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나
사색을 즐기던 오후. 삼청동의 좁은 골목. 허름한 사진관 안.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이 어두운 벽지를 타고 번졌다. 오래된 나무문을 밀고 들어서자, 공기에는 세월의 순간이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오래된 사진관 특유의 약품 냄새가 가볍게 퍼져 있어 묘하게 마음을 가라앉혔다.
의자 하나가 중앙에 놓여 있고, 나는 그 앞에 조용히 앉았다. 셔터 소리가 울리기 전, 잠시 숨을 고른다. 빛과 그림자가 얼굴의 곡선을 따라 천천히 스며들고, 내 안의 말 없는 이야기들이 모조리 흑백 속에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셔터 소리와 함께 흑백의 순간이 내 안으로 스며들었다. 거울 속 얼굴은 낯익지만, 사진 속 나는 어딘가 다른 사람 같았다. 빛과 그림자가 엮어낸 눈가, 미묘하게 내려앉은 주름, 닫힌 입술 끝의 작은 떨림. 모든 것이 선명하기보다 불완전하게 형태가 흐려 추상화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움직이지 마러. 하나. 둘. 셋." 사진사 아저씨의 말이 별 도움 되지 않게 떨리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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