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기억이 흩어질 때의 질감,
손끝에 스치면 금세 사라지는 감정,
말 한 줄이면 정리가 되는 마음들.
그러나 내가 품은 기다림은
어디에 놓아도
자리를 조금씩 내려앉게 하는
겹겹의 무게였다.
바람이 잠시 멈춘 오후에
나는 오래된 서랍을 열어
낡은 편지처럼
접힌 생각들을 펼쳐보곤 했다.
읽지도 않은 문장이
종이의 결을 따라
슬며시 번져 있었다.
그날의 말투,
그날의 눈빛,
그날의 조용한 숨결이
다시 방 안에 떠올라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의 공기처럼
나를 잠시 멈춰 세웠다.
눈처럼 가볍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기다림은 결국 희미해지고
시간은 모든 마음의 표면을
조용히 닦아낸다고.
기다림이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그 무게를 들고 사는 법을
배워갈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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