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자라지 않는 아이는
늘 같은 자리에서만 머무는 듯 보이지만,
그 눈동자 속에서는
형언할 수 없는 계절들이 끊임없이 피고 진다.
그 아이의 하루는
직선으로 단정히 그어진 시간이 아니라,
손끝으로 그리면 자꾸 번져 나가는
물먹은 잉크 같은 곡선이다.
부드럽게 굽어 돌고,
때로는 한 바퀴, 또 한 바퀴 돌아
자신이 지나온 발자국을 다시 만지작거린다.
그곳은 어제이면서 오늘이고,
또 오늘이면서 어쩌면 오래된 내일이기도 해서
그 아이는 조금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세상의 시계는 초침을 무심히 밀어붙이지만,
아이의 세계는 그렇게 조급함을 허락하지 않는다.
바람이 스치면 바람의 속삭임을 오래 들으며
삶의 잔가지를 어루만지고,
햇빛이 들면 빛의 결을 천천히 만지며
마음에 한 올씩 수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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