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삼모녀 2박 3일 서울여행기
20대부터 지금까지 일하랴 집안 살림하랴 공부하랴 정신없이 살아온 날들~~
우리 자매는 20대 중반에 무엇이 그리 급하다고 일찍 시집가서 아이 낳고 키우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많은 의지를 했다. 아이들도 비슷한 연령대이고 신랑들도 나이대가 비슷해서 여러 면에서 서로가 처한 상황에 울고 웃고 함께 무엇인가를 고민해줄 수 있는 친구보다 더 친구 같은 사이가 되었다. 동생은 언니에 대해서는 언제나 지혜롭게 잘 살고 있다고 항상 응원해주며 자기 일은 똑 부러지게 하면서도 겸손한 친구이다. 우리는 어느덧 50대를 맞아 이제 제2의 인생을 어찌 보내야 할지 고민스러운 나이에 접어들었다. 때마침 엄마의 서울여행을 핑계로 우리는 2박의 밤을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보내기로 했다.
켄싱턴 호텔 바로 옆에 정인 면옥이 있어 첫째 날 저녁을 거기서 먹기로 했다. 카페에 다니면서 이것저것 먹었더니 배가 불러 밥보다는 술 한잔 하자는 거였다. 숙소에서 가깝고 메뉴도 좋아서 이른 저녁(5시)에 정인면옥을 찾았다. 수육과 막걸리를 시키니 술 한잔에 지나온 과거들이 줄줄 새어 나온다. 지금 우리 애들 나이에 우리 자매는 시집을 가서 시집식구들과 함께 살면서 볶닥 볶닥 거렸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상황들을 그래도 잘 이겨냈고 그 힘듬을 이겨 내도록 했던 원동력에 언제나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항상 진취적으로 생각하도록 도와주셨고 긍정의 아이콘처럼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조언해주셨다. 엄마의 삶도 그렇게 사셨기에 우리들은 엄마 앞에서 응석 아닌 응석을 부릴지언정 우리들의 자리에 돌아와서는 엄마처럼 꿋꿋이 우리들의 일을 해 내왔다. 장난꾸러기 아들들은 이제 어엿한 사장님들이 되었고 딸들은 사회생활하면서 한 기관의 기관장들이 되어 나름대로 책임을 다해가고 있다.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배우려 하고 자기 책임을 다하려는 엄마의 영향을 받았기에 가능했던 일인 것 같다.
50이 넘어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데 있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물음에 80살을 바라보는 엄마는 '건강'이라는 답을 주셨다. 무엇보다 우선이어야 하고 걸어온 것만큼만 욕심내지 말고 살아가면 된다는 현명한 답을 주셨다.
이 답을 듣고 건강을 위해 오늘도 걸어야 한다며 여의도공원을 걸었다.
7.30(토) 9시 별빛 뮤직 유람선 탑승
한강유람선은 한 번도 타 보지 못했다. 그 옛날 오리배는 타 봤어도 유람선은 어찌 된 일인지 타 볼기회가 없었다. 엄마도 경험이 없으시다고 해서 함께 타보고 싶어 티켓을 예매했다. 그런데 호텔에서 나와 한강유원지 1번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장난이 아니었다. 한강공원에 행사가 있는지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 운동도 하고 돗자리도 펴 놓고 놀고 있다. 이런 경험이 처음인 우리들은 괜히 차를 가지고 왔다고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었다. 가까스로 도착하여 한강유람선에 탑승하니 육지에 있을 때는 그리도 덥더니만 살랑살랑 바람도 불고 가수가 나와서 직접 노래도 불러 주니 신선이 따로 없는 것 같았다. 동생은 가장 좋은 여행 코스라며 언니가 계획한 여행 일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엄마와 손녀딸도 좋아라 했다. 한강을 도는 50분 동안 나와 동생은 여유 있는 이 시간에 감사하면서 앞으로 두 달에 한번 정도 이런 기회를 갖자고 했다. 무엇을 하든 간에 다리가 아파오면서 다니는 것을 두려워하시는 엄마를 모시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움직이실 수 있을 때 많이 보여드리고 우리도 함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다.
나이 든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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