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균열 속에서

시(詩)

by 구시안


밤의 균열 속에서 - 구시안



사람의 내면은 밤처럼 깊고,

나는 그 안을 걷는다.

사람의 내면은 언제나 숲처럼 어둡고 깊다.

그 검은 숲은 두려움이 아니라,

오래 걸어야만 익숙해지는 나의 내면이다.


도시는 잠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 불면의 빛 속에서,

나는 점점 더 고요해져 가고 있을 뿐이었다.

인파가 사라진 거리,

비가 막 그친 듯한 젖은 도로 위를 걷는다.

가로등이 반쯤 꺼져 있고,

빛이 닿지 않는 골목마다

오래된 그림자가 깃들어 있다.


내 마음도 그 어둠의 일부 같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안쪽에는 이름 모를 균열들이 자라나고 있다.

하루의 끝마다 찾아오는 공허.

그건 마치 습기처럼 서서히 번져든다.

처음에는 미미하지만,

어느새 모든 생각을 적신다.


나는 그 공허를 피하지 않기로 했다.

도망치듯 살아온 시간들 속에서,

나는 내 고통을 너무 쉽게 외면해 왔다.

누군가의 말속에 숨어서,

누군가의 온기에 기대며 버텼지만,

결국 나를 마주해야 하는 순간은 언제나 홀로였다.

그 고독이 아팠고,

동시에 내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유일한 증거이기도 했다.


뭔가를 얻기 위해 서는

뭔가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구시안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자각(自覺). 나의 비릿한 언어가 향기로워질 때까지 낮과 밤을 걷기로 하다. 브런치 +154

895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64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7화비밀의 무균실