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여유롭게 집을 나섰기 때문인지
엑셀을 밟는 발에는 여유가 가득하다
중간중간 끼어드는 차들에도
여느 때와는 달리 아무런 감흥이 없다
주말을 맞아 밀린 빨래와 욕실 청소까지 다 마쳤고
토스트와 커피로 아침까지 대충 해치우고 나와서
점심과 저녁 그리고 내일 하루 먹거리 정도만 장을 봐 오면 된다
매번 가는 길이라 창 밖에 흐르는 풍경에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멍한 시선을 두고 있는데
잠시 신호대기를 위해 천천히 멈춰 선 그때
오른편에 낮게 서 있는 2층 건물 지붕이
반짝이며 멍하던 시선을 깨운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따뜻한 봄 햇살이 사방에 가득했고
여기저기 반짝이는 건물 지붕과 빗물 웅덩이가
드라마의 연출된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아무런 의미 없이 반복되던 일상이
우연히 마주친 빨간 신호 덕에
반짝이며 생기를 띄기 시작한다
왠지 하루 내내 기분 좋은 일이
끊이지 않을 것 같은 좋은 예감으로
바뀐 신호에 맞춰 차를 출발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