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
창밖엔 아무 소리도 없고
빛은 문턱에서 멈춰 서 있다.
어둠이 벽을 따라 흘러내리면
마음의 그림자도 함께 내려앉는다.
검은 방은 어둡고,
책상 위엔 책 한 권이 있었다.
그는 그것을 펼쳐
마치 기도를 하듯, 천천히 읽었다.
책은 오래된 냄새가 났다.
손끝에 닿은 종이의 감촉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미세하게 떨렸다.
문장 사이로 그의 과거가 흘렀다.
잊었다고 믿었던 얼굴들,
무너져 내린 시간의 파편들이
낮은 숨결처럼 되살아났다.
그는 얼굴을 감췄다.
검은 천 아래에서 숨을 쉬었다.
누군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
자신의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곳이었다.
세상이 그에게 등을 돌린 건지,
그가 먼저 등을 돌린 건지
이제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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