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함에 대해 생각하면, 나는 먼저 ‘부족함’이라는 말보다 ‘비어 있음’이라는 감각을 떠올린다.
비어 있다는 것은 단지 무언가가 없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 비어 있음은 우리 안에 남아 있는 넓은 공간, 아직 사용되지 않은 가능성, 혹은 너무 오래 방치되어 스스로 울림을 잃어버린 방과 같은 것을 닮아 있다.
어린 시절의 가난은 종종 물질의 부족으로만 설명되곤 했지만, 성인이 되어 되돌아보면 가난은 마음의 구조를 바꾸어놓는 일종의 심리적 지형이다.
사람은 가진 것이 적을 때, 사소한 것에도 귀를 기울인다.
방 한구석의 바람 소리, 뜨거운 밥 한 숟가락의 온기,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의 미세한 떨림까지. 풍요 속에서는 흘려버릴 수 있는 것들이, 가난 속에서는 삶의 전부처럼 다가온다. 이렇게 감각은 날카로워지고, 마음은 조심스러워지고, 욕망은 길고 얇은 그림자처럼 변한다.
가난은 ‘결핍이 만드는 과도한 경계’를 낳는다.
무언가를 잃어본 사람만이 사소한 것마저 꽉 붙들려는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단단해지기 위해 움츠러드는 몸처럼, 마음도 잃지 않기 위해 작은 울타리를 만든다. 그 울타리는 때로 사람을 보호하지만, 때로는 새로운 가능성을 밀어낸다. 하지만 나는 이것을 단순한 비극으로만 보지 않는다. 어둠은 늘 무엇인가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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