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겨울은 난로 옆에서 행복했다

손끝의 온기가 만들어낸 리듬과 고요

by 구시안


무엇인가에 열중하며 미래를 꿈꾸는 시간은 비록 실패했더라도 행복했다




겨울이면 작업실 바닥은 어김없이 차가웠다.

패턴실과 함께 쓰는 작업실이라는 것은 비좁은 곳이었다.

바늘을 잡는 손끝은 금세 얼어붙곤 했고, 나는 늘 작은 난로 하나를 끌어다 옆에 두었다. 오래된 철제 몸통은 조금만 신경을 놓아도 뜨겁게 달아오르곤 했지만, 그 온기 없이는 하루를 버틸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바느질은 온도에 예민했다.

너무 얼어 있으면 바늘이 미끄러지고, 너무 덥거나 습하면 천이 손에 들러붙어 흐름이 망가졌다. 그 시절 나는 온도와 감정, 천의 성질과 몸의 피로 사이에서 늘 적당한 균형을 찾으려 애썼다. 난로 옆에서 바느질을 하고 있으면 종종 묘한 고요가 찾아왔다. 잔잔한 파도가 치는 듯하기도 하고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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