려가서 드시라고 챙겨주셨다. 보리밥, 칼국수, 비빔냉면, 된장국이 8천 원이라니??  정말 고물가 시대 어디 가서 찾아봐도 없을 가격이었다. 다음에 오면 꼭 다시 들르겠다고 약속드리고 남대문 시장을 떠나왔다.




저녁에 숙소에 들어와 남대문 시장에서 산 옷들을 입어보고 패션쇼를 했다. 엄마는 너무 잘 샀다고 하시면서 너무 좋아하셨다. 오기 전까지 다리도 아픈데 어떻게 서울에 와서 돌아다니나 걱정스러웠으나 딸들과 다니면서 쇼핑을 하니 한결 기분이 좋아지셨단다. 아직까지 엄마 마음은 소녀 감성이다.  소녀감성이 살아나니 기운도 나시고 적극적으로 걸어다니시기 시작했다. 앞으로 우리의 여행은 쇼핑을 위주로 하는 여행으로 방향을 바꾸어 하루 한 곳은 쇼핑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기로 했다. 


역시 그녀는 쇼핑을 좋아했다.


#쇼핑  #남대문 #옷가게 #남해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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