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이방인을 자처하기로 하다
회사에 있을 때, 나는 가끔 내 이름이 이곳의 명단 어디에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책상도 있고, 사번도 있고, 매일 출근하며 찍는 출입 기록도 분명히 남아 있지만, 이 공간의 공기 속에서는 내가 ‘합법적 존재’인지, 그저 잠시 머물다 금세 사라질 그림자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회사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회사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마치 어떤 과일이 제철을 맞아 스스로 익어가듯, 내 마음 한쪽에서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무르익어 가고 있다. 처음엔 사소한 불편함이었다. 회의에서 반복되는 무의미한 말들,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손짓, 마치 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듯한 얼굴들. 그러나 그것들은 오랜 시간 마음에 쌓이면서 어느 순간 하나의 색을 갖기 시작했다. 그 색은 탁했고, 냉담했고, 점점 더 짙어졌다.
회사라는 공간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처음엔 적응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적응이라기보다는 침식에 가까웠다. 나의 열정, 나의 호기심, 내가 중요하게 여기던 가치들이 미세한 가루처럼 조금씩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것은 피로, 냉소,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증오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