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얼굴

마지막 얼굴에게

by 구시안

사랑받기 위해 얼굴을 갖고 있다.

행복하기 위해 얼굴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동안은 쓸모없는 얼굴을 갖고 있다 해도

괜찮은 얼굴에 미련을 갖지 않기로 한다.


여행하는 달과 함께
고요한 밤을 거닐다 보면
들춰낸 것들 사이로
꽃들이 나의 정원을 밝힌다.


붙잡을 것을 찾으며

헤엄치는 사람들 또한
자신을 건드리기 위해
얼굴을 바꾸며
이 밤을 건너고 있을 것이다.


자신을 건드리기 위해
피는 흐르고
얼굴은 색을 얻는다.

머리로 실려 오는 것들은
삶의 필연(必然)과
꿈의 끝을 본다.


손을 오므리고 있다가

가만히 생각하며

눈을 감고

나는 내게 손을 내밀며

불태울 수 있는 보물 하나를 건네준다.


책상의 거울 하나에 비친

얼굴 하나와

기억 하나를

타도록 내버려 둔다.


쓸모없는 얼굴들이 서성이다가

서로 사랑한다 말 못 하고

헤어진 이유에

혹은

믿음을 보냈으나

배신이라는 이름으로

주홍글씨가 새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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