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노래

시(詩)

by 구시안


안개의 노래 - 구시안



안개가 내렸다.

검은 그림자들이 내뿜은 입김처럼

그것은 습하고 끈끈했으며 무거웠다.


세상은 오늘도 자신을 숨기듯 희미해졌고,

사람들은 그 속에서도 길을 찾겠다고 발버둥쳤다.
마치 욕망이라는 나침반을 들고
보이지 않는 방향으로 끝없이 달려가는 듯했다.

그들의 줄이 안개속으로 이어졌다.



백조는 안개 위를 떠다녔다.
하얀 날개에 비친 세상은 언제나 고요했고,
그 고요 속에 품은 슬픔은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백조는 늘 순결함과 아름다움의 상징이었지만,
그 안에는 지독한 외로움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아름답다고 찬양했지만,
그 찬양의 끝에는 언제나 기대와 질투가 숨어 있었다.



박쥐는 안개 아래에서 날았다.
빛을 피하고 어둠 속을 헤매는 존재라며,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하고 멀리했다.
그러나 박쥐는 알고 있었다.
진짜 어둠은 자신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속에서 자라나는 것이라는 걸.



백조는 하늘을 향했고,
박쥐는 땅을 향했다.
그러나 어느 날, 그 둘은 안개 속에서 마주쳤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구시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자각(自覺). 나의 비릿한 언어가 향기로워질 때까지 낮과 밤을 걷기로 하다. 브런치 +154

89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6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64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7화고요의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